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어디로?] 정부 압박에도 묘수 없는 삼성 · 2차안 마련 고민하는 현대차
[삼성·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어디로?] 정부 압박에도 묘수 없는 삼성 · 2차안 마련 고민하는 현대차
삼성 안팎 대안 법적·제도적 장애물에 막혀…현대차는 1차안 골격 틀에서 개선안 내놓을 듯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 4대 그룹으로는 삼성·현대차·SK·LG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SK와 LG는 진작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삼성과 현대차는 여전히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지주사 체제란 대주주 일가가 지주사를 지배하고, 지주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수직으로 거느리는 출자구조를 말한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 계열사 간 여러 개의 순환출자고리가 복잡하게 형성되는 구조를 말한다. 예컨대 ‘A사→D사→F사→A사’ 같은 출자가 순환고리에 해당한다.
정부는 삼성과 현대차에 순환출자고리를 없애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가 순환출자 구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현대차에 비하면 훨씬 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 말고도 굵직한 이슈에 직면해 있다.
삼성은 조만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8.27%(약 28조원) 가운데 무려 20조원어치를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국회에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다. 정부는 그러나 법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삼성 스스로 매각에 나서라고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 보유할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이용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 ‘3%룰’의 계산방법이 좀 특이하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의 자산으로 채권 300억원, 삼성전자 주식 10억원, 부동산 90억원이 있다고 하자. 총자산(400억원) 대비 삼성전자 주식 비중은 2.5%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보유주식 시가(시장가치)가 60억원이 됐다면 어떻게 될까. 총자산 대비 삼성전자 주식 비중을 따질 때, 분모인 총자산에는 시가(60억원)를 반영한다. 그럼 총자산은 450억원이 된다. 그런데 분자에는 취득원가(10억원)를 반영하기 때문에 비중은 오히려 2.2% 수준으로 떨어진다. 만약 분자에도 시가를 대입해야 한다면 13.3%가 되어, 삼성생명은 45억원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만 ‘3%’룰을 맞출 수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의 핵심이 바로 분자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주식가치를 ‘시가’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총자산은 258조원 정도. 3%면 약 7조7000억원대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1062만주)을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로 계산하면 불과 5600억원대다. 3%룰에 한참 여유가 있다. 그러나 시가(2018년 5월 말 주당 5만2300원 기준)를 반영하면 무려 27조7000원대에 달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조원(27조7000억원-7조7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 내부 지분율은 20.2%다.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5.37%뿐이다. 삼성생명(8.27%)·삼성화재(1.45%) 등 금융 계열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은 그래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호소한다. 삼성의 핵심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그래서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고객 돈으로 사들인 주식에 기대어 유지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 구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삼성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삼성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결단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금융위원회도 포문을 열었다. 최종구 위원장이 최근 “보험업법이 개정될 때까지 삼성생명이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하는 등 삼성을 강하게 압박했다. 금융위는 애초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보험회사의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투자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보험사에 비해 월등하게 높고, 그것도 삼성전자라는 한 회사의 주식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릴 경우 보험 가입자 피해 등 타격이 예상된다는 논리였다.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은 모두 계열사 지분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데 비해 보험사만 유독 취득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해온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삼성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지분을 늘리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실적이 좋아 주식가치가 계속 올랐다는 이야기다. 우량기업에 중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매각을 종용하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도 이 점은 인정한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처음 투자한 30년 전에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라며 “삼성으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억울해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삼성은 경영권 안정을 꾀하면서도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묘안을 찾아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금융시장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에서 그동안 여러가지 방안을 제안했지만, 모두 법적·제도적 장애물에 걸려 좌초할 가능성이 큰 방안들이었다. 삼성 내부에서 구상중인 방안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만들었던 보고서를 거론했다. 여기에 담긴 해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 보고서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는 1단계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회사를 설립을 제안한다. 2단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일반지주회사(비금융지주회사) 설립이다. 3단계로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해 최종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골자다. 마무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5년 안팎.
그러나 이 방안은 지금으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단계 금융지주회사 설립 정도는 가능하다. 삼성은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집중시키며 금융지주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그동안 해왔다. 실제로 2016년 초 금융지주 설립 방안을 가지고 금융위원회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관련한 이견으로 퇴짜를 맞았던 적이 있다. 어쨌든 1단계 실행은 현실적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이 방안은 3단계에서 결정적으로 막힌다. 최종 삼성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간금융지주회사’라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은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 등이 과거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삼성 특혜법’으로 몰려 무산됐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삼성에만 적용될 법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허용할 가능성은 작다.
사실 지금의 삼성으로서는 2단계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반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자기주식(자사주)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수록 좋다. 삼성전자를 분할해 삼성전자홀딩스(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전자(사업자회사)라는 2개의 회사를 만든다고 해 보자. 분할 전의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자기주식은 분할 후 삼성전자홀딩스가 가진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으로 변신한다.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려면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전자 지분을 20%까지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주주가치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지난해에 이미 밝혔다. 자사주가 없다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사주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삼성전자홀딩스가 매입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 20% 가치는 현재 시세기준으로 65조원 정도다.
삼성이 삼성전자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심했다는 것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은 접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김상조식 해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한때 삼성생명이 내놓은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사들일 것이란 소문이 시장에서 강하게 돌았던 적이 있다. 삼성물산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삼성전자 등에 매각하고 그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도 걸림돌이 만만찮다.
우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매수해 1대 주주가 되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물산은 보유중인 상장 자회사들에 대한 지분율을 20%, 비상장사는 40%(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각각 30%, 50%)까지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적어도 50조 안팎의 자금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정부가 모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만을 믿고 삼성이 이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쟁에 휩싸여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현실성은 더욱 떨어진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14년 처음 제출된 이후 여러 의원들이 수 차례 수정안을 냈음에도 계속 무산돼왔다. 고객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해 대주주·계열사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적법하게 계열사 주식을 취득한 후 보유주식 가치가 증가했을 뿐 게열사에 추가 자금 지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주식을 대량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신뢰 보호 원칙에 맞지 않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재벌개혁에 대한 강도가 세지면서, 공정위와 금융위 등 정부부처가 앞장서 삼성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5월 3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0.45%)를 약 1조4000억원에 블록딜(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압박에 드디어 삼성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금산법)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자사주 소각을 완료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간다. 그래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합산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게 되는데, 이 경우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분율 10%를 넘지 않기 위한 사전조치로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삼성생명 지분 추가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삼성은 금융위에 계속 “여러 가지 상황을 살피며 고심 중”이라는 말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박은 커지고 고심은 깊어가는 데 묘수는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한편 이처럼 얽히고설킨 삼성에 비하면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는 최근 지배구조개선안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거부당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현대모비스에서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방법을 추진했다. 이후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계열사에 매각하고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전량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확실히 벗어나는 한편 현대모비스를 그룹 정점에 위치한 지배회사로 만드는, 그야말로 ‘세 마리 토끼잡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에 합병되는 현대모비스 분할부분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주주들의 반발이 일자, 현대차는 1차안을 접고 새로운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차가 1차 안의 큰 골격은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분할모비스를 바로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지 않고 일단 재상장한 후 시장가치(주가)를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방법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1차 안에서는 분할모비스를 비상장 기업평가 방법에 따라 가치 평가 했다가 저평가 논란을 일으킨 만큼, 2차 안에서는 아예 분할모비스를 재상장시켜 주가에 따라 합병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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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삼성과 현대차에 순환출자고리를 없애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가 순환출자 구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현대차에 비하면 훨씬 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 말고도 굵직한 이슈에 직면해 있다.
삼성은 조만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8.27%(약 28조원) 가운데 무려 20조원어치를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국회에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다. 정부는 그러나 법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삼성 스스로 매각에 나서라고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 보유할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이용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다.
보험업법 개정안 향방 주시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 총자산은 258조원 정도. 3%면 약 7조7000억원대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1062만주)을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로 계산하면 불과 5600억원대다. 3%룰에 한참 여유가 있다. 그러나 시가(2018년 5월 말 주당 5만2300원 기준)를 반영하면 무려 27조7000원대에 달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조원(27조7000억원-7조7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 내부 지분율은 20.2%다.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5.37%뿐이다. 삼성생명(8.27%)·삼성화재(1.45%) 등 금융 계열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은 그래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호소한다. 삼성의 핵심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그래서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고객 돈으로 사들인 주식에 기대어 유지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 구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삼성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삼성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결단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금융위원회도 포문을 열었다. 최종구 위원장이 최근 “보험업법이 개정될 때까지 삼성생명이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하는 등 삼성을 강하게 압박했다. 금융위는 애초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보험회사의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투자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보험사에 비해 월등하게 높고, 그것도 삼성전자라는 한 회사의 주식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릴 경우 보험 가입자 피해 등 타격이 예상된다는 논리였다.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은 모두 계열사 지분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데 비해 보험사만 유독 취득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해온 것 자체가 비정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상조 보고서 안은 현실성 떨어져
삼성은 경영권 안정을 꾀하면서도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묘안을 찾아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금융시장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에서 그동안 여러가지 방안을 제안했지만, 모두 법적·제도적 장애물에 걸려 좌초할 가능성이 큰 방안들이었다. 삼성 내부에서 구상중인 방안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만들었던 보고서를 거론했다. 여기에 담긴 해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 보고서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는 1단계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회사를 설립을 제안한다. 2단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일반지주회사(비금융지주회사) 설립이다. 3단계로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해 최종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골자다. 마무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5년 안팎.
그러나 이 방안은 지금으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단계 금융지주회사 설립 정도는 가능하다. 삼성은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집중시키며 금융지주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그동안 해왔다. 실제로 2016년 초 금융지주 설립 방안을 가지고 금융위원회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관련한 이견으로 퇴짜를 맞았던 적이 있다. 어쨌든 1단계 실행은 현실적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이 방안은 3단계에서 결정적으로 막힌다. 최종 삼성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간금융지주회사’라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은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 등이 과거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삼성 특혜법’으로 몰려 무산됐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삼성에만 적용될 법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허용할 가능성은 작다.
사실 지금의 삼성으로서는 2단계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반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자기주식(자사주)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수록 좋다. 삼성전자를 분할해 삼성전자홀딩스(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전자(사업자회사)라는 2개의 회사를 만든다고 해 보자. 분할 전의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자기주식은 분할 후 삼성전자홀딩스가 가진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으로 변신한다.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려면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전자 지분을 20%까지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주주가치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지난해에 이미 밝혔다. 자사주가 없다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사주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삼성전자홀딩스가 매입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 20% 가치는 현재 시세기준으로 65조원 정도다.
삼성이 삼성전자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심했다는 것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은 접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김상조식 해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한때 삼성생명이 내놓은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사들일 것이란 소문이 시장에서 강하게 돌았던 적이 있다. 삼성물산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삼성전자 등에 매각하고 그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도 걸림돌이 만만찮다.
우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매수해 1대 주주가 되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물산은 보유중인 상장 자회사들에 대한 지분율을 20%, 비상장사는 40%(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각각 30%, 50%)까지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적어도 50조 안팎의 자금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정부가 모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만을 믿고 삼성이 이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쟁에 휩싸여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현실성은 더욱 떨어진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14년 처음 제출된 이후 여러 의원들이 수 차례 수정안을 냈음에도 계속 무산돼왔다. 고객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해 대주주·계열사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적법하게 계열사 주식을 취득한 후 보유주식 가치가 증가했을 뿐 게열사에 추가 자금 지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주식을 대량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신뢰 보호 원칙에 맞지 않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이다.
공정위·금융위 전방위 압박
한편 이처럼 얽히고설킨 삼성에 비하면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는 최근 지배구조개선안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거부당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현대모비스에서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방법을 추진했다. 이후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계열사에 매각하고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전량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확실히 벗어나는 한편 현대모비스를 그룹 정점에 위치한 지배회사로 만드는, 그야말로 ‘세 마리 토끼잡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에 합병되는 현대모비스 분할부분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주주들의 반발이 일자, 현대차는 1차안을 접고 새로운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분할모비스 재상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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