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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맞섰다간 철창행 면키 어렵다”

“그들에게 맞섰다간 철창행 면키 어렵다”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생전 육성 증언, 잔혹한 빈 살만 정권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개혁의 희망 놓지 않아
2015년 바레인 마나마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카슈끄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신변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관한 뉴스위크 커버스토리(지난 7월 9일자)를 위해 취재 중이었고 카슈끄지(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나의 취재원이었다. 우리 인터뷰는 비공개(오프 더 레코드)로 진행됐다. 이 인터뷰를 지금까지 못 실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이유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기사의 게재를 미룬 것은 그의 피살에 관한 초기 보도에도 난 카슈끄지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일말의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다. 사우디 왕세자 정권의 잔혹함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카슈끄지가 지난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의 손에 끔찍한 죽음을 당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우리가 사우디의 미래와 최근 상황을 두고 인터뷰하는 내내 카슈끄지는 침착하고 신중했다. 그는 “난 나 자신을 반체제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진정한 개혁으로 더 나은 사우디가 건설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MB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젊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에게 지금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사우디의 시민사회 활동을 허용할 것을 설득하려고 애썼지만 소용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카슈끄지는 MBS가 비록 ‘구식 부족장’이지만 잘 설득하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리라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MBS를 에워싸고 있는 ‘폭력배 같은’ 측근들을 보면서 큰 좌절을 느낀 듯했다. “그들에게 맞섰다가는 철창행을 면키 어렵다.”

카슈끄지는 수십 년 동안 사우디 왕실과 가까웠기 때문에 개혁의 한계를 직감으로 알았다. 그는 살해된 직후 사우디 정부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혔다. 그러나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카슈끄지는 예멘부터 시리아, 사우디 내부의 종파분쟁까지 모든 주요 문제에서 공식 사우디 노선을 따랐다. 그러나 그런 충직함도 그를 구하지 못했다. 터키 관리들에 따르면 그는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뒤 시신까지 훼손당했다.

어떻게 보면 카슈끄지는 ‘아랍의 봄’이 제시한 약속을 6년이나 늦게 받아들인 셈이다. 그때쯤 사우디와 동맹국들은 이집트와 바레인 등지에서 잔혹한 독재 질서를 복구시켰다. 그러나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뒤늦게 카슈끄지의 목소리가 더해지자 사우디 정권이 뒤흔들렸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 신문 알하야트에 2017년 기고한 마지막 칼럼(그 후 사우디 정부가 압력을 넣어 그 칼럼 연재를 폐지시켰다)에서 사우디 정권이 반체제 인사를 범법자로 몰기 위해 ‘극단주의’라는 단어를 무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MBS는 젊은 개혁가를 자처하며 서방 순방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변호사, 진보적인 지식인, 시아파운동가, 여권운동가, 언론인 등 사우디 정권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중 다수가 투옥 중이다. 미국과 유럽은 젊은 사우디 왕세자가 ‘개혁가’라는 말을 기꺼이 믿었지만 카슈끄지는 그것이 과장된 선전임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MBS는 자신만 믿을 뿐 다른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겐 바른 말을 해줄 참모가 없다. 그는 사우디를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나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MBS(왼쪽)는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 사진:AP-NEWSIS
국제사회가 MBS를 압박해서 사우디 국민을 보호할 수 없느냐고 묻자 카슈끄지는 “그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희망’이 그 자신의 희생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아이러니컬하다. 다음은 우리 대화 녹취록의 발췌문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개혁가로서 이슬람을 개혁한다고 주장하는데 맞는 말인가?


이슬람 개혁이 아니라 와하비 개혁이다. 그 두 가지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와하비는 이슬람의 가장 극단적인 운동으로 비이슬람적으로 비치는 무슬림 사회의 모든 관행을 정화하는 것이 목표이며, 사우디 수니파 이슬람의 공식 이념이다.]



하지만 그게 실질적인 개혁인가 겉치레인가?


실질적이다. 종교경찰의 개념을 제쳐놓으면 진짜 개혁이다. 그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하비 골수파는 개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여성의 운전 그리고 영화 상영을 허용하며, 오락산업을 개발하고, 여성의 얼굴 베일을 걷어 올리는 것은 와하비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MBS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문제를 개혁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 개혁도 필요하다. 그는 그로부터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사회와 무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이슬람의 다양성을 허용하고 사법 개혁에 나선다면 나는 그를 진정한 개혁가로 생각할 것이다.



‘이슬람의 다양성’이란 무슨 뜻인가?


이슬람은 사상이 다양한 종교라는 의미다. 매주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와하비의 핵심은 반다양성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실의 유일한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와하비파는 다른 모든 종파와 갈등을 일으킨다.



여성의 얼굴 베일을 걷어 올리고, 영화와 음악을 허용하며, 여성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젊은 층의 인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을 남성의 ‘보호후견제’에서 독립시키는 진정한 사법 개혁은 어떻게 돼가는가?


물론 여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사법 개혁을 여성에게만 국한시켜선 안 된다. 압둘아지즈 국왕(1932년 현대 사우디 국가를 건설한 이븐 사우드 국왕) 이래 사우디 통치자들은 법의 성문화를 거부했다. 그들은 법의 성문화를 세속적이라고 생각하고 금지한다. 내가 말하는 사법 개혁은 성문법을 도입하고 사법 절차를 확립해 판사들이 그 절차를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MBS의 개혁으로 이제 사우디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 사진:AP-NEWSIS


MBS는 지난해 11월 부패 청산을 내세우며 차기 왕권을 다툴 우려가 있는 왕자와 대기업 경영자, 전·현직 고위 인사 수백 명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수일간 구금하고 재산 헌납과 충성맹세를 받고 나서야 풀어줬다. 그때 적법한 사법 절차도 없었고 증거도 없었으며 투명성도 없었다. MBS가 진정한 개혁가로 인정 받기 원한다면 그들의 범법 증거를 제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도 그의 편에 서지 않을까?


그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의 내면을 보면 본질적으로 ‘구식 부족장’이다. 쿠웨이트를 보라. 쿠웨이트 사회는 사우디와 흡사하다. 하지만 쿠웨이트의 사법 체제는 사우디보다 훨씬 발전했고 투명하다. 그렇다면 MBS가 왜 그런 개혁을 생각하지 못할까? 그럴 경우 자신이 마음대로 나라를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 세계의 현대화 과실과 실리콘밸리, 영화를 즐기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할아버지처럼 독재 통치를 원한다.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 그 두 가지를 어떻게 한꺼번에 모두 가질 수 있는가?


하지만 그는 전부 다 갖고 싶어 한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우선 그를 압박할 수 있는 정치운동이 사우디엔 없다. 게다가 세계가 그에게 만족한다. 미국에서 버니 샌더스(상원의 유일한 사회주의자)를 제외하면 MBS에게 압력을 가하라고 촉구하는 사람을 본 적 있나?



미국은 2004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개혁가라고 치켜세웠다. 또 1984년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개혁가라고 불렀다. 역사는 미국이 생각한 것이 5~10년만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래서 난 미국의 인식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옳은 얘기다. 하지만 사우디인 수백 명이 리츠칼튼 호텔에 억류됐다고 해서 미국이 신경 쓸 필요가 어디 있는가? 내 생각엔 미국은 진정한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면 MBS에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9·11 테러 같은 사건 말인가?


그렇다. 그런 위기나 그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다시 사우디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MBS는 지난해 6월 사촌인 무함마드 빈나예프의 왕세자 자리를 빼앗았다. 업계 지도자나 빈 나예프와 가까운 인사들을 탄압하면 나라가 안정될 수 있을까?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안정된 통치나 개혁이 가능할까?


사우디보다 훨씬 가난하고 쿠데타와 탄압 역사가 화려한 나라를 통치하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보라. 요즘은 이집트에서 그 누구도 혁명을 계획할 수 없다. 그런 면을 감안하면 그보다 돈이 더 많고 지지도 더 많이 받으며 통치할 인구가 더 적은 MBS는 아주 오랫동안 아무런 도전 없이 사우디를 통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비전 2030’(경제 다각화 추진을 위한 그의 야심적인 계획)에 약 5000억 달러를 쏟아붓고는 10년 뒤 약속한 투자 수익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는 곤경에 처할 것이다.
MBS가 기업가와 왕자들을 억류했던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 로비. / 사진:AP-NEWSIS


그게 MBS의 유산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비전 2030’ 같은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성공한다면 MBS는 두 번째로 위대한 사우디 지도자로 국민의 칭송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또 수백만 명의 사우디 국민이 그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MBS는 살만 국왕 몰래 자신의 어머니도 가택연금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MBS는 자신의 왕세자 등극에 반대하는 어머니가 왕세자 교체 움직임을 막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어머니와 관련된 기사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라.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4명의 정보 소식통이 그 이야기를 확인한 것으로 기사에 나와 있다. 그들이 누구일까? 미국인이다. 미국인이 그런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CIA가 그랬다는 얘기다. 왜 그랬을까? 나는 CIA 내부에 MBS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본다.



MBS가 심지어 어머니의 말도 듣지 않고 자신의 계획에 반대하면 무조건 감금해버린다는 사실은 그 자신의 끔찍한 성향을 시사하지 않는가?


그에겐 투르키 알셰이크와 사우드 알카 타니 외에는 정치 참모가 없다. 그들은 아주 무자비하다.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한다. 그들에게 맞섰다가는 철장행을 면키 어렵다. 실제로 그렇다. 알셰이크는 스포츠 부문을 맡고 있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스포츠에 쏠리도록 만들기 위해 그가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 원래 그는 경찰에 있었다. 그가 어떻게 MBS의 측근이 됐는지 알 수 없다.



MBS의 개혁은 수익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예를 들어 영화는 돈을 벌어들이는 좋은 수단 아닌가?


그는 ‘주식회사 사우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두바이 모델을 좋아한다. 두바이 정부는 국가 정부인 동시에 대기업처럼 기능한다. 그들은 두바이에 사는 외국인에게 술과 영화 등 유흥을 제공하면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그런 모델은 사우디에 맞지 않는다. 두바이는 도시국가이고 사우디는 영토가 넓은 실질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MBS가 ‘주식회사 사우디’를 건설하고 일부 사우디인이 거기서 돈을 쓰면 그 돈이 정부로 흘러들어가겠지만 수백만 명의 다른 사우디인은 너무 가난해 그런 신경제의 일부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일자리도 없다. MBS는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



나와 당신 같은 아랍인 수백만 명은 이슬람주의가 아니라 더 나은 사우디를 원한다. MBS가 진짜 개혁을 실행하고 싶다면 자유와 사회적 정의, 일자리, 음식을 요구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사우디에 갈 기회가 있다거나 사우디 정부와 가까운 인사와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다면 그들은 아랍인이 무식하다고 말해줄 것이다. ‘아랍인은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모른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것이 첫째 고려사항이다. 둘째는 이슬람주의에 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슬람주의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아랍권의 어디에서든 민주주의가 있으면 이슬람주의가 등장한다. 정부 자체가 이슬람주의거나 이슬람주의 정당이 연정에 참여한다. 튀니지와 모로코가 좋은 예다. MBS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그는 이슬람주의를 경멸한다. 그래서 ‘아랍의 봄’을 싫어한다. 이제 그는 ‘아랍의 봄’에 반대하는 홍보 캠페인의 수위를 높였다. 저명인, 작가, TV, 알아 라비아 같은 뉴스 채널이 끊임없이 ‘아랍의 봄’을 공격한다. 또 MBS는 종교를 이용해 혁명과 ‘아랍의 봄’을 공격한다.
지난 3월 초 영국을 방문한 MBS가 찰스 왕세자를 만났다. / 사진:AP-NEWSIS


‘종교를 이용한다’는 의미는 뭔가?


MBS는 통치자에 반대하는 행위를 금하는 살라피주의나 와하비주의를 이용한다.



‘누구도 통치자에 반대할 수 없다, 통치자에 도전하는 행위는 금기’라고 말하는 성직자를 이용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다시금 사우디에서 사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가?


개혁이라기보다 정상화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아직 개혁은 아니다. MBS는 갇혀 있던 사람들이 공동사회에 합류하도록 문을 열어줬을 뿐이다. 그 문이 열려 여성이 자유를 얻고 오락이 허용되며 공동사회에 종교색이 줄어들고 있어 이제는 실질적인 개혁을 할 차례다. 사우디에선 아직 개혁이 시작되지 않았다. 실질적인 개혁의 관건은 제대로 돌아가는 경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사우디 경제는 침체돼 있다. 조금 전에 사우디 사업가와 점심식사를 했는데 그는 힘들다고 했다. 이곳 미국에선 예를 들어 마이애미 같은 도시의 시장에 출마하면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해 부자도 만나겠지만 빈민 지역도 찾아갈 것이다. 그들에게서 무엇이 문제인지 들어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MBS는 그런 면이 없다. 그가 리야드의 빈민가를 방문하는 사진을 본 적이 없다.



지금 사우디 교도소에 있는 많은 사람처럼 당신도 정치 개혁을 요구한다. 그들은 지금도 구금돼 있고 당신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다시 말해 그런 요구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MBS는 자신이 주창하는 개혁을 믿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실제로 자신의 개혁을 믿는다.



그렇다면 완전히 독재적 사고방식 아닌가?


그런 사고방식이 지금 중동 대부분의 지역에 만연한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아랍 국가 지도자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보라. 물론 거기서 요르단 국왕과 모로코 국왕은 예외라고 말할 수 있다.



MBS는 얼마 전 뉴욕과 워싱턴 D.C.를 방문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가 런던에 갔을 때 누군가 유대인 대표와 비공식 만남을 가지라고 조언했는데 그는 너무 위험하다며 거절했다. 어떤 우려가 있었을까?


실제로 사우디는 지난 4월 자국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예루살렘 정상회의’라고 이름 붙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왜 그랬을까? 난 그것이 사우디를 향한 아랍 세계의 분노에 대한 반응이라고 본다. 이스라엘을 인정하면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유대인 로비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뜻이다. 물론 그 다음 미국이 실제로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도 사우디는 별 반응 없이 어물쩍 넘겼다. 아울러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약간 뒷걸음질쳐 ‘아니 우린 아직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 같다. 또 그는 지난해 11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에 너무 관대하다는 이유로 사우디를 방문한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를 구금한 뒤 사임을 종용했다가 나중에 다시 그를 지지했다. 일관성이 없다.
지난해 10월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 MBS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개혁 계획을 설명했다. / 사진:AP-NEWSIS


사실 MBS가 식당에서 하리리 총리와 포옹하고 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하리리 총리 문제를 두고 MBS에게 압력을 넣었다. 그러자 MBS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리리 총리는 프랑스 정부에 친구가 많다.



국제사회의 반발이 있다면 MBS도 뜻을 굽힐 수 있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그렇다면 사우디 국민 대신 국제사회가 MBS를 상대로 견제와 균형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이 MBS에게 터무니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면 그는 뒤로 물러설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우디 국민은 ‘전하, 우리 돈 수십억 달러를 그런 말도 안 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제발 낭비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힘이나 영향력이 없다.



사우디는 예멘에서 승산 없어 보이는 전쟁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다. 또 사우디는 카타르 봉쇄(사우디는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를 지원한다며 단교하고 카타르를 고립시키는 조치를 취했다)의 대가도 치르고 있다. 카타르가 사우디에서 수입하던 많은 상품을 다른 곳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정책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소모적이다. MBS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지 않은가?


MBS가 예멘에서 이란의 존재에 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예멘에서 이란을 쫓아내고 싶어 한다. 동시에 그는 예멘의 이슬람주의자들도 의심한다. 그래서 그는 예멘에서 후티족을 제거하는 승리를 원한다. 물론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도 MBS에게 ‘전하, 이 정책은 잘못됐습니다. 예멘에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일인 통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건 또 개인적인 복수이기도 하다. 그가 예멘 내전을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카타르와의 문제도 아주 개인적인 위기가 됐다.



카타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MBS는 이란을 우려하는 만큼 정치적인 이슬람과 무슬림형제단, ‘아랍의 봄’ 세력을 우려한다. 그는 그 전부를 위협으로 본다. 또 그는 카타르를 ‘아랍의 봄’과 정치적인 이슬람의 생명선으로 판단한다. 그는 카타르가 알자지라 방송이나 재정으로 ‘아랍의 봄’과 정치적 이슬람을 지원하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 만약 카타르가 바레인처럼 정치적인 이슬람이나 ‘아랍의 봄’과 완전히 단절하고 그들에게 등을 돌린다면 MBS가 대환영할 것이다.



그는 카타르가 사우디에 의존하는 종속국처럼 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 카타르가 ‘아랍의 봄’ 세력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동의하면 그처럼 종속국이 될 수 있다. MBS와 MBZ(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예드 왕세자)는 ‘아랍의 봄’ 세력을 거의 질식시켰지만 카타르에서만 그들이 숨 쉴 공간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제 그들은 그 숨쉴 공간을 밀폐시키려 한다. ‘아랍의 봄’은 하나의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는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 카타르가 여전히 그 플랫폼을 제공한다. 중동에서 변화의 목소리는 친카타르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만을 플랫폼으로 갖고 있다. 카타르가 그 방송을 잃으면 MBS에게 큰 승리가 될 것이다.
2011년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벌어진 ‘아랍의 봄’ 시위. / 사진:XINHUA-NEWSIS


이슬람 최고의 성지 메카를 방문하기 위해 매년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 명이 하지 순례를 위해 사우디를 찾아간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그 연례 행사의 인프라가 무너져 사고가 발생했다. 사우디로선 평판이 깎이는 일이다. MBS는 그런 일엔 신경 쓰지 않는가?


정부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우디에선 보수유지에 신경 쓰지 않는다. 사우디는 보건과 교육에 거액을 투자하지만 조직과 운영은 효율적이지 않다. 학교도 청결하지 않다. 대다수 아이는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사우디의 모순이다.



당신이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여러 번 썼기 때문에 MBS로선 당신의 조언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사적인 감정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조언을 구한다면 수락하겠는가?


당연히 수락하겠다. 내가 원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우디를 더 나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반체제 인사가 아니다. 또 정권 타도를 촉구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너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진정한 개혁을 바랄 뿐이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그에게 어떻게 조언하겠는가?


‘비전 2030’ 같은 불필요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제다와 리야드 같은 대도시의 빈민 지역을 보살피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들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간절히 원한다. 그들도 국민이다. 지도자는 그들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 그들이 실망하고 격분하면 지도자에게 반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 있다. 그런 사태는 대개 걷잡을 수 없이 비화한다. 그 외 다른 조언을 하자면 중동을 변화시키는 역사적인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다. ‘아랍의 봄’은 진정한 사회적 현상이다. 이집트와 시리아, 예멘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 염원을 포용해야 한다.

- 룰라 제브레알



※ [필자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으로 현재 이탈리아에서 국제관계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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