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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캐시리스 사회’가 빈곤탈출 돕는다

현금 없는 ‘캐시리스 사회’가 빈곤탈출 돕는다

개도국 사회의 금융포용성 가로막는 장벽 제거의 열쇠는 신기술뿐
아프리카 전역에 모바일 결제가 보급됐으며 이용자가 문자 메시지로 물품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 사진:STEPHEN WANDERA-AP-NEWSIS
지난해 세계은행은 전 세계 20억 명이 아직도 은행계좌가 없거나 전자 기기를 통해 금융기관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개도국은 지역이나 정치적 불안 같은 요인들로 전통적인 금융기관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 예컨대 케냐의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이 가장 가까운 은행을 찾아가려면 3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계좌 없는 성인의 20% 이상이 임금이나 정부 수당을 계속 현금으로 받는다. 청구서와 학교 납부금도 이런 식으로 내는 사람이 많다. 은행계좌나 돈을 예치할 메커니즘이 없는 탓에 이들은 현금에 의존해 금융거래를 한다. 불행히도 이런 현금 의존은 국가경제를 약화시키고 부패를 부를 위험이 크며 궁극적으로 국민이 서로 그리고 사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한다.

그러나 현금이 소비자 금융에 어떤 제약을 줄까? 잔돈을 쌓아두면 분실 또는 도난 가능성이 있고 은행 계좌가 없을 경우 경제에 변화가 생길 때 은행이 아니라 현금 보유자가 충격을 떠안게 되며,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금 의존의 영향은 개도국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느낀다. 개인이 신용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 또는 사업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지역 공동체와 가계가 빈곤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국가들의 금융포용성(financial inclusion, 빈곤층에 정규 금융거래 수단 제공)을 확대하도록 할 수 있을까?
 모바일 결제가 현금을 줄인다
근년 들어 모바일 결제 같은 신흥기술의 도움으로 모든 대륙의 국가들이 금융 인프라를 개혁하면서 현금 없는 캐시리스 모델로 전환한다. 스웨덴부터 중국까지 현금이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스웨덴에선 국가 전체 거래의 불과 1%만 현금을 이용할 정도로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가 자리 잡았다. 중국은 소셜채널과 QR코드에 크게 의존해 노숙자까지 디지털 지갑을 통한 기부를 요청할 정도다.

필시 일부에겐 의외겠지만 개도국 세계의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부재는 현재 현금 대체 움직임을 그들이 선도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전역에 모바일 결제가 보급됐으며 이용자가 문자 메시지로 물품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예컨대 짐바브웨의 에코 캐시, 케냐의 M 페사 같은 모바일 통화 사업자들은 모바일 기기가 은행 지점보다 더 많다는 데 착안해 이용자가 교육비·식료품비·전기수도료 납부뿐 아니라 가족·친지에 송금까지 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의 서비스는 신형이든 구형이든 대다수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 가능해 금융포용성 강화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케냐의 모바일 통화 네트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섰으며 지난해 2분기에만 거래액이 50억 유로를 넘어섰다.

금융기관과 모바일 통화 서비스 제공사들의 협력사업으로 금융포용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2011~2014년 성인 7억 명이 은행계좌를 개설했으며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모바일 통화가 대안을 제공했다.
 협력사업이 신기술의 앞길 연다
협력사업은 또한 금융포용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송금업체들이 은행·핀테크 업체들과 제휴해 이주 노동자가 본국의 가족에게 돈을 부칠 수 있게 한다. 일부 국가 경제에는 송금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필리핀만 해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0%가 해외 파견 근로자에게서 나온다. 이는 일정 부분 필리핀의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덕분이다. 목적지 국가에서 이주 노동자의 정착 준비를 돕고 해외 근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송금의 중요성을 인식해 개도국에서 그런 송금 서비스의 보급을 확대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세계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다. 2009년 제35차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선 ‘5x5’ 목표가 채택됐다. 5년 내에 글로벌 송금 수수료를 10%에서 5%로 낮추는 프로그램이다. 이 목표에 따라 지난 2년 사이 전 세계 평균 송금 수수료가 7.09%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송금 수수료가 9.27%로 매우 높아 G8이 추구하는 수수료 인하 목표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전 세계의 등록 모바일 결제 계정이 2015년 12월 4억1100만 개에서 지난해 6억9000만 개로 증가했다. 실제로 스타트업 디지털리(Digitally)는 통신연결이 불량한 지역 이용자의 송금을 더 쉽게 만들었다. 이들은 휴대전화가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을 때 전화기에 삽입하면 모바일 결제 거래를 인증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이용자는 각자의 단말기에서 생성된 코드를 교환하며 이용자의 휴대전화가 통신망에 연결되면 거래 내역이 모바일 통화 시스템에 업로드된다.

이런 기술혁신 덕분에 요즘 금융분야에서 협력의 중요성이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글로벌 핀테크 리포트 2017에선 금융 서비스 업체의 82%가 향후 수년간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계속 현금이 선호 결제방식으로 남겠지만 이런 파트너십이 계속 혁신을 촉진해 세계적으로 금융포용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이는 국가 GDP 성장을 뒷받침해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국가 그리고 국제적으로 기업이 투자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신기술은 국가 전반에 걸쳐 자금흐름을 개선해 현금의존을 줄이고 금융포용성을 확대·강화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 수데시 시리얀



※ [필자는 신기술이 어떻게 금융포용성의 걸림돌 제거에 도움을 주는지 탐구하는 회사 엑스프레스 머니의 최고운영책임자(CO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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