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민 기자의 위헌한 경제(9) | 해고예고 예외, 어디까지] “내일부터…” 일용직은 가능 월급직은 불가능
[함승민 기자의 위헌한 경제(9) | 해고예고 예외, 어디까지] “내일부터…” 일용직은 가능 월급직은 불가능
‘6개월 미만 근속 월급근로자는 예외’는 위헌…개정안에 따라 부활할 수도
‘경제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원초적 기준은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아니, 단순히 합법적인 경제는 정의로운 경제일까. 또는 법에 어긋난 경제활동은 모두 불공정한 행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법률의 근간이자 잣대가 되는 헌법으로 경제를 짚어봤다. 실제 헌법소원 판례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경제와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위헌(違憲)’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살펴본다. “내일부터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직장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건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의 막막함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더구나 국내 직장인들은 1990년대 말 직·간접적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하루 아침에 퇴직을 ‘당한’ 가장들의 쓸쓸하고 무거운 뒷모습이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전 국민의 가슴 속에 각인돼 있는 만큼, 그 공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이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장치가 하나 있다. 바로 ‘해고예고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는 사용자는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 사실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부당해고 구제명령 불이행을 제외하면 해고와 관련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유일한 규정이다. 5인 이상 사업장에는 모두 적용되는 만큼 그 적용 범위도 넓은 편이다.
물론 예고를 했다고 해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해고예고는 ‘정당한 사유’의 해고와 별도로, ‘정당한 절차’의 해고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부당해고는 법적 절차를 거쳐 무효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해고예고는 다르다. 학계에서는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해고 사유의 정당성에 따라서는 해고가 무효가 될 수 있지만, 미리 통보하지 않은 경우는 해고 조치를 무를 수 없다는 얘기다. 해고예고 관련 재판에서 주요 요구가 ‘해고조치를 취소해달라’가 아니라 ‘해고 수당을 지급해달라’인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해고예고제는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거나, 그 기간 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해 해고로 인한 근로자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다만 여기엔 예외 규정이 있다. 모두가 해고예고의 보호 대상이 되진 않는다는 얘기다. 근로기준법 제35조는 ①3개월 미만 근무한 일용근로자 ②2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사용된 근로자 ③6개월 미만 근무한 월급근로자 ④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용된 근로자 ⑤수습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해고예고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예외를 두는 것은 정당한가, 그리고 그 수준은 적당한가. 2009년 5월부터 학원강사로 일했던 A씨. 약 1개월 반 정도가 지난 어느 날 그는 예고 없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A씨는 해고예고 규정을 들어 한 달치 해고수당 140만원을 달라고 학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학원은 그럴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A씨가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은 학원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해고예고 예외 조항인 ‘근로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A씨는 예외 조항이 담긴 근로기준법 제35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지금 진행 중인 소송에 적용할 법 자체가 잘못됐으니, 그 법이 위헌이 아닌지 먼저 따져달라’고 법원에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해당 규정의 위헌여부를 심사해달라며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헌재까지 간 A씨는 해고로부터 8년이 지나 원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2015년 12월 23일 헌재는 “근무 기간 6개월 미만의 월급근로자를 해고예고제도 적용에서 제외한 것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근속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를 차별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제35조 3호에 대해 재판관 9인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는 헌재의 위헌결정을 근거로 대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해고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결정에는 시대에 따라 바뀐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반영됐다. 사실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는 이미 헌법재판소에 오른 적이 있었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14년 전이다. 사연은 A씨와 비슷하다. 1999년 한 달 간 한 건설사의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다 예고 없이 해고를 당한 B씨가 해고예고 제도의 적용이 배제됐다는 걸 알고 소송 끝에 2001년 헌법 소원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때 결과는 2015년과 달랐다. 당시 헌재는 해고예고제의 취지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근로자 보호와 사용자의 효율적인 기업 경영 및 기업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의 조화를 고려한 합리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고, 6개월이라는 기준이 해고예고 제도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킬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주목할 만한 건 이 때 나온 소수의견이다. 당시 권성·김효종 두 재판관은 “6개월 미만 월급 근로자는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자들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며 “오히려 해고예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전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거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 문구는 그로부터 14년 후 고스란히 위헌 결정 이유로 인용됐다. 달라진 점은 두 명의 소수의견이 아니라 재판관 9명 전원의 의견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이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위헌결정이 있기 전부터 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먼저 다른 예외와 달리 그 사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외 조항 1호, 2호, 4호, 5호의 경우 ‘단기 근로계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 짧은 근무 기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3호의 경우 계약과 관계 없이 ‘근무 기간이 짧은 월급근로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적용 제외 대상이 되는 이유가 일관성과 체계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형평성에도 금이 갔다. ‘월급근로자’를 콕 집어 명시하면서 주급·일급·시간급 근로자는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01년 합헌 결정 때도 헌재는 이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이 조항이 1953년에 제정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월급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 받는 자가 드문 사회현실을 반영하여 월급 근로자만을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월급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 받는 근로자 사이에서 차별이 문제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법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2001년 결정에는 “독일·프랑스 등의 입법례를 볼 때 6개월의 근무는 국제적으로도 해고예고 또는 해고제한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노동부 장관의 의견이 포함됐다. 헌재도 이 의견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규정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해고예고 제도의 적용제외사유가 특별히 지나치게 광범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유럽 각국은 근로 기간에 따라 해고예고 기간을 달리 하고 있을 뿐이고, 제도가 거의 같은 일본도 근무 기간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를 예외로 두고 있지 않다”고 다르게 해석했다. 위헌결정으로 근로기준법 제35조 3호는 효력을 상실했다. 이로써 더 많은 근로자가 해고예고제의 테두리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모든 근로자가 해고예고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남아 있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일용직 근로자다. 1일 단위로 근로 계약을 맺는 형태의 경우로, 건설 현장이나 단순 노무직이 많다. 이들은 효력을 잃은 3호가 아니라 1호 예외 규정 ‘3개월 미만 근무한 일용근로자’을 적용 받는다.
최근 이에 대한 헌법재판 사례도 있었다. C씨는 2016년 6월 한 회사와 한 달 간 일당을 받고 주방조리 보조업무를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했다. 근무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회사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수당도 받지 못했다. 근무한 지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5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일용근로자’인지 ‘상용(월급)근로자’인지가 헌재의 판단을 엇갈리게 한 것이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일용근로자는 계약한 1일 단위의 근로기간이 종료되면 해고의 절차를 거칠 것도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게 원칙”이라며 “해고예고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당한 갱신거절에 의하여 기간이 만료되는 것은 해고가 아니므로 이때에 예고는 필요하지 않은 절차로 본 것이다. 또 헌재는 “3개월 이상 근무하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산업재해보상법 등의 적용과 관련해 상용근로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된다”며 “최소한의 기간으로 3개월이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용근로 계약을 체결한 후 근속기간이 3개월이 안 된 근로자를 해고할 때도 이를 적용토록 하면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3개월 미만 근속의 일용직 근로자를 예외로 둔 것은 그 수준과 정도로 봤을 때도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 월급근로자의 해고예고 규정도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위헌 결정으로 3호 예외 규정은 일단 무효가 됐지만, 향후 개정 방향에 따라 다시 예외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이와 관련해 제시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순하게 위헌 결정을 받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의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삭제하는 것이다. 해고예고의 적용제외대상을 단기 근로계약 또는 임시적 업무의 경우로 통일해 체계화하고, 보수의 지급형태를 이유로 한 해고예고의 예외는 없앤다는 개념이다.
또는 해고예고의 적용제외를 규정한 현행 근로기준법 제35조를 통째로 삭제할 수도 있다. 대신 해고예고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예외 규정을 통합해 두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앞과 달리 예외 대상의 기준이 ‘단기 근로계약’이 아니라 ‘근속 기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일용직이든 월급·주급·시간급 근로자든 ‘3개월 미만 근속 근로자’로 단일화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월급근로자도 3개월 미만 근무했을 경우 해고예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국회에는 두 가지 안 모두 발의돼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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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원초적 기준은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아니, 단순히 합법적인 경제는 정의로운 경제일까. 또는 법에 어긋난 경제활동은 모두 불공정한 행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법률의 근간이자 잣대가 되는 헌법으로 경제를 짚어봤다. 실제 헌법소원 판례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경제와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위헌(違憲)’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살펴본다. “내일부터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직장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건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의 막막함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더구나 국내 직장인들은 1990년대 말 직·간접적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하루 아침에 퇴직을 ‘당한’ 가장들의 쓸쓸하고 무거운 뒷모습이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전 국민의 가슴 속에 각인돼 있는 만큼, 그 공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이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장치가 하나 있다. 바로 ‘해고예고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는 사용자는 적어도 30일 전에 해고 사실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부당해고 구제명령 불이행을 제외하면 해고와 관련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유일한 규정이다. 5인 이상 사업장에는 모두 적용되는 만큼 그 적용 범위도 넓은 편이다.
물론 예고를 했다고 해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해고예고는 ‘정당한 사유’의 해고와 별도로, ‘정당한 절차’의 해고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부당해고는 법적 절차를 거쳐 무효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해고예고는 다르다. 학계에서는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해고 사유의 정당성에 따라서는 해고가 무효가 될 수 있지만, 미리 통보하지 않은 경우는 해고 조치를 무를 수 없다는 얘기다. 해고예고 관련 재판에서 주요 요구가 ‘해고조치를 취소해달라’가 아니라 ‘해고 수당을 지급해달라’인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해고예고제는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거나, 그 기간 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해 해고로 인한 근로자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다만 여기엔 예외 규정이 있다. 모두가 해고예고의 보호 대상이 되진 않는다는 얘기다. 근로기준법 제35조는 ①3개월 미만 근무한 일용근로자 ②2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사용된 근로자 ③6개월 미만 근무한 월급근로자 ④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용된 근로자 ⑤수습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해고예고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예외를 두는 것은 정당한가, 그리고 그 수준은 적당한가.
14년 만에 ‘합헌→위헌’ 바뀌어
그러자 A씨는 예외 조항이 담긴 근로기준법 제35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지금 진행 중인 소송에 적용할 법 자체가 잘못됐으니, 그 법이 위헌이 아닌지 먼저 따져달라’고 법원에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해당 규정의 위헌여부를 심사해달라며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헌재까지 간 A씨는 해고로부터 8년이 지나 원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2015년 12월 23일 헌재는 “근무 기간 6개월 미만의 월급근로자를 해고예고제도 적용에서 제외한 것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근속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를 차별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제35조 3호에 대해 재판관 9인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는 헌재의 위헌결정을 근거로 대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해고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결정에는 시대에 따라 바뀐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반영됐다. 사실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는 이미 헌법재판소에 오른 적이 있었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14년 전이다. 사연은 A씨와 비슷하다. 1999년 한 달 간 한 건설사의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다 예고 없이 해고를 당한 B씨가 해고예고 제도의 적용이 배제됐다는 걸 알고 소송 끝에 2001년 헌법 소원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때 결과는 2015년과 달랐다. 당시 헌재는 해고예고제의 취지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근로자 보호와 사용자의 효율적인 기업 경영 및 기업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의 조화를 고려한 합리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고, 6개월이라는 기준이 해고예고 제도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킬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헌재 “단기 근로자일수록 보호 더 필요”
물론 하루 아침에 이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위헌결정이 있기 전부터 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먼저 다른 예외와 달리 그 사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외 조항 1호, 2호, 4호, 5호의 경우 ‘단기 근로계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 짧은 근무 기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3호의 경우 계약과 관계 없이 ‘근무 기간이 짧은 월급근로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적용 제외 대상이 되는 이유가 일관성과 체계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형평성에도 금이 갔다. ‘월급근로자’를 콕 집어 명시하면서 주급·일급·시간급 근로자는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01년 합헌 결정 때도 헌재는 이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이 조항이 1953년에 제정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월급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 받는 자가 드문 사회현실을 반영하여 월급 근로자만을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월급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 받는 근로자 사이에서 차별이 문제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해외 법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2001년 결정에는 “독일·프랑스 등의 입법례를 볼 때 6개월의 근무는 국제적으로도 해고예고 또는 해고제한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노동부 장관의 의견이 포함됐다. 헌재도 이 의견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규정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해고예고 제도의 적용제외사유가 특별히 지나치게 광범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유럽 각국은 근로 기간에 따라 해고예고 기간을 달리 하고 있을 뿐이고, 제도가 거의 같은 일본도 근무 기간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를 예외로 두고 있지 않다”고 다르게 해석했다.
국회서 개정안 계류 중
최근 이에 대한 헌법재판 사례도 있었다. C씨는 2016년 6월 한 회사와 한 달 간 일당을 받고 주방조리 보조업무를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했다. 근무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회사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수당도 받지 못했다. 근무한 지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5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일용근로자’인지 ‘상용(월급)근로자’인지가 헌재의 판단을 엇갈리게 한 것이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일용근로자는 계약한 1일 단위의 근로기간이 종료되면 해고의 절차를 거칠 것도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게 원칙”이라며 “해고예고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당한 갱신거절에 의하여 기간이 만료되는 것은 해고가 아니므로 이때에 예고는 필요하지 않은 절차로 본 것이다. 또 헌재는 “3개월 이상 근무하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산업재해보상법 등의 적용과 관련해 상용근로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된다”며 “최소한의 기간으로 3개월이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용근로 계약을 체결한 후 근속기간이 3개월이 안 된 근로자를 해고할 때도 이를 적용토록 하면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3개월 미만 근속의 일용직 근로자를 예외로 둔 것은 그 수준과 정도로 봤을 때도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 월급근로자의 해고예고 규정도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위헌 결정으로 3호 예외 규정은 일단 무효가 됐지만, 향후 개정 방향에 따라 다시 예외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이와 관련해 제시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순하게 위헌 결정을 받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의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삭제하는 것이다. 해고예고의 적용제외대상을 단기 근로계약 또는 임시적 업무의 경우로 통일해 체계화하고, 보수의 지급형태를 이유로 한 해고예고의 예외는 없앤다는 개념이다.
또는 해고예고의 적용제외를 규정한 현행 근로기준법 제35조를 통째로 삭제할 수도 있다. 대신 해고예고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예외 규정을 통합해 두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앞과 달리 예외 대상의 기준이 ‘단기 근로계약’이 아니라 ‘근속 기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일용직이든 월급·주급·시간급 근로자든 ‘3개월 미만 근속 근로자’로 단일화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월급근로자도 3개월 미만 근무했을 경우 해고예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국회에는 두 가지 안 모두 발의돼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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