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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형 미디어 활성화되려면] 개발인력·콘텐트 투자부터 늘려야

[실감형 미디어 활성화되려면] 개발인력·콘텐트 투자부터 늘려야

실감형 미디어 시장 2020년 77조원으로 성장… 대기업, VR·AR 특화된 기업 인수할 필요
이동통신사와 IT기업들은 실감형 미디어 대중화 추세에 맞춰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은 VR게임을 체험하고 있는 고객.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미디어(콘텐트)가 실감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감형 미디어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과 같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3D 가상 공간에서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해 가상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미디어다.

사실 실감형 미디어가 반드시 5G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감형 미디어는 수년 전 등장했다. 그러나 LTE를 기반으로 탄생한 VR은 LTE가 제공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지연 시간 때문에 실제 움직임과 영상 간 시간차가 발생해 콘텐트 재생이 역부족이었다. 사용자의 시선을 따라오지 못하는 장면 전환 속도 탓에 콘텐트 체험 후 멀미와 구토 등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VR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고, 부족한 수요는 VR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5G 등장으로 실감형 미디어를 대중화시키는 데 한발짝 가까워진 건 사실이다. 5G 네트워크는 LTE에 비해 20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10분의 1에 불과한 초저지연이 특징이다. 기존의 4G 네트워크 대비 속도와 전송 용량이 개선돼 대용량 콘텐트를 순식간에 내려받고,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VR의 문제점이었던 버퍼링과 화면 지연이 해결된 셈이다.
 “촉각 인터넷으로 실감형 미디어 확산"
실감형 미디어는 게임, 영화를 넘어 교육, 의료,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단순한 오락에서 벗어나 교육과 훈련도 가능하다. 자동차에 대해 처음 배울 때에는 책을 보며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야 하지만, AR·VR을 활용하면 가상의 자동차를 직접 보면서 배울 수 있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실감형 미디어가 한층 정교화되면 가상 세계 속에서 여행을 떠나거나 업무적인 미팅을 갖는 등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도 실감형 미디어를 육성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실감형 콘텐트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2020년까지 강소기업 10개를 육성키로 했다. 또 세계 시장점유율 5% 선점을 목표로 2020년까지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5G 콘텐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첫 번째 논의 분야로 실감형 콘텐트를 선정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실감형 미디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7억 달러(약 7조 4000억원)에서 2020년 700억 달러(약 77조 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실감형 미디어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에서 2020년 5조7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미디어 분야에선 실감형 미디어가 2025년까지 최소 2조5000억원, 2030년에는 3조6000억원의 사회적 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극한 현실감을 선사하는 기술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촉각이 현실로 느낄 정도로 빠른 속도의 통신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촉각 인터넷을 현실화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속도는 기존 유선인터넷의 최대 속도인 2.5Gbps를 뛰어넘는 25Gbps급이다.

1기가바이트(1GB) 영화 3편을 1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로, 인간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속도인 0.001초에 데이터 전달이 가능해 ‘촉각(Tactile) 인터넷’이라 불린다. ETRI는 촉감 인터넷 기술 개발로 실감형 디지털라이프를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실감형 미디어 대중화 추세에 맞춰 준비에 한창이다. SK텔레콤은 모바일·인터넷 TV 서비스 ‘옥수수’를 콘텐트연합플랫폼 ‘푹(POOQ)’과 합쳐 통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옥수수 ‘5GX관’에 있는 VR, 초고화질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엠넷의 인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 시즌 4’를 실감형 버전으로 독점 중계한다. SK텔레콤과 KT가 외부 협력사와 협력을 통해 콘텐트 시장 확대를 꾀한다면 LG유플러스는 직접 콘텐트 제작에 나선다. LG유플러스는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과 5G 정기협의체를 운영해 VR·AR 콘텐트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구글과는 실감형 미디어 플랫폼·콘텐트 제작을 위한 공동펀드를 조성한다.
 대·중소기업을 매칭해 해외 시장 진출해야
5G 등장과 기술 개발로 실감형 미디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안정적인 산업 기반과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재 VR 체험존을 중심으로 한 수익모델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처음 접하면 신기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지만 반복되는 콘텐트로 재방문율, 재구매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콘텐트 개발과 유통 업체들은 높은 제작비용과 인력과 기반 시설 부족, 유통의 불확실성, 복잡한 규제 등에 직면해 있다. 디바이스도 제조사 중심으로 해외 판매에 집중되어 있고 과도한 규제가 중소 사업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현재 VR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공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플랫폼) ▶문화체육관광부(콘텐트)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중소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장 진입이 상당히 까다롭다. 가장 중요한 건 풍부한 콘텐트가 필요하다. 콘텐트-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가 모두 갖춰져야 제대로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실감형 미디어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들과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의 협업이 중요하다. 대·중소기업을 매칭해 같이 해외 진출을 도와주거나, 아이디어는 있으나 기술이 없는 기업을 위해 기술료를 저렴하게 지급하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VR·AR 분야에 특화된 스타트업을 지원하거나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불리는 중국의 대표 IT 업체들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거나 인수합병(M&A)해 자사의 플랫폼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콘텐트 업체 아이퀴이닷컴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가 이끄는 VR 관련 스타트업 숫자는 200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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