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선물을 응가하란 말이야!”
“어서 선물을 응가하란 말이야!”
용변보는 인형부터 롤러스케이트 타고 성당 가기까지 세계 곳곳의 기이한 세시풍속 10가지 산타클로스는 잊어라. 물론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 사람들 사이에 기쁨과 선물, 흥분과 온정이 오고가는 보편적인 기념일이다. 하지만 문화권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벽난로 선반에 양말을 걸거나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며 모닥불 주변에 앉아 에그노그(맥주·포도주 등에 달걀과 우유를 섞은 술)를 마시기보다 독자적이고 기이한 문화 전통을 따르는 곳이 예상 외로 많다.
죽은 말과 함께 서서 캐롤을 부르는 것부터 괴물 크람푸스 축제까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세시풍속 10가지를 살펴보자. 연말연시가 되면 이탈리아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산타클로스만 기다리지 않는다. 주현절 전야인 1월 5일 자녀를 둔 부모는 ‘못생겼지만 친절한’ 늙은 마녀 베파나(‘선물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를 위해 브로콜리와 양념한 소시지, 와인 한 잔을 집밖에 내놓는다. 전설에 따르면 베파나는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 몰래 사탕과 장난감을 가져다 준다. 다음날 아이들은 양말 속에 든 사탕과 장난감을 찾아낸다. 일본의 경우 크리스마스는 문화적 전통이 아니다. 하지만 그날 그들은 집에서 준비한 성탄절 만찬 대신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을 즐긴다. KFC가 이를 위해 마련한 ‘특별 레시피’ 프라이드 치킨은 인기가 너무 좋아 최소한 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이런 풍습은 1974년 서양의 크리스마스 식사와 비슷한 만찬을 원하는 외국인을 위해 일본에 도입됐다. 그러다가 일본인도 치킨 만찬에 빠져들어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전통이 이어진다. 스페인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선반 위의 요정 인형보다 카가네가 더 중요하다. 카가네는 ‘용변 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주로 도자기로 만들며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드러내 쪼그리고 앉아 용변 보는 모습이다. 민망스럽지만 귀엽다. 이 전통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구전에 따르면 농민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카가네’를 포함시키지 않으면 흉작의 불운이 닥친다고 한다. 요즘은 전통적인 카가네 외에도 축구 스타, 록스타, 심지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를 묘사한 새로운 버전도 판매된다. ‘매리로이드(Mari Lwyd)’로 불리는 이 기이한 전통을 위한 특별한 날은 없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1월 말 사이에 이 전통을 따르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알려졌다. 한 명은 실제 말의 머리뼈를 쓰고 말로 분장하고 여러 사람이 그 뒤를 따른다. 그들은 이웃집을 찾아가 캐롤을 부르고 음식과 마실 것을 얻는다. 이 전통은 고대 켈트족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나쁜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때 석탄을 선물 받지만 중부 유럽의 나쁜 아이들에겐 크람푸스가 찾아간다. 악마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긴 크람푸스는 행실이 나쁜 아이들을 벌주려고 나타난다. 그가 특별히 나쁜 아이를 발견하면 자루에 넣어 데려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크람푸스의 야식거리가 되지 않으려고 착한 일을 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종종 거미줄로 덮여 있다. 이곳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재배하는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다른 집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것이 큰 재미지만 이 가족은 너무 가난해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이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뭇가지 사이에 거미줄이 가득 했다. 요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다음해에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기원하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미줄로 장식한다. 멕시코 오악사카주의 특이한 축제다. 이곳 사람들은 래디시(자색 무) 없이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없다. 매년 12월 23일이 되면 오악사카주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래디시 조각 축제를 연다. 여기서 사용되는 래디시는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재배되며 크리스마스까지 전시된다. 예수 탄생 장면이나 멕시코 민속 이미지를 래디시에 조각한다. 래디시 조각 전통은 상점 주인들이 손님을 끌기 위한 홍보 수단에서 발전해 이젠 3일 간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아이슬란드 민속에 나오는 사악하고 거대한 고양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기 전에 입을 새 옷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몰래 숨어서 잡아먹는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원래는 농민이 일꾼에게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까지 양털 작업을 끝내도록 재촉하기 위해 겁주는 전통에서 시작됐다. 구전에 따르면 양털 작업에 참가하는 일꾼은 새 옷을 받지만 참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괴물 고양이에게 잡아먹힌다. 티오 데 나달은 다리가 달리고 얼굴이 있으며 작은 붉은 모자를 쓴 통나무 아저씨다. 이 전통은 고대 카탈루냐 신화에서 비롯됐으며 이 지방의 많은 가정은 매년 12월 8일 가톨릭의 성모 수태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티오 데나달을 집안에 둔다. 저녁마다 그 앞에 음식을 놓아주고 춥지 않게 담요를 덮어준 다음 12월 24일이 되면 어른들이 몰래 담요 밑에 선물과 사탕, 과자를 넣어둔다. 크리스마스 아침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이 통나무를 때린다(용변 보듯이 선물을 싸라는 의미다). 그 다음 담뇨 아래의 선물을 찾아낸다. 가톨릭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선 12월 25일 새벽에 많은 신자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크리스마스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때문에 아침에 일대의 차량이 통제된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이곳 사람들은 거리의 롤러스케이트 행렬에 동참하고 싶어 한다. 미사가 끝나면 모두 토스타다(토르티야를 파삭하게 튀긴 것)와 커피를 즐긴다.
- 마리아 페레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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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말과 함께 서서 캐롤을 부르는 것부터 괴물 크람푸스 축제까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세시풍속 10가지를 살펴보자.
1. 마녀 베파나 - 이탈리아
2.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만찬 - 일본
3. ‘응가’하는 인형 카가네 - 스페인
4. 죽은 말과 함께 캐롤 부르기 - 영국 웨일스
5. 공포의 악마 크람푸스 -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6. 거미줄 장식 크리스마스 트리 - 우크라이나
7. 적색 무 조각 축제 - 멕시코
8. 사악한 크리스마스 고양이 - 아이슬란드
9. 크리스마스 통나무 티오 데 나달 - 스페인 카탈루냐
10. 롤러스케이트 타고 미사 보러 간다 - 베네수엘라
- 마리아 페레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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