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낳은 음모론] 세계는 ‘코로나 피노키오’와 대립 중
[코로나19가 낳은 음모론] 세계는 ‘코로나 피노키오’와 대립 중
전염병 확산할수록 가짜·비과학·작전 뉴스 득실득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비과학적뉴스ㆍ가짜뉴스ㆍ작전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료제를 발견했다는 뉴스들이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흔히 쓰이는 물질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과연 그럴까?
4월 4일 호주 모나슈 대학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구충제인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내에 유전물질이 분해돼 소멸했다는 시험관 연구 결과를 학술지인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에선 주식 투자를 위해 구충제나 원료 생산업체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약이 드디어 발견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이 뉴스가 주가를 띄우거나 연구소의 명성을 높이고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기획성’ ‘작전성’ 발표라는 의심이다. 이버멕틴이 아직 시험관 시험에서만 나타난 단계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약물의 효능·부작용을 확인해 개발로 가는 긴 과정의 첫 단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긴 검증 과정에서 어떤 독성이나 부작용으로 걸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한 마디로 의약품 개발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 고문만 한 셈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약물 개발은 기본적으로 5단계를 거친다. 1단계가 ‘발견과 개발’ 단계다. 우선 수많은 화학물질에서 후보 물질을 선택하고 이를 ‘실험실 실험(In Vitro Test)’를 통해 확인한다. 1단계에서 어느 정도 효능을 나타낸 물질은 2단계인 ‘사전 임상 연구’로 넘어간다. 여기에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독성과 대사, 생물학적 이용률 등을 조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후보 물질의 분자구조를 바꿔 안정성을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분자 디자인’작업을 거친다. 분자 디자인 작업을 거친 화합물은 다시 실험실 실험으로 넘어가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2단계 동물 실험에서 검증을 통과한 후보 물질은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1상·2상·3상의 3단계로 이뤄지며 한 단계를 통과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상은 인체 독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인체에서는 독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면 의약품으로 허가 날 수가 없다.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기 때문이다.
1상을 통과하면 2상으로 넘어가 대사 등 약물 역학을 보면서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한다.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거나 투여 받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면 실격이다. 3상에선 기대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나은지를 확인한다. 기존 제품보다 나은 게 없다면 허가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3상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FDA 심사에 들어간다. FDA는 허가를 위한 수많은 항목을 꼼꼼하게 심사한다. 시장에 출시된 뒤에도 FDA는 계속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면서 안전성을 살핀다. 이버멕틴은 이제 이 기나긴 검증 단계에서 겨우 시험관 시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새로운 치료제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임상시험에 가기 전까지 최소한 1년6개월 정도의 동물실험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 문제는 이버멕틴이 시험관 실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파괴했는지를 전혀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깜깜이 실험 결과로는 신약 개발 과정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기존에 에볼라 치료제로 사용되던 항바이러스 약물 렘데시비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적응증에 추가하는 경우는 이 과정이 조금 단축될 수 있다. 이전에 에볼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당시 1·2상을 거쳤기 때문에 곧바로 3상에 들어갔다. 현재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임상 실험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제 겨우 1상에 들어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독성을 확인하는 단계일 뿐이다. 임상 시험 1~3상을 마치는 데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걸린다. 그것도 중간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이버멕틴 시험관 실험 뉴스를 듣고 아무래도 ‘작전뉴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 말리리아 예방·치료제로 승인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둘러싼 소동도 비슷하다. 65년 전인 1955년 승인돼 플라케닐(Plaquenil)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 중인 이 약은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실험적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을 코로나19에 바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문가들과 충돌했다.
이 약 역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말라리아 약으로 쓰는 것은 확실히 효능이 있고,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증명됐다. 이 때문에 늪이 많은 지대에 살거나 그런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복용해 2017년 미국에서 500만 건이 넘는 처방전이 발행됐다.
그러나 말라리아 약으로 쓸 때와 코로나19로 사용할 때는 용량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용량에서 새로운 독성이나 부작용, 기형 유발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구토, 두통, 시력 변화, 근육 약화 등의 일반적인 부작용과 함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확인 없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입했다가 대량 실명이나 알레르기로 인한 생명 위협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이러한 과학적·의학적 과정을 제대로 모르고 고집을 피우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 약의 품절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으며, 인도는 말라리아 약의 수출을 금지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의 발신지로서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주인공이 됐다. 치료제를 둘러싼 논쟁과 함께 코로나19를 둘러싼 다양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는 물론 일부 주류 언론을 통해 바이러스만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주장들이다. 초기에 나타난 대표적인 가짜 뉴스로 ‘생물학전 무기’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코로나19가 중국 밖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함께 번져나갔다.
이는 중국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고 있는 비디오가 소설 미디어에 퍼지다 급기야 주류 매체에도 등장하면서 신종 코로나가 야생동물 식용 습관에서 비롯했다는 억측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국영 국제방송인 RT와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인 데일리 메일이 다루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 하지만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이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는 이 장면은 사실은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촬영된 것이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박쥐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동물 숙주에서 인간에게 옮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박쥐 식용은 중국인의 식습관이 새로운 질환의 유행을 가져왔다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불러왔다고 중동 위성 뉴스채널인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실제와는 무관하게 중국인은 지저분하며 이상한 것을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더욱 문제는 이런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자신은 그런 것을 먹지 않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착각은 방심을 낳고 방심을 대규모 전염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국적자나 중국계는 물론 서양인이 외모만 보고 중국인과 구분할 수 없는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코로나19가 창궐하기도 전에 차별과 공격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던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귀국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에선 주류 언론이 대놓고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지 알와탄(고국)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2000년 사우디 서남부에서 창간돼 15만 부를 찍는 이 신문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이집트 카이로, 요르단 암만에서도 인쇄돼 배포되고 있는 범아랍권 민영 매체다. 이 신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서방 제약사들이 백신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고 퍼뜨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코로나19 무풍지대였으며 3월 2일 첫 확진자가, 3월 24일 첫 사망자가 각각 나왔다.
시리아의 관영지인 알타우라(혁명)는 2월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벌이는 경제전·심리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1963년 창간된 이 신문은 주로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소개해왔다. 러시아의 관영 페르비카날의 뉴스 앵커는 2월 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주범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트럼프가 사회를 봤던 미인대회에서 수여하던 왕관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우익 성향 매체들이 음모론 확산에 앞장섰다. 워싱턴타임스는 1월 24일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의 비밀 생물학적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실험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아칸소주 연방상원의원인 톰코튼은 1월 2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며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2019년 미국 의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경고한 인물이다. 올해 1월 28일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상업 항공편의 중지를 주장했으며, 트럼프는 중국에서 오는 대부분의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그는 2월 17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고백했지만, 3월 이후에도 중국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코튼 상원의원은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법대를 마친 변호사로, 미 육군에 입대해 보병부대와 공수부대에서 보병장교로 근무한 뒤 대위로 전역한 엘리트다. 2014년 중간선거에서 37세의 나이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정치인이다. 인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면 말고’ 식의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의 대대적인 확산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대유행(Epidemic)을 합쳐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는 이용자들에게 WHO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만 믿으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미국 메사추세츠 앰허스트대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담당 교수인 조내선 옹은 “우리는 과거 사스나 신종 플루이 유행하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관련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지금 바이러스와 가짜 뉴스라는 2개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
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하원 국방위원장인 토비아스 엘우드는 2월 29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우한 생물학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31일 “인도의 소셜 미디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정부 지원으로 생물학적 무기로 만들어졌다가 유출된 것’이라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을 살해하는 내용의 가짜 비디오도 인도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월 25일 필립 리커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가짜 뉴스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리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 수천 개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기 위해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한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2월호에서 “러시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러시아 국방부가 지원하는 매체인 즈베즈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생물학 무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러시아의 극우정치인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모스크바의 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미국 국방부와 제약회사들의 실시한 실험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EU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이런 근거 없는 뉴스를 최소 80차례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인터넷·라디오 뉴스 플랫폼인 스푸트니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다양한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발트해 국가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졌으며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라트비아는 옛 소련에서 분리돼 지금은 서방 군사 동맹인 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에는 눈엣가시다. 스푸트니크는 이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가장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서 노인 숫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느니, 프랑스가 반정부 시위대인 ‘노란 조끼’를 대상으로 쓰기 위해 도입했다는 등 근거 없는 뉴스를 쏟아냈다.
이란도 못지않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3월 9일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이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생물전 무기”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황당한 주장에 대해 국제기구와 학자들은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방해한다”며 “우리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와도 싸우고 있다”고 유행 초기인 2월 8일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 치우쳤다는 비판 속에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WHO의 호소가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 합성됐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호주·말레이시아를 비롯한 8개국의 과학자 27명은 2월 19일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이 바이러스에 대항해 전 세계가 협력하는 것을 방해하는 공포, 헛소문, 그리고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마리나 주버트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과학자들도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어 이런 억측이 발생한다”로 알자지라에 지적했다.
미국 이스트 캘리포니아대의 안드레아 키타 교수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은 과거 전염병 유행 당시 퍼졌던 것과 경향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키타 교수는 “과거 에이즈나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당시에도 바이러스가 생물공학적으로 합성된 것이라든지, 음식물이나 위생 습관과 관련된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나돌았다”며 “사람들은 의료와 방역 요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과 중국과 이탈리아 도시들이 이동금지령 속에 텅 빈 장면을 보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허함이 비과학적인 뉴스, 가짜 뉴스의 근원이라는 이야기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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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호주 모나슈 대학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구충제인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내에 유전물질이 분해돼 소멸했다는 시험관 연구 결과를 학술지인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에선 주식 투자를 위해 구충제나 원료 생산업체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약이 드디어 발견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이 뉴스가 주가를 띄우거나 연구소의 명성을 높이고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기획성’ ‘작전성’ 발표라는 의심이다. 이버멕틴이 아직 시험관 시험에서만 나타난 단계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약물의 효능·부작용을 확인해 개발로 가는 긴 과정의 첫 단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긴 검증 과정에서 어떤 독성이나 부작용으로 걸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한 마디로 의약품 개발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 고문만 한 셈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약물 개발은 기본적으로 5단계를 거친다. 1단계가 ‘발견과 개발’ 단계다. 우선 수많은 화학물질에서 후보 물질을 선택하고 이를 ‘실험실 실험(In Vitro Test)’를 통해 확인한다. 1단계에서 어느 정도 효능을 나타낸 물질은 2단계인 ‘사전 임상 연구’로 넘어간다. 여기에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독성과 대사, 생물학적 이용률 등을 조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후보 물질의 분자구조를 바꿔 안정성을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분자 디자인’작업을 거친다. 분자 디자인 작업을 거친 화합물은 다시 실험실 실험으로 넘어가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2단계 동물 실험에서 검증을 통과한 후보 물질은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1상·2상·3상의 3단계로 이뤄지며 한 단계를 통과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상은 인체 독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인체에서는 독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면 의약품으로 허가 날 수가 없다.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기 때문이다.
1상을 통과하면 2상으로 넘어가 대사 등 약물 역학을 보면서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한다.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거나 투여 받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면 실격이다. 3상에선 기대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나은지를 확인한다. 기존 제품보다 나은 게 없다면 허가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3상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FDA 심사에 들어간다. FDA는 허가를 위한 수많은 항목을 꼼꼼하게 심사한다. 시장에 출시된 뒤에도 FDA는 계속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면서 안전성을 살핀다.
검증 없는 약물 효과 앞세워 이윤 노리는 작전뉴스
기존에 에볼라 치료제로 사용되던 항바이러스 약물 렘데시비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적응증에 추가하는 경우는 이 과정이 조금 단축될 수 있다. 이전에 에볼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당시 1·2상을 거쳤기 때문에 곧바로 3상에 들어갔다. 현재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임상 실험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제 겨우 1상에 들어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독성을 확인하는 단계일 뿐이다. 임상 시험 1~3상을 마치는 데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걸린다. 그것도 중간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이버멕틴 시험관 실험 뉴스를 듣고 아무래도 ‘작전뉴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 말리리아 예방·치료제로 승인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둘러싼 소동도 비슷하다. 65년 전인 1955년 승인돼 플라케닐(Plaquenil)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 중인 이 약은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실험적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을 코로나19에 바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문가들과 충돌했다.
이 약 역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말라리아 약으로 쓰는 것은 확실히 효능이 있고,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증명됐다. 이 때문에 늪이 많은 지대에 살거나 그런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복용해 2017년 미국에서 500만 건이 넘는 처방전이 발행됐다.
그러나 말라리아 약으로 쓸 때와 코로나19로 사용할 때는 용량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용량에서 새로운 독성이나 부작용, 기형 유발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구토, 두통, 시력 변화, 근육 약화 등의 일반적인 부작용과 함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확인 없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입했다가 대량 실명이나 알레르기로 인한 생명 위협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이러한 과학적·의학적 과정을 제대로 모르고 고집을 피우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 약의 품절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으며, 인도는 말라리아 약의 수출을 금지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의 발신지로서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주인공이 됐다.
인종차별·국가대립 부추기는 가짜 뉴스 일파만파
이는 중국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고 있는 비디오가 소설 미디어에 퍼지다 급기야 주류 매체에도 등장하면서 신종 코로나가 야생동물 식용 습관에서 비롯했다는 억측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국영 국제방송인 RT와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인 데일리 메일이 다루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 하지만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이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는 이 장면은 사실은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촬영된 것이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박쥐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동물 숙주에서 인간에게 옮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박쥐 식용은 중국인의 식습관이 새로운 질환의 유행을 가져왔다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불러왔다고 중동 위성 뉴스채널인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실제와는 무관하게 중국인은 지저분하며 이상한 것을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더욱 문제는 이런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자신은 그런 것을 먹지 않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착각은 방심을 낳고 방심을 대규모 전염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국적자나 중국계는 물론 서양인이 외모만 보고 중국인과 구분할 수 없는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코로나19가 창궐하기도 전에 차별과 공격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던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귀국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에선 주류 언론이 대놓고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지 알와탄(고국)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2000년 사우디 서남부에서 창간돼 15만 부를 찍는 이 신문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이집트 카이로, 요르단 암만에서도 인쇄돼 배포되고 있는 범아랍권 민영 매체다. 이 신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서방 제약사들이 백신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고 퍼뜨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코로나19 무풍지대였으며 3월 2일 첫 확진자가, 3월 24일 첫 사망자가 각각 나왔다.
시리아의 관영지인 알타우라(혁명)는 2월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벌이는 경제전·심리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1963년 창간된 이 신문은 주로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소개해왔다. 러시아의 관영 페르비카날의 뉴스 앵커는 2월 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주범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트럼프가 사회를 봤던 미인대회에서 수여하던 왕관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미디어도 근거 없는 음모론 제기에 앞장
코튼 상원의원은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법대를 마친 변호사로, 미 육군에 입대해 보병부대와 공수부대에서 보병장교로 근무한 뒤 대위로 전역한 엘리트다. 2014년 중간선거에서 37세의 나이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정치인이다. 인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면 말고’ 식의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의 대대적인 확산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대유행(Epidemic)을 합쳐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는 이용자들에게 WHO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만 믿으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미국 메사추세츠 앰허스트대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담당 교수인 조내선 옹은 “우리는 과거 사스나 신종 플루이 유행하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관련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지금 바이러스와 가짜 뉴스라는 2개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
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하원 국방위원장인 토비아스 엘우드는 2월 29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우한 생물학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31일 “인도의 소셜 미디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정부 지원으로 생물학적 무기로 만들어졌다가 유출된 것’이라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을 살해하는 내용의 가짜 비디오도 인도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월 25일 필립 리커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가짜 뉴스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리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 수천 개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기 위해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한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 나서서 “정보 부족으로 생긴 편견” 반박
러시아 국영 인터넷·라디오 뉴스 플랫폼인 스푸트니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다양한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발트해 국가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졌으며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라트비아는 옛 소련에서 분리돼 지금은 서방 군사 동맹인 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에는 눈엣가시다. 스푸트니크는 이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가장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서 노인 숫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느니, 프랑스가 반정부 시위대인 ‘노란 조끼’를 대상으로 쓰기 위해 도입했다는 등 근거 없는 뉴스를 쏟아냈다.
이란도 못지않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3월 9일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이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생물전 무기”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황당한 주장에 대해 국제기구와 학자들은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방해한다”며 “우리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와도 싸우고 있다”고 유행 초기인 2월 8일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 치우쳤다는 비판 속에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WHO의 호소가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 합성됐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호주·말레이시아를 비롯한 8개국의 과학자 27명은 2월 19일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이 바이러스에 대항해 전 세계가 협력하는 것을 방해하는 공포, 헛소문, 그리고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마리나 주버트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과학자들도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어 이런 억측이 발생한다”로 알자지라에 지적했다.
미국 이스트 캘리포니아대의 안드레아 키타 교수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은 과거 전염병 유행 당시 퍼졌던 것과 경향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키타 교수는 “과거 에이즈나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당시에도 바이러스가 생물공학적으로 합성된 것이라든지, 음식물이나 위생 습관과 관련된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나돌았다”며 “사람들은 의료와 방역 요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과 중국과 이탈리아 도시들이 이동금지령 속에 텅 빈 장면을 보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허함이 비과학적인 뉴스, 가짜 뉴스의 근원이라는 이야기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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