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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뉴 롯데’ 만들기] ‘신동빈 염원’ 호텔롯데 상장이 선결과제

[쉽지 않은 ‘뉴 롯데’ 만들기] ‘신동빈 염원’ 호텔롯데 상장이 선결과제

‘일본 기업’ 꼬리표 떼어낼 수단… ‘캐시카우’ 유통사업 재건도 필수
지난 1월 7일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지주 및 BU 임원과 서울 롯데월드타워 지하 2층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 사진:롯데 지주
창업자 고 신격호 명예회장을 떠나보낸 롯데는 ‘뉴 롯데’ 만들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구상하는 뉴 롯데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비교적 명확하다. 그룹 내에서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침체에 빠진 유통부문을 재건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동빈호 롯데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이고 한국의 롯데 지주체제에 넣어 단일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는 신 회장이 지배력을 확보해 ‘뉴 롯데’를 만들어 갈 힘을 만드는 밑작업이자,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인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는 수단이다.

현재 롯데그룹에서 신 회장의 공고한 입지는 일본 우호 세력의 지지 덕분이다. 호텔롯데의 일본 지배력을 낮추지 않는 이상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지 여부에 따라 신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이 신 회장의 숙원사업이 된 이유다. 앞서 2015년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시도한 바 있지만 2016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조사 등 대내외 변수로 무산됐다.

문제는 실적이다. 황각규 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사업 안정화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가 당장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미뤄봤을 때 2016년만큼의 수익을 회복하지 못해 당장 IPO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결국 올해 상반기 실적을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연내 IPO를 추진할 수 있을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유통 분야의 실적을 개선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본업인 유통업을 재건해야 화학 등 미래먹거리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수년 전부터 온라인으로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준비를 해왔던 것에 비해 롯데쇼핑의 대응은 한참 늦었다”고 평가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적극적인 구조조정도 과제다. 임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을 위해선 백화점 외에도 할인점 및 슈퍼마켓 등에서 적극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 사장
업계에선 올해부터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난해 말 단행된 인사에서 송용덕 부회장을 롯데지주로 불러들이고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62) 사장을 호텔롯데 호텔·서비스 BU장에 임명한 것이다. 이 사장은 롯데그룹 핵심 브레인으로 롯데그룹 내에서 가지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 사장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롯데쇼핑(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대홍기획 등 여러 계열사에서 재무와 경영관리 등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2012년에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재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5년 8월 롯데그룹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계열사 분할·합병과 상장 등을 진두지휘하면서다. 당시에도 호텔롯데 상장을 시도했기 때문에 상장을 위한 내부 실무 준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2016년 상장 추진 당시 호텔롯데는 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현재 시점에서 10조원에 미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호텔·서비스 BU장은 면세점과 호텔, 롯데월드 등 호텔롯데의 세 가지 사업부문을 모두 총괄하는 자리다. 이 사장의 경력을 고려하면 송용덕 부회장이 담당하던 것과 업무의 결이 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간 롯데그룹은 BU장에 해당 사업분야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이해도를 갖춘 베테랑들을 배치했는데, 이 사장의 경력이 관광이나 면세사업 등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호텔롯데 각 부문별 대표이사가 사업실적 개선을 책임지고, 이 사장은 재무구조와 기업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신 회장은 연초 사장단회의 격인 롯데 VCM에서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유통 부문 부활 | 강희태 유통 BU장 부회장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인 유통 사업부문을 되살리는 임무는 강희태(61) 부회장에게 맡겨졌다.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을 맡던 그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유통BU장에 올랐다. 인사의 맥락을 보면 단순한 승진이 아니라 위기의 유통 부문을 살려낼 ‘구원투수’라는 게 중론이다. 유통BU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부문별 대표를 모두 없애고 강 대표에게 롯데쇼핑의 전권을 맡겼기 때문이다.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강 부회장은 최고의 유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4년 위기에 빠진 롯데백화점 중국사업장에 소방수로 나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롯데백화점 사장까지 올랐다. 신 회장은 유통 BU에서 이같은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발휘하길 원한다.

강 부회장의 과제는 성장하는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롯데의 입지를 구축하는 것과 비대해진 기존 유통사업 조직을 슬림화 하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롯데의 입지는 올 상반기 출시할 롯데온(ON)의 성패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통합 쇼핑앱 롯데온은 백화점·마트·닷컴·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가 각각 관리하던 온라인몰 상품을 한곳에 모아 선보일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강 부회장은 롯데백화점 대표 부임 이듬해부터 온라인몰 통합작업을 진두지휘 해왔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구조조정에도 칼을 뽑았다. 백화점 대표로서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그는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5개 사업 부문이 각각 가지고 있던 투자, 전략, 인사, 재무 등의 업무를 ‘롯데쇼핑 헤드쿼터(HQ)’로 통합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 본사 인력의 13%가량을 현장으로 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부문은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 실적이 양호했다”며 “롯데쇼핑 내 다른 사업 분야에선 더 단호한 사업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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