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공유경제] 공생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
[시험대 오른 공유경제] 공생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
‘거래량 연동제’ 대안으로 고려할 만… 주요국선 숙박 공유 이용일 제한
공유경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공유’가 아닌 ‘공생’ 여부다. 기존 사업과 산업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분신자살 시도까지 불거진 차량 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은 사회적 논란이 됐다. 공유경제가 내세운 파괴적 혁신에 따른 기존 산업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일까. 아니면 공유경제는 애초 의도만 선할 뿐 기존 산업과의 공생은 불가능한 것일까. 공유경제가 어떻게 마찰을 일으키는지,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아울러 공유경제의 정의 자체도 다시 되짚어봤다. 한국 사회가 또 한번 공유경제와 충돌했다. 소수의 운전자들만 이용하던 카풀앱 시장에 가입자 2000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T가 뛰어들기로 하면서다. 지난해 12월 7일 카카오T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자 택시 업계가 강력 반발했다.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카풀을 하려는 자동차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면 당초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만든 여객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게 또 다른 반대 논리다.
급기야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 2명이 분신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 업계는 카풀 문제를 논의할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서비스 철회를 요구했다. 카카오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가 모인 택시비상대책위원회는 일단 당정과 카카오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협상 테이블로 향했다.
택시 업계와 카카오의 갈등은 공유경제와 기존 산업 간 충돌의 연장선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기존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간 공유경제가 등장한 이후 관련 기업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반대에 직면했다. 2013년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로 주목을 받은 우버는 택시 업계 반발과 국토부·서울시의 제동에 막혀 진출 2년 만에 철수했다. 공유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는 우버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숙박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만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 버스·풀러스 등의 카풀 업체 역시 정부 규제와 기존 사업자 반발 등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럿이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방식이다. 공유경제 기업들은 보통 유휴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마련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차량 공유 사이트, 숙소 공유 사이트, 심부름 공유 사이트 등이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로 꼽힌다. 보유자산을 활용한 개인 간(peerto-peer) 거래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등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거래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산업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공유경제의 일차적인 기대효과는 신규 거래의 창출과 이에 따른 공유경제 이용 소비자의 후생 증대다.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자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쉽고 싸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현실적 한계 때문에 다소 불편하게 이용했던 기존 산업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만큼 소비자는 편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회계법인 PwC와 리서치회사 BAV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공유경제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은 공유경제를 선호하는 이유로 ‘실질적 이익’(86%)과 ‘효율성·편리함’(83%)를 꼽았다.
공유경제의 혜택을 저소득층이 더 많이 누린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 간 대여 시장에서는 구입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도 수요자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소득층은 공급자로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룬 순다라라잔과 새뮤얼 프레이버거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겟어라운드’ 플랫폼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공급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주된 대여활동이 소득 수준이 평균 이하인 도시 거주민에 집중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공유경제 서비스에서 공급자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위한 시간과 노력, 약간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라면 약간의 추가 소득을 위해 이런 수고를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이 밖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창업 촉진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기대효과에 힘입어 공유경제의 확산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단계로 이끄는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기존의 법이나 제도가 새로운 서비스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아예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유경제는 기존 산업과의 차이에 따른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수반하는 것은 물론, 법과 제도의 적용과 관련해서도 여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제조업 및 전문 서비스업 쇠퇴,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 등의 악영향을 끼쳐 실물경제의 위축을 가져오고, 무자료 거래 등 지하경제 규모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론도 존재한다. 또 기존 사업자의 영업권 침해 및 소유권과 이용권 등의 혼재 탓에 법적 책무의 혼란과 과세 관련 문제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갈등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문제는 기존 사업과의 마찰이다. 공유경제 거래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거래를 일부분 대체함에 따라 기존 사업자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호텔·민박 등 기존 숙박 업계나 택시 업계는 이 같은 우려에서 숙박 공유와 차량 공유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산업에 대한 구축효과는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유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숙박과 차량 분야에서 90%에 달하는 공유경제 수요자들이 기존 서비스 이용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사실 이 같은 갈등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과거 인터넷산업이 막 등장하던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블루오션의 신세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없었고 갈등이 적었다. 가령 네이버와 다음의 진입에 기존 사업자의 장벽은 없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공유경제 모델에서는 기존의 택시업자와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또 KDI가 2015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공유경제 관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는 “(택시나 숙박업 등의) 기존 공급자는 중산층 이하 소규모 사업자로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며 사업자의 수도 많아 정치적으로 저항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자체가 단순히 숙박·차량·승차 공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다양한 시장 진입자와 기존 사업자 간 이해관계 상충을 예방하는 방안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유경제는 개념이 매우 포괄적인 데다, 급격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물품뿐 아니라 개인의 시간·재능,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미리 규제 등을 정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가장 먼저 공유경제 자체에 대한 법적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DI의 ‘공유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는 “공유경제는 우려 요인을 적절하게 통제한다면 사회후생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공유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유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제도적 접근방식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 사업과의 마찰이라는 우려 요인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기존 공급자와 공유거래 공급자가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형평성 역시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제시되는 방안 중 하나가 ‘거래량 연동제’다. 거래 한도를 정해 한도 이상으로 거래하면 상시 사업자로 간주해 기존의 규제를, 한도 이하로 거래하면 일시적 사업자로 여기고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자도 거래량을 줄이면 완화된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완화된 규제만큼 거래량 축소를 요구하는 셈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확하고 투명하게 거래량을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KID는 “거래량 연동 규제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를 갖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 부총리 주재로 5차 경제활력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열고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는 현재 외국인 대상으로만 가능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국내 도시에서도 연간 180일 이내에서 내국인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법(관광진흥법)을 개정하고, 투숙객 안전 보장을 위해 범죄 전력자가 공유 숙박업을 운영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쏘카 같은 차량 공유(카셰어링)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 대여·반납 장소에 제한이 없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세종과 부산에 한해 도입된다. 모바일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세버스 탑승자 모집을 허용하는 방안도 담았다. 공유경제 도입 단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선진국은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공유경제가 갖는 잠재력과 소비자 보호,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 등을 고려해 지역 단위로 규제를 수립하고 있다. 다만 지원·규제 정책의 방향성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유럽은 기존 경제주체들과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공유경제 분야에 대한 시장 진입과 책임 요건 강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공유경제를 경제 성장과 고용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기존의 경제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고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숙박공유 서비스의 경우 해외 국가들은 대체로 숙박일수를 제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내·외국인 간 이용을 차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주인 거주시 일수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전체 대여는 연 90일이다. 뉴욕 역시 주인 거주시 일수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전체 대여는 불가능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주인 거주시 일수 제한 없이 가능하고, 전체 대여는 연 60일이다. 런던은 연 60일, 프랑스 파리는 연 120일, 일본은 연 180일 등이다. 벨기에의 경우 지방당국 및 같은 건물 내 다른 집주인에게 동의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그동안 공백 상태에 있던 민박의 정의 및 규제 등과 관련한 제도를 비교적 최근에서야 구축·정비해나가고 있다.
차량 공유에 대한 대응에서는 국가 간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일리노이·메사추세츠·네바다·위스콘신주는 승차 공유 업체의 허가증 구매와 손해배상보험 가입, 기사 이력 조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채택했다. 일본에서는 카풀 운전자에게 요금 대신 기름값 등 실비를 주는 방식을 허용하는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은 하되,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가해서 기존 택시 사업자들과의 공생이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우버 서비스를 합법화하며 택시 업계엔 요금 자율화로 숨통을 틔워줬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불법으로 보고 허가에 필요한 자격·책임 요건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프랑스는 차량 공유에 대해 택시 등 기존 차량 서비스와 달리 운전자가 각 주행 이후 자신의 차고로 복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월 24일 아예 차량 공유 서비스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버·카비피(Cabify) 등 스마트폰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최소한 탑승 전 15분까지 예약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한다. 택시 업계가 이런 규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자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산하 지자체들에 필요할 경우 차량호출서비스의 최소 승차대기 시간을 최대 1시간가량으로 늘리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추가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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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공유’가 아닌 ‘공생’ 여부다. 기존 사업과 산업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분신자살 시도까지 불거진 차량 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은 사회적 논란이 됐다. 공유경제가 내세운 파괴적 혁신에 따른 기존 산업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일까. 아니면 공유경제는 애초 의도만 선할 뿐 기존 산업과의 공생은 불가능한 것일까. 공유경제가 어떻게 마찰을 일으키는지,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아울러 공유경제의 정의 자체도 다시 되짚어봤다. 한국 사회가 또 한번 공유경제와 충돌했다. 소수의 운전자들만 이용하던 카풀앱 시장에 가입자 2000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T가 뛰어들기로 하면서다. 지난해 12월 7일 카카오T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자 택시 업계가 강력 반발했다.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카풀을 하려는 자동차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면 당초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만든 여객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게 또 다른 반대 논리다.
급기야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 2명이 분신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 업계는 카풀 문제를 논의할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서비스 철회를 요구했다. 카카오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가 모인 택시비상대책위원회는 일단 당정과 카카오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협상 테이블로 향했다.
택시 업계와 카카오의 갈등은 공유경제와 기존 산업 간 충돌의 연장선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기존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간 공유경제가 등장한 이후 관련 기업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반대에 직면했다. 2013년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로 주목을 받은 우버는 택시 업계 반발과 국토부·서울시의 제동에 막혀 진출 2년 만에 철수했다. 공유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는 우버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숙박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만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 버스·풀러스 등의 카풀 업체 역시 정부 규제와 기존 사업자 반발 등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국내 공유경제, 잇따라 좌초 위기
공유경제의 일차적인 기대효과는 신규 거래의 창출과 이에 따른 공유경제 이용 소비자의 후생 증대다.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자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쉽고 싸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현실적 한계 때문에 다소 불편하게 이용했던 기존 산업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만큼 소비자는 편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회계법인 PwC와 리서치회사 BAV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공유경제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은 공유경제를 선호하는 이유로 ‘실질적 이익’(86%)과 ‘효율성·편리함’(83%)를 꼽았다.
공유경제의 혜택을 저소득층이 더 많이 누린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 간 대여 시장에서는 구입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도 수요자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소득층은 공급자로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룬 순다라라잔과 새뮤얼 프레이버거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겟어라운드’ 플랫폼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공급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주된 대여활동이 소득 수준이 평균 이하인 도시 거주민에 집중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공유경제 서비스에서 공급자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위한 시간과 노력, 약간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라면 약간의 추가 소득을 위해 이런 수고를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유경제는 이 밖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창업 촉진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기대효과에 힘입어 공유경제의 확산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단계로 이끄는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기존의 법이나 제도가 새로운 서비스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아예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유경제는 기존 산업과의 차이에 따른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수반하는 것은 물론, 법과 제도의 적용과 관련해서도 여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제조업 및 전문 서비스업 쇠퇴,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 등의 악영향을 끼쳐 실물경제의 위축을 가져오고, 무자료 거래 등 지하경제 규모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론도 존재한다. 또 기존 사업자의 영업권 침해 및 소유권과 이용권 등의 혼재 탓에 법적 책무의 혼란과 과세 관련 문제도 제기된다.
기존 산업과의 마찰은 예견된 갈등
사실 이 같은 갈등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과거 인터넷산업이 막 등장하던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블루오션의 신세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없었고 갈등이 적었다. 가령 네이버와 다음의 진입에 기존 사업자의 장벽은 없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하는 공유경제 모델에서는 기존의 택시업자와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또 KDI가 2015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공유경제 관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는 “(택시나 숙박업 등의) 기존 공급자는 중산층 이하 소규모 사업자로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며 사업자의 수도 많아 정치적으로 저항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자체가 단순히 숙박·차량·승차 공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다양한 시장 진입자와 기존 사업자 간 이해관계 상충을 예방하는 방안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유경제는 개념이 매우 포괄적인 데다, 급격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물품뿐 아니라 개인의 시간·재능,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미리 규제 등을 정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가장 먼저 공유경제 자체에 대한 법적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책임 강화해야
이와 함께 제시되는 방안 중 하나가 ‘거래량 연동제’다. 거래 한도를 정해 한도 이상으로 거래하면 상시 사업자로 간주해 기존의 규제를, 한도 이하로 거래하면 일시적 사업자로 여기고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자도 거래량을 줄이면 완화된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완화된 규제만큼 거래량 축소를 요구하는 셈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확하고 투명하게 거래량을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KID는 “거래량 연동 규제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를 갖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 부총리 주재로 5차 경제활력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열고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는 현재 외국인 대상으로만 가능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국내 도시에서도 연간 180일 이내에서 내국인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법(관광진흥법)을 개정하고, 투숙객 안전 보장을 위해 범죄 전력자가 공유 숙박업을 운영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쏘카 같은 차량 공유(카셰어링)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 대여·반납 장소에 제한이 없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세종과 부산에 한해 도입된다. 모바일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세버스 탑승자 모집을 허용하는 방안도 담았다.
[박스기사] 해외 공유경제는 지금 - 美·中은 규제 완화, 유럽은 책임 강화
숙박공유 서비스의 경우 해외 국가들은 대체로 숙박일수를 제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내·외국인 간 이용을 차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주인 거주시 일수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전체 대여는 연 90일이다. 뉴욕 역시 주인 거주시 일수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전체 대여는 불가능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주인 거주시 일수 제한 없이 가능하고, 전체 대여는 연 60일이다. 런던은 연 60일, 프랑스 파리는 연 120일, 일본은 연 180일 등이다. 벨기에의 경우 지방당국 및 같은 건물 내 다른 집주인에게 동의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그동안 공백 상태에 있던 민박의 정의 및 규제 등과 관련한 제도를 비교적 최근에서야 구축·정비해나가고 있다.
차량 공유에 대한 대응에서는 국가 간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일리노이·메사추세츠·네바다·위스콘신주는 승차 공유 업체의 허가증 구매와 손해배상보험 가입, 기사 이력 조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채택했다. 일본에서는 카풀 운전자에게 요금 대신 기름값 등 실비를 주는 방식을 허용하는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은 하되,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가해서 기존 택시 사업자들과의 공생이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우버 서비스를 합법화하며 택시 업계엔 요금 자율화로 숨통을 틔워줬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불법으로 보고 허가에 필요한 자격·책임 요건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프랑스는 차량 공유에 대해 택시 등 기존 차량 서비스와 달리 운전자가 각 주행 이후 자신의 차고로 복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월 24일 아예 차량 공유 서비스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버·카비피(Cabify) 등 스마트폰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최소한 탑승 전 15분까지 예약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한다. 택시 업계가 이런 규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자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산하 지자체들에 필요할 경우 차량호출서비스의 최소 승차대기 시간을 최대 1시간가량으로 늘리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추가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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