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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에도 ‘언어’가 있다

얼굴 표정에도 ‘언어’가 있다

눈가 잔주름은 감정의 진지함을 표시하는 지표로 인식돼
눈가 잔주름은 긍정적인 표정과 부정적인 표정 둘 다를 강조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나타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포복절도하든 건너편 사람을 째려보든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는 순간 우리 눈가엔 잔주름이 잡힌다. 고통부터 기쁨까지 다양한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는 이런 눈가 잔주름을 ‘뒤셴 마커(Duchenne marker)’라고 한다. ‘뒤셴 미소’에서 나타나는 표지라는 뜻이다.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가고 눈가에는 주름이 잡히는 진짜 웃음을 가리킬 때 흔히 ‘뒤셴 미소’라고 한다. 이때 사용하는 근육은 사람이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짜 웃음이라는 것이다. 이를 최초로 발견한 신경학자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눈가 잔주름이 우리 감정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제학술지 이모션에 발표된 이 연구를 이끈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대니얼 메싱거 심리학 교수는 “찰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표정을 연구한 이래 여러 과학자가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란 간단하고 기본적인 의미를 가진 ‘안면 움직임’을 말한다.”

그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이 언어의 한 가지 열쇠가 눈의 수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눈의 움직임은 긍정적인 표정과 부정적인 표정 둘 다를 강조한다. 다윈의 도발적인 논평(인간과 동물의 표정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래 성인에게서 이 문제를 다룬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뒤셴 마커를 진지함의 표시로 나타내 보이도록 우리 뇌가 프로그램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야 투쟁(visual rivalry)’이라는 시각 테스트 기법을 사용했다. 두 눈에 각각 다른 패턴을 보였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어느 한쪽 패턴만 보이고 다른 것은 억제돼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컴퓨터로 만든 아바타를 보여줬다. 한쪽 눈에는 뒤셴 마커가 있는 아바타, 다른 쪽 눈에는 그런 표지가 없는 아바타를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그 이미지를 보면서 아바타의 표정이 얼마나 강렬하고 진지한지 평가했다. 그 결과 뒤셴 마커가 있는 아바타가 그런 표지가 없는 아바타보다 기쁨과 슬픔의 강렬한 느낌을 나타낸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더 컸다.

그렇다면 눈가 주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연구에 참여한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슐릭 의치과 대학원의 훌리오 마르티네스-트루이요 교수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때 상대가 진지한지 그렇지 않는지 우리 뇌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마커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폐증 환자에게 같은 테스트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폐증 환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한다. 따라서 자폐증이 진지함의 표지인 눈가 주름을 파악하는 능력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 이제 그 문제를 탐구하고 싶다.”

이 연구는 또 우리가 특정 감정을 가질 때 왜 얼굴이 특이한 방식으로 움직이며, 그것이 우리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다른 연구는 우리가 주변시(시선의 바로 바깥쪽 범위)로 얼굴 표정을 얼마나 잘 파악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주변시로도 기쁨과 놀라움을 잘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슬픔과 분노를 알아보는 면에선 정확도가 떨어졌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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