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효자 상품된 휴대폰 보험] 손해율 낮아지면서 안정적 수익처로 각광
[손보사 효자 상품된 휴대폰 보험] 손해율 낮아지면서 안정적 수익처로 각광
고가 스마트폰 쏟아지면서 가입자 1000만 명으로 늘어... 시장 규모 7000억원대로 성장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휴대폰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휴대폰 보험은 한때 손해보험사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지만, 높았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 비율)이 개선되면서 이제는 효자상품이 됐다. 시장이 어느 정도 커지면서 손보사들은 최근 이동통신사의 보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손보 업계에서는 당분간 휴대폰 시장이 손보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고가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보험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휴대폰 보험료를 손보기 위해 나섰고, 2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손해율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휴대폰 보험은 매월 보험료를 내고 휴대폰을 파손했거나 분실했을 때 기기값과 부품비 일부를 보상받는 상품이다.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면 보통 2주 안에 가입이 이뤄진다. 이동통신 3사(SKT, KT, LGU+)는 손보사와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휴대폰 보험을 판매 중이다. 보험 상품은 보험사가 개발해 출시하고, 이동통신사는 위탁 판매 하는 구조다. 보험사고에 따른 보상은 피보험자인 사용자가 통신사에 신청하면 통신사가 이를 보험사에 재청구함으로써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삼성화재·메리츠화재·한화손보·흥국화재, KT는 DB손해보험·현대해상·농협손해보험, LG유플러스는 KB손해보험이 판매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독인수 형태로 보험사가 휴대폰 보험을 판매했지만, 손해율이 높아지자 지난 2010년부터 공동인수 형태로 변경됐다. 한때 휴대폰 보험의 손해율은 2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손해율이 높았던 건 휴대폰 보험의 구조적인 문제와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영향이 컸다. 고가 휴대폰인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1년 이후에는 보험사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고치는 것보다 교체하는 게 훨씬 유리한 휴대폰 보험 특성 때문이었다. 보험 가입자는 자기부담금을 내면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신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예컨대 액정이 깨져 약 10만~20만원의 수리비가 나온다면, 10만원 정도의 자기부담금을 내고 보험을 활용해 새 폰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보험사의 손실이 커지자 아예 휴대폰 보험을 없애고 이통사가 자체 서비스망을 강화해 해결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손해율 악화에 시달리던 손보사들은 결국 휴대폰 파손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소비자 자기부담금도 정액제에서 20~35%가량의 정률제로 바꿨다. 보상 한도도 낮췄다. 정률제 도입 후 비율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내도록 하면서 손해율은 안정화를 찾아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 부담금을 높이면서 허위 분실 신고를 통해 보험금이 지급하는 사례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고가의 스마트폰 출시로 수리비에 대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휴대폰보험에 적극 가입하면서 애물단지에서 효자상품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휴대폰 보험 가입자 수는 500만 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사의 상품별로 보험금 차이는 있지만 보통 1인 당 월 평균 5000원, 연간 6만원가량을 납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가 최소 5000억원으로 성장한 셈이다. 관련 업계는 휴대폰보험 시장이 올해 7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손해율이 하락한 데다 고가 스마트폰 출시 등에 따른 보험 수요 증가 영향이다. 손보사들은 정확한 손해율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KB손해보험의 한 관계자는 “손해율이 안정화하며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올 초 기준 휴대폰 보험의 손해율이 업체에 따라 최저 70%까지 내려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통사 3사는 올해 모두 보험료를 인하했는데, 보험료 인하는 휴대폰보험 손해율이 안정됐다는 의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보험료를 내렸고, SK텔레콤도 8월 중순 보험료를 10% 낮췄다.
보험료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보험료 지급 통계를 기반으로 휴대폰 보험 참조 요율 개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 휴대폰 보험은 재보험사에서 통보한 보험 요율을 기반으로 각 통신사가 손보사와 손잡고 판매하고 있다. 아직까지 휴대폰에 맞춘 보험료 산정 기준이 따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보험료가 과하게 책정됐는지 합리적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금감원은 올 들어 휴대폰 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개별 손보사에 휴대폰 보험료의 적정 요율을 제출하라고 압박해왔다. 휴대폰이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상품인 만큼 합리적인 보험 요율을 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손보사도 적정 요율 산정을 위해 보험개발원에 참조 요율도 요청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적정 요율 산정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이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가 스마트폰이 줄지어 나오고 있는 데다 통신사 상품별로 위험률이 제각각이어서 참조 요율 개발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나 당국 모두 참조 요율이 나오면 휴대폰 보험도 경쟁 체제에 돌입해 보험료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손보사가 온라인전용보험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어 보험료 인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화손보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은 10월 2일 디지털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 시킨 바 있다. 캐롯손보는 당장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퍼 마일 자동차보험에 집중할 방침이지만, 향후 휴대폰 보험 영역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카카오도 최근 삼성화재와 손잡고 디지털 손보업계 진출에 시동을 걸어 간편결제 기능 등을 활용한 보험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보 업계가 휴대폰 보험 시장 성장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료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만원을 웃도는 휴대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료는 대개 100만원 정도의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어서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보험료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이통사와 손보사는 전용 보험 상품을 통해 대처하고 있다. 24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완판행진을 이어가는 갤럭시폴드 전용 보험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용 상품 보험료는 월 2900원~9500원이다. 하지만 전용 상품에도 휴대폰 보험 손해율이 또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료는 월 1만원도 안 되는데 갤럭시 폴드 메인 액정 교체 수리비만 82만5000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손해율은 100만원대 휴대폰을 대상으로 반영된 지표”라며 “200만원대 휴대폰은 파손이나 분실에 따른 보험사 부담이 커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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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손해율 200% 넘기도
손해율이 높았던 건 휴대폰 보험의 구조적인 문제와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영향이 컸다. 고가 휴대폰인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1년 이후에는 보험사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고치는 것보다 교체하는 게 훨씬 유리한 휴대폰 보험 특성 때문이었다. 보험 가입자는 자기부담금을 내면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신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예컨대 액정이 깨져 약 10만~20만원의 수리비가 나온다면, 10만원 정도의 자기부담금을 내고 보험을 활용해 새 폰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보험사의 손실이 커지자 아예 휴대폰 보험을 없애고 이통사가 자체 서비스망을 강화해 해결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손해율 악화에 시달리던 손보사들은 결국 휴대폰 파손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소비자 자기부담금도 정액제에서 20~35%가량의 정률제로 바꿨다. 보상 한도도 낮췄다. 정률제 도입 후 비율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내도록 하면서 손해율은 안정화를 찾아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 부담금을 높이면서 허위 분실 신고를 통해 보험금이 지급하는 사례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고가의 스마트폰 출시로 수리비에 대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휴대폰보험에 적극 가입하면서 애물단지에서 효자상품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휴대폰 보험 가입자 수는 500만 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사의 상품별로 보험금 차이는 있지만 보통 1인 당 월 평균 5000원, 연간 6만원가량을 납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가 최소 5000억원으로 성장한 셈이다. 관련 업계는 휴대폰보험 시장이 올해 7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손해율이 하락한 데다 고가 스마트폰 출시 등에 따른 보험 수요 증가 영향이다. 손보사들은 정확한 손해율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KB손해보험의 한 관계자는 “손해율이 안정화하며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올 초 기준 휴대폰 보험의 손해율이 업체에 따라 최저 70%까지 내려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통사 3사는 올해 모두 보험료를 인하했는데, 보험료 인하는 휴대폰보험 손해율이 안정됐다는 의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보험료를 내렸고, SK텔레콤도 8월 중순 보험료를 10% 낮췄다.
보험료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보험료 지급 통계를 기반으로 휴대폰 보험 참조 요율 개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 휴대폰 보험은 재보험사에서 통보한 보험 요율을 기반으로 각 통신사가 손보사와 손잡고 판매하고 있다. 아직까지 휴대폰에 맞춘 보험료 산정 기준이 따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보험료가 과하게 책정됐는지 합리적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금감원은 올 들어 휴대폰 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개별 손보사에 휴대폰 보험료의 적정 요율을 제출하라고 압박해왔다. 휴대폰이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상품인 만큼 합리적인 보험 요율을 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손보사도 적정 요율 산정을 위해 보험개발원에 참조 요율도 요청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적정 요율 산정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이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가 스마트폰이 줄지어 나오고 있는 데다 통신사 상품별로 위험률이 제각각이어서 참조 요율 개발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나 당국 모두 참조 요율이 나오면 휴대폰 보험도 경쟁 체제에 돌입해 보험료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손보사가 온라인전용보험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어 보험료 인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화손보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은 10월 2일 디지털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 시킨 바 있다. 캐롯손보는 당장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퍼 마일 자동차보험에 집중할 방침이지만, 향후 휴대폰 보험 영역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카카오도 최근 삼성화재와 손잡고 디지털 손보업계 진출에 시동을 걸어 간편결제 기능 등을 활용한 보험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보 업계가 휴대폰 보험 시장 성장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가 휴대폰 늘어 보험료 더 오를 수도
전용 상품 보험료는 월 2900원~9500원이다. 하지만 전용 상품에도 휴대폰 보험 손해율이 또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료는 월 1만원도 안 되는데 갤럭시 폴드 메인 액정 교체 수리비만 82만5000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손해율은 100만원대 휴대폰을 대상으로 반영된 지표”라며 “200만원대 휴대폰은 파손이나 분실에 따른 보험사 부담이 커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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