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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청년 주거복지] 갈 곳 없는 2030, 청년을 위한 주거복지는 없다

[실효성 없는 청년 주거복지] 갈 곳 없는 2030, 청년을 위한 주거복지는 없다

지하방·옥탑방·고시원 ‘지옥고’ 살이… 청약 시장선 소외
1인 가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7년이면 열 집 가운데 네 집은 1인 가구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청년들이 주택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치솟고, 전·월세 임대료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을 위한 주거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미미한 수준이다. 청년 대부분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2017∼ 2047년)’ 자료를 보면 2047년까지 1인가구가 83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7.3%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1인가구는 558만3000가구로 28.5%였다. 부부로만 구성된 가구도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309만3000가구(15.8%)에서 30년 뒤 479만4000가구(21.5%)에 이를 전망이다. 10가구 중 6가구는 1~2인으로 구성된다는 뜻이다. 부부와 결혼하지 않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마저 파편화하면서 ‘핵분열 가족’ 시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원룸 임대료가 50만원, 지옥고로 밀려나는 청년
청년들을 위한 주택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다방이 지난 4월 서울 주요 대학가 주변의 33㎡(10평) 이하 원룸 평균 월세를 조사한 결과, 평균 임대료는 52만원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원룸을 구하는 사람이 줄면서 그나마 다소 내린 가격이다. 올해 1월 서울지역 원룸 평균 임대료는 55만원이었다. 대학생이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부담을 덜기 위해 지하방, 옥탑방, 발을 겨우 뻗을 수 있는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청년들도 많다. 이른바 ‘지옥고’ 살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도시연구소가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 분석’ 자료를 보면 전국의 청년가구 256만4568가구 가운데 45만565가구(17.6%)가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거주 가구를 포함한다. 혼자 사는 청년 5명 중 1명은 ‘지옥고’로 불리는 곳에서 잠자리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청년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에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서울 지역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15년 기준 37.2%(14만7533가구)로 나타났다. 전국 전체가구의 주거빈곤율이 11.6%(227만6562가구)였던 것을 고려하면 특히 서울지역 청년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내 집 마련의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청약 시장에서도 소외됐다. 지난해부터 서울 인기지역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려면 가점은 최하 50점 이상이어야 했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30대는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없어 청약통장은 무의미했다. 대출이 막히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도 어려워졌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이었다. 2년 8개월 만에 약 3억원 이상 올랐다. 중위가격은 ‘중간가격’으로도 불린다. 주택 매매가격을 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값을 말한다. 부동산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그만큼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분양되는 아파트가 청년이나 1~2인 가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주택’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5㎡ 아파트 대신 1~2인가구에 맞는 소형 아파트를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주택 평형은 1973년 주택건설촉진법에서 유래했다. 박정희 정부는 ‘국민주택’ 규모를 85㎡로 지정했다. 당시 가장 보편적이었던 가구 구성원 수는 4~6인이었다. 1970년 기준 전체 557만6277가구 중 5인 가구는 98만7511가구(17.7%), 6인 가구는 94만4278가구(16.9%), 4인 가구는 86만6170가구(15.5%)였다. 전체 가구의 절반이 4~6인으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국민주택’ 기준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면서 소형 아파트 시장은 성장하지 못했다. 지금은 ‘국민주택’에 대한 기준이 사라졌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국민주택규모=85㎡’라는 공식이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의 최대 면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최대 전용면적도 85㎡다. 국내 한 건설사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주택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소형 평수 아파트가 국민주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작은 면적의 아파트 모델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주거 복지 수혜자 적고 ‘로또’ 심리 조장 우려도
소형 아파트를 늘리면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니즈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명확하다는 뜻이다. 첫 번째는 안정적인 주거와 재산 증식이다. 주택을 매입해 실거주하거나,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생활의 편리함이다. 직장이나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교통이 편리하고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선호한다. 세 번째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다. 대형, 고급 주택처럼 집 자체에 주목하거나 ‘한강뷰’ 아파트처럼 전망이나 입지가 탁월한 곳을 원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주거 복지를 위해 청년들의 니즈를 고려하고 있지만, 복지 효과가 없거나 물량 부족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이 적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분양전환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다. 10년 공공임대는 청약에 당첨된 입주자가 LH나 민간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 월 임대료를 내며 살다가, 10년 뒤에 분양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주거 안정과 분양 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무의미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대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임대료와 대출 이자를 내며 10년을 살았는데 시세 차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임대, 영구임대, 행복주택은 임대료 부담이 낮은 대표적인 주거 복지 사업이지만 공급량이 적고 입주 조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보는 사람이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그동안 국민임대에 입주하려면 전용 50㎡ 미만 주택 신청 자격으로는 월 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의 50% 이하여야 가능했다. 행복주택은 월평균소득 100% 이하여야 했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는 입주 자격을 중위소득 130% 이하 등으로 간소화하는 ‘2020 주거종합계획’을 지난 5월 20일 발표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맞춤형으로 내놓은 주거 복지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청약 시장에서 따로 마련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은 소수 당첨된 사람들에게만 막대한 시세차익의 기회를 준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득 기준 문제로 맞벌이 가구는 사실상 신청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도 한계로 꼽혔다.(44쪽, ‘‘가점제’ 청약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 기사’ 참조) 역세권 청년주택은 정부 재원을 들이지 않기 위해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였는데, 세금감면과 규제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임대사업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들었다.(40쪽, ‘높은 임대료·시세차익 노리고 몰리는 뭉칫돈’ 기사 참조) 용산 정비창 등 도심 한가운데에 저렴한 공공주택 계획도 나왔지만, 주변 지역민들과의 갈등과 저렴한 공공임대 물량 부족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42쪽, ‘“우리 동네는 안 돼” 지역 반발 부딪혔다’ 기사 참조) 서울 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부동산 정부정책을 보면 ‘청년들이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조사는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서울시나 정부에서 하는 주거 복지 정책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임대료 부담이 적은 공공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정이 더 많이 투입되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야 청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양을 통해 소수에게 집을 매입할 기회를 주는 대신, 싼 임대료를 내면서 여러 사람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주거복지 취지에 맞는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주택을 지으면서 예산을 아끼기 위해 민간 임대사업자를 끌어들이는 일도 많은데 결국 민간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재정을 더 많이 투입하더라도 시에서 공공사업에 직접 나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너무 낮은 최저주거기준, 인권위도 개정 권고
물량 확보에만 급급해 주거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주거기준’을 보면 국내 가구구성별 최소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의 개수를 설명하고 있다. 1인 가구 14㎡(4.2평), 2인 가구(부부) 26㎡(7.8평), 부부+자녀1 36㎡(10.9평), 부부+자녀2 43㎡(13.03평) 등으로 1인 평균 4평 정도의 공간을 인정하는 수준이다. 이 공간에 부엌과 식사 장소, 화장실이 있어야 하고, 43㎡ 집 안에는 방이 3개는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말 그대로 최저 기준이어서 실제 주택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이런 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 주거종합 계획’을 보면 가구원 수에 따른 대표면적을 설정해 적정하게 공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1인 가구18㎡ ▷1~2인 가구 26㎡ ▷2∼3인 36㎡ ▷3∼4인 46㎡ ▷4인 이상 56㎡다.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 전용면적도 크기도 17.66㎡, 26.52㎡, 36.20㎡ 로 비슷하다. 최저기준이 실질적 기준으로 통용되는 셈이다.

주거복지를 위해 ‘적정 주거면적’을 따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최저주거기준을 보면 1인 가구 25㎡, 2인 가구 30㎡, 3인 가구는 40㎡로 우리나라보다 넓다. 인권위원회도 2020년 1월 최저주거기준 개정을 권고했다. 현재 기준이 너무 낮고 설명이 모호하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인권위는 “우리나라 최저주거기준은 외국사례와 비교하면 기준이 낮게 책정돼 있다.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가구를 상정하고 있어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구나 다수의 가구가 주택을 공유하는 경우 적용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4인 가구를 중심으로 보는 현재 기준에서 벗어나 1~2인 가구 등 여러 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학계에서는 3인 기준 60㎡(18평)으로 한 사람에게 약 6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아파트는 33평형, 전용면적 기준으로는 25평형이다. 주로 4인 가구가 생활한다. 이를 고려하면 1인당 주거 공간으로 약 6평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거주하는 데 필요한 적당한 크기에 대해 논란은 여전하지만, 주거복지를 위해 주택의 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공통적이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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