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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모피를 입어?”

“요즘 누가 모피를 입어?”

패션업계의 동물친화 캠페인으로 인조 모피와 비동물성 원단 사용하는 브랜드 늘면서 트렌드도 바뀌어
구치는 최근 밀라노 패션쇼에서 인조 모피와 동물친화적 원단을 이용한 패션을 선보였다. / 사진:YOUTUBE.COM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스텔라 매카트니는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당시 패션계 내부에선 모피와 동물 가죽의 사용을 거부하는 명품 브랜드가 오래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 브랜드는 현재 세계 각지에 51개 매장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매카트니는 울과 실크를 대체할 재료를 찾아 나섬으로써 동물친화 메시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 그녀가 생명공학 회사 ‘볼트 스레즈’와 손잡고 내놓은 첫 작품[실험실에서 제조한 비건(비동물성) 실크로 만든 드레스]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됐다. 요즘은 매카트니의 본을 따라 진짜 모피 대신 인조 모피를 사용하는 명품 패션하우스가 늘어난다.

존 갈리아노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갈리아노가 패션 잡지 엘르와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PETA(동물보호협회)와 만난 뒤 컬렉션에서 모피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모피 없이도 특별하고 재미있는 옷을 만들 수 있다”고 갈리아노는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상품보다 윤리를 원한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켜주는 회사를 원한다.”
지난 2월 런던 패션위크 당시 열린 모피 반대 시위 / 사진:YOUTUBE.COM
지난해 10월 구치의 사장 겸 CEO 마르코 비자리는 런던 패션대학의 연설에서 패션계 인사들에게 “이제 모피는 한물갔다”면서 “구치의 컬렉션에서 모피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얼마 뒤엔 마이클 코스와 지미 추 역시 모피를 배제한 패션에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코스는 언젠가 내게 “팔리기만 하다면 어떤 것이라도 디자인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후 마크 제이콥스와 톰 포드, 그리고 한때 세계 최대의 여우 모피 생산국이었던 노르웨이가 진짜 모피 시대의 마감을 선언했다. 유명인사들도 모피에 등을 돌렸다. 배우 앤젤리카 허스턴은 지난 1월 자신이 입던 모피 코트를 PETA에 기증하고 그 모피를 어미 잃은 야생동물의 잠자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체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허스턴은 “이 코트들은 수십 년 전 선물 받은 것”이라면서 “당시엔 모피 거래 과정에서 동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그 일본판의 편집장이자 스트리트 스타일의 선두주자인 안나 델로 루소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열린 소장 의류 경매에서 모피 코트만 선별해 교육전시용으로 PETA에 기증했다.

최근 패션업계의 모피 근절 움직임은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동물친화적이면서도 멋진 패션에 대한 요구가 등장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 신기술의 발전으로 디자이너들이 그 요구에 부응하기가 더 쉬워졌다.

일례로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인조 모피 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마이클 코스와 톰 포드, 알렉산더 왕, 크리스찬 시리아노,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등 수많은 디자이너가 멋진 인조 모피 코트를 입은 모델들을 패션쇼 무대에 세웠다.

최근엔 진짜 모피와 인조 모피의 R값(단열·보온 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캐나다 국가대표팀은 동물친화적 재료만을 이용한 유니폼을 입었다.

구치 같은 회사들은 지속가능성 전략에 모피 반대 메시지를 끼워 넣는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쉽다. 모피는 부패를 막기 위해 처리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다량 사용된다. 또한 모피 생산은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초래한다.

게다가 소셜미디어 시대의 소비자들은 모피 농장에서 동물들이 방치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심한 상처를 입어도 치료받지 못한 채 고통 받는 광경을 비디오로 볼 수 있다.

모피 근절 운동은 패션업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도시 단위로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모피 매매 금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 댄 매튜스



※ [필자는 PETA의 캠페인 수석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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