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률 높이는 신기술 속속 등장] 폐기물 분류가 첫걸음, 순도 높여 경제성 확보
[재활용률 높이는 신기술 속속 등장] 폐기물 분류가 첫걸음, 순도 높여 경제성 확보
해조류·커피 찌꺼기 용기 만들어 플라스틱 대체... 성장 가능성 주목한 대기업·사모펀드 투자 잇따라 굴삭기가 퍼올린 대량의 건설·산업용 폐기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흡사 로켓 몸통 같은 분류기에 들어간다. 분류기는 철·플라스틱·석고보드 등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순식간에 분류해 배출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기술이 흥미롭다.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은 발전소의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끔 팰릿(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형태로 잘게 자른다. 인천 서구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 ‘이도(YIDO)’가 개발한 자원순환시설은 땅에 묻지도 바다에 버리기도 어려운 폐기물을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자원으로 바꾼다. 이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매립지가 줄면서 방치폐기물도 늘고 있다”며 “인건비를 낮추면서 자원을 재활용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필요는 혁신을 부른다. 폐기물 증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연명하는 영세한 처리 업체, 제대로 분류되지 않는 재활용품. 바다에는 한국 영토의 5~7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에 여럿 떠다니고, 케냐의 사바나초원에는 동물들이 뛰어다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폐기물이 쌓여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쓰레기가 도시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신기술과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기술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 공장처럼 통제되지 않은 환경이라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고 우리 생활과 가까워서다. ‘수퍼빈(Super bin)’이란 기업은 네프론이란 쓰레기통을 제작해 전국에 보급하는 중이다. 양문형 냉장고만 한 크기에 팔뚝만 한 구멍이 나 있는 이 쓰레기통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캔과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분류해 저장한다. 딥러닝 기술 회선신경망을 사용해 재활용품 투입이 늘어날수록 더 뛰어난 분리수거 능력을 발휘한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게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재활용품을 팔아 발생한 수익을 나눔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이도나 수퍼빈은 재활용품에 가장 필요한 경제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이든 생활폐기물이든, 분리수거에 드는 불편과 인건비를 줄이고 상태가 좋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치를 높인다.
재활용 플라스틱이 고가 의류 등에 많이 사용된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일반 제조 업체들이 비싸고 품질 보장이 되지 않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꺼리자, 불가피하게 의류 업체들이 친환경 패션 소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패션 산업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재활용 페트병으로 선수 유니폼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노스페이스 등 대중 패션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가격이 더 내리고 품질의 균질성을 확보한다면 사용 범위도 패션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건설폐기물 역시 경제성과 상품성을 확보하면 새로운 건설사업장에서 재활용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 폐기물의 용도를 바꾸는 시도도 있다. 조이첨단소재란 회사는 건설·산업용 나무 판재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내놨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팰릿을 만들어 거푸집이나 운송용 컨테이너 바닥재로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판재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높은 단가를 낮췄다.
미생물의 분해력을 활용해 특정 재질의 플라스틱만 남겨 순도를 높이는 기술도 등장했다. ‘리본(Reborn)’이란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기술은 재질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미생물의 특징을 이용했다. 지난해 중국이 한국산 폐플라스틱의 순도가 떨어진다며 수입을 거부하며 쓰레기 대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이용하면 폐플라스틱을 균질한 순도로 만들 수 있어 경제성 확보에 용이하다.
해외에서도 여러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기업들이 직접 나섰다. 생활용품 제조사인 ‘가오(花王)’와 ‘미츠비시케미칼홀딩스’ 주축으로 올 1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연합을 구성했다. 265개 기업이 동참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등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연 유래 소재를 사용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는 해조류로 만든 일회용 빨대와 컵을 내놨다. 먹을 수 있고, 버려도 6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된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에보웨어’도 해조로 엘로 젤로’라는 이름의 일회용 컵을 개발했다. 다른 제품과는 달리 따뜻한 물을 따라도 녹지 않는다. 역시 먹을 수 있는 컵이다. 해조류는 포장용기 말고도 친환경 에너지의 원료로도 주목받는 소재다.
독일 스타트업 ‘카페폽’은 커피 찌꺼기로 컵을 만들었다. 말린 커피 찌꺼기와 목재·고분자바이오폴리머를 섞어 반복 사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 이런 제품들은 아직 경제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정 폐기물을 사용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있다. ‘119레오(Reo)’는 소방관들의 옷을 사용해 가방 등 잡화를 제작한다. 방화복의 내구연한은 3년으로 연 1만여 벌이 버려진다. 이를 패션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수익을 창출한다. 수익금은 폐암 등 소방관들의 난치병 치료에 기부한다.
‘그레이프랩’이란 회사는 두꺼운 재생지 한장으로 노트북이나 책 거치대 등 생활용품을 생산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 회사의 모든 제품이 담긴 기프트 박스를 구매해 주목받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과 벤처캐피털(VC) 등을 중심으로 이런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두산메카텍은 미국의 이산화탄소 분해 솔루션 개발업체 ‘리카본(ReCarbon)’에 85억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는 수자원관리, 스마트 농업, 재활용 패키징 등 환경 분야 창업가를 발굴 중이다. 세계 최대 화학회사 듀폰은 ‘듀폰 포장 혁신상’을 만들어 패키지 디자인과 재질, 기술, 제조 과정 등과 관련해 시상하며,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사모펀드(PEF)들의 폐기물 관련 기업 투자도 잇따른다. PEF들은 신기술보다는 폐기물 처리에 투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적 환경 규제 강화로 폐기물 처리 비용이 늘면서 관련 기업의 가치가 오를 거라 판단해서다. 한국투자금융지주산하 사모펀드전문회사(PE) 이큐파트너스는 PEF를 조성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큐파트너스 제1호 환경서비스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큐파트너스환경서비스PEF)는 ‘KC환경서비스’ 등에 투자했고, 2017년 내놨던 ‘이큐파트너스그린PEF’는 이에디원일성·도시환경 등에 투자했다. SK증권 산하 PE도 폐기물 업체 창원에너텍 지분을 전량 사들였다. 사업장 폐기물, 폐기물 고형연료(SRF)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스팀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분리배출·분리수거·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사용하는 개념은 우리 생활에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도덕적으로 맞는 말이기 때문에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세계적으로 분리배출을 제도화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다. 그러나 우리 손을 떠난 쓰레기는 다시 뭉쳐지고 또 다시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슷해 보여도 다 재질이 달라 재활용을 하려면 숙련가의 손길이 필요해서다. 그간 재활용 캠페인만 있었을 뿐 콘텐트는 없었던 셈이다. 시민들은 매주 분리배출에 괜한 수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류는 역사상 재활용 프로세스를 가져본 적 없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현 시스템 안에서는 재활용품이 경제성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김 대표를 만나 재활용 폐기물 처리의 문제점과 현황을 들었다. 김 대표는 섬유기술연구원과 코스틸 대표이사를 거친 원료·소재 전문가다.
우리는 왜 분리수거를 하나.: “미국·영국 등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분리배출 해도 또 선별작업을 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버린다. 특히 생활폐기물은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하기 어렵다. 거리의 쓰레기는 모두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경비원들이 2차 분리수거하는 아파트 단지 정도여야 의미 있는 분리수거 결과가 나온다.”
재활용 업체가 수거하지 않나.: “현재 생활폐기물 처리 프로세스에서 재활용 업체는 없다. 수거 업체가 모두 가져가 돈이 될 만한 것만 따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모두 소각, 매립한다. 사람들이 소비하고 버리는 데 대한 죄책감을 덜고 합리화하기 위해 재활용 프로세스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활용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가.: “캔·페트병 등 일부 폐기물에 한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폐기물은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는데 환경 문제로 소각장을 더 짓지 않아 매립량이 늘고 있다. 그런데 재활용 프로세스가 없어 모두 방치폐기물이 되고 있다. 재활용품을 재처리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게 훨씬 싼 경우도 많다.”
해결 방법은 없나.: “종이컵처럼 무조건 싸게 만드는 원가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음료수 제조사가 비용을 지급해가며 공병을 회수하는 것처럼 직접 수거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폐기물 처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다 보니, 문제를 전국 단위로 다루기 어렵다. 공장 폐기물의 경우 그 공장 안에서 재활용되도록 시스템화했지만 생활 폐기물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대부분 경우 재활용품이 저렴할 텐데 구매하는 회사는 없나.: “철강 업계의 경우 망간이나 아연 함유량이 0.1%가 많냐 적냐를 두고 단가 씨름을 벌인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재활용 소재를 쓰겠나. 폐기물 처리 업체들도 결국 정부 보조금을 바라고 뛰어든다. 보조금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현 구조로는 기술과 시스템이 발전하지 않는다. 수퍼빈은 경제성 있는 재활용품을 만들어 보조금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
소각장을 더 지으면 매립지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나.: “폐기물은 사업적으로 판단하면 이해하기 쉽다. 환경론자들은 재활용의 차선책으로 소각, 매립을 주장한다. 하지만 모두 태워 없애는 소각이 최선책일 수도 있다. 600~1000도의 고온으로 완전 연소시키면 다이옥신 등 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돈이 많이 들 뿐이다.”
- 인천=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요는 혁신을 부른다. 폐기물 증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연명하는 영세한 처리 업체, 제대로 분류되지 않는 재활용품. 바다에는 한국 영토의 5~7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에 여럿 떠다니고, 케냐의 사바나초원에는 동물들이 뛰어다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폐기물이 쌓여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쓰레기가 도시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신기술과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기술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 공장처럼 통제되지 않은 환경이라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고 우리 생활과 가까워서다. ‘수퍼빈(Super bin)’이란 기업은 네프론이란 쓰레기통을 제작해 전국에 보급하는 중이다. 양문형 냉장고만 한 크기에 팔뚝만 한 구멍이 나 있는 이 쓰레기통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캔과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분류해 저장한다. 딥러닝 기술 회선신경망을 사용해 재활용품 투입이 늘어날수록 더 뛰어난 분리수거 능력을 발휘한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게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재활용품을 팔아 발생한 수익을 나눔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이도나 수퍼빈은 재활용품에 가장 필요한 경제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이든 생활폐기물이든, 분리수거에 드는 불편과 인건비를 줄이고 상태가 좋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치를 높인다.
재활용 플라스틱이 고가 의류 등에 많이 사용된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일반 제조 업체들이 비싸고 품질 보장이 되지 않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꺼리자, 불가피하게 의류 업체들이 친환경 패션 소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패션 산업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재활용 페트병으로 선수 유니폼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노스페이스 등 대중 패션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가격이 더 내리고 품질의 균질성을 확보한다면 사용 범위도 패션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건설폐기물 역시 경제성과 상품성을 확보하면 새로운 건설사업장에서 재활용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연합’ 2030년 재활용률 100% 목표
미생물의 분해력을 활용해 특정 재질의 플라스틱만 남겨 순도를 높이는 기술도 등장했다. ‘리본(Reborn)’이란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기술은 재질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미생물의 특징을 이용했다. 지난해 중국이 한국산 폐플라스틱의 순도가 떨어진다며 수입을 거부하며 쓰레기 대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이용하면 폐플라스틱을 균질한 순도로 만들 수 있어 경제성 확보에 용이하다.
해외에서도 여러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기업들이 직접 나섰다. 생활용품 제조사인 ‘가오(花王)’와 ‘미츠비시케미칼홀딩스’ 주축으로 올 1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연합을 구성했다. 265개 기업이 동참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등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연 유래 소재를 사용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는 해조류로 만든 일회용 빨대와 컵을 내놨다. 먹을 수 있고, 버려도 6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된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에보웨어’도 해조로 엘로 젤로’라는 이름의 일회용 컵을 개발했다. 다른 제품과는 달리 따뜻한 물을 따라도 녹지 않는다. 역시 먹을 수 있는 컵이다. 해조류는 포장용기 말고도 친환경 에너지의 원료로도 주목받는 소재다.
독일 스타트업 ‘카페폽’은 커피 찌꺼기로 컵을 만들었다. 말린 커피 찌꺼기와 목재·고분자바이오폴리머를 섞어 반복 사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 이런 제품들은 아직 경제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정 폐기물을 사용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있다. ‘119레오(Reo)’는 소방관들의 옷을 사용해 가방 등 잡화를 제작한다. 방화복의 내구연한은 3년으로 연 1만여 벌이 버려진다. 이를 패션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수익을 창출한다. 수익금은 폐암 등 소방관들의 난치병 치료에 기부한다.
‘그레이프랩’이란 회사는 두꺼운 재생지 한장으로 노트북이나 책 거치대 등 생활용품을 생산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 회사의 모든 제품이 담긴 기프트 박스를 구매해 주목받기도 했다.
방화복·폐지로 생활용품 만드는 기업도
한편 사모펀드(PEF)들의 폐기물 관련 기업 투자도 잇따른다. PEF들은 신기술보다는 폐기물 처리에 투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적 환경 규제 강화로 폐기물 처리 비용이 늘면서 관련 기업의 가치가 오를 거라 판단해서다. 한국투자금융지주산하 사모펀드전문회사(PE) 이큐파트너스는 PEF를 조성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큐파트너스 제1호 환경서비스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큐파트너스환경서비스PEF)는 ‘KC환경서비스’ 등에 투자했고, 2017년 내놨던 ‘이큐파트너스그린PEF’는 이에디원일성·도시환경 등에 투자했다. SK증권 산하 PE도 폐기물 업체 창원에너텍 지분을 전량 사들였다. 사업장 폐기물, 폐기물 고형연료(SRF)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스팀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박스기사] 김정빈 수퍼빈 대표 -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우리는 왜 분리수거를 하나.: “미국·영국 등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분리배출 해도 또 선별작업을 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버린다. 특히 생활폐기물은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하기 어렵다. 거리의 쓰레기는 모두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경비원들이 2차 분리수거하는 아파트 단지 정도여야 의미 있는 분리수거 결과가 나온다.”
재활용 업체가 수거하지 않나.: “현재 생활폐기물 처리 프로세스에서 재활용 업체는 없다. 수거 업체가 모두 가져가 돈이 될 만한 것만 따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모두 소각, 매립한다. 사람들이 소비하고 버리는 데 대한 죄책감을 덜고 합리화하기 위해 재활용 프로세스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활용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가.: “캔·페트병 등 일부 폐기물에 한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폐기물은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는데 환경 문제로 소각장을 더 짓지 않아 매립량이 늘고 있다. 그런데 재활용 프로세스가 없어 모두 방치폐기물이 되고 있다. 재활용품을 재처리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게 훨씬 싼 경우도 많다.”
해결 방법은 없나.: “종이컵처럼 무조건 싸게 만드는 원가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음료수 제조사가 비용을 지급해가며 공병을 회수하는 것처럼 직접 수거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폐기물 처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다 보니, 문제를 전국 단위로 다루기 어렵다. 공장 폐기물의 경우 그 공장 안에서 재활용되도록 시스템화했지만 생활 폐기물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대부분 경우 재활용품이 저렴할 텐데 구매하는 회사는 없나.: “철강 업계의 경우 망간이나 아연 함유량이 0.1%가 많냐 적냐를 두고 단가 씨름을 벌인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재활용 소재를 쓰겠나. 폐기물 처리 업체들도 결국 정부 보조금을 바라고 뛰어든다. 보조금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현 구조로는 기술과 시스템이 발전하지 않는다. 수퍼빈은 경제성 있는 재활용품을 만들어 보조금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
소각장을 더 지으면 매립지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나.: “폐기물은 사업적으로 판단하면 이해하기 쉽다. 환경론자들은 재활용의 차선책으로 소각, 매립을 주장한다. 하지만 모두 태워 없애는 소각이 최선책일 수도 있다. 600~1000도의 고온으로 완전 연소시키면 다이옥신 등 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돈이 많이 들 뿐이다.”
- 인천=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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