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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첫 대형 인수 계약의 이면] 한국다케다 직원, 희망퇴직에 내몰리다

[셀트리온 첫 대형 인수 계약의 이면] 한국다케다 직원, 희망퇴직에 내몰리다

사업권 9개국 중 한국 등 서너곳 고용승계 제외…한국선 70명 목표로 희망퇴직 압박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해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과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셀트리온은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다케다제약은 매각 비용으로 현금 2억6600만 달러(약 3200억원)를 거머쥐게 된다. 이는 셀트리온의 첫 대형 인수 계약 체결 건이다. 두 기업은 계약 체결로 신이 났지만, 계약 과정에서 한국다케다제약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희망퇴직 대상으로 전락했다. 사업 인수로 인해 해당 사업부문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셈이다.
 한국 포함한 9개 나라 사업권리 인수 계약
셀트리온과 다케다제약의 계약은 지난 6월 11일 체결됐다.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프라이머리케어 사업을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셀트리온은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아태 9개 지역에서 다케다제약이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에 대한 권리를 챙기게 됐다. 다케다제약 글로벌 본사 공식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으로 셀트리온에 넘겨진 제품 매출액은 2018년 기준으로 약 1억40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이른다.

인수에 포함한 제품에는 당뇨병 치료제인 액토스 등 전문의약품과 감기약인 화이투벤, 구내염 치료제인 알보칠 등 일반의약품 등이 있다. 또 다케다제약이 내부적으로 주력 제품으로 영업해온 글로벌 개발신약 네시나,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도 포함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케다제약 글로벌 본사 공식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다케다제약은 이번 매각으로 현금 2억6600만 달러를 셀트리온으로부터 지급받고, 추가적으로 단계별 기술료에 해당하는 1200만 달러(약 150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기존에 미약했던 케미컬의약품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고, 다케다제약은 보유한 현금을 통해 희귀질환 전문기업으로서의 체질개선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 2019년 9월에 열린 한국다케다제약 기자간담회에서 문희석 대표는 “2023년까지 항암제, 위장관질환, 신경계질환, 희귀질환 등 4대 핵심치료 분야에 집중해 관련 신제품 16개를 추가로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웃고 있는 두 기업과 달리, 한국다케다제약 직원들은 고용 불안감에 떨고 있다. 6월 11일 셀트리온이 인수 체결 계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일주일 후, 한국다케다제약은 인수 계약과 관련한 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프라이머리케어 사업부와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 전원에게 희망퇴직제도(EPR) 대상자임을 알렸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70명으로, 현재 한국다케다제약 전체 직원 중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는 셀트리온과 다케다제약 간의 계약 단계에서 한국다케다제약의 ‘고용승계권’이 제외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셀트리온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9개국의 사업장 중에서 몇몇 국가의 다케다제약 직원은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다케다제약 측은 [이코노미스트]에 “고용승계를 진행하는 국가가 어딘지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만 고용승계가 빠진 건 아니다”라며 “계약 주체는 셀트리온과 글로벌 다케다제약으로, 우리는 글로벌에서 계약한 내용을 전달받아 이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 노동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인수 체결과 동시에 희망퇴직을 권유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다케다제약 노동조합이 속한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필요 없으니 이제 나가라’는 식의 한국다케다제약 행동은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쉽게 버리는 추악한 모습”이라며 “한국다케다제약 지부와 함께 전 조합원이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이스타항공 정리해고와 다를 게 없다”며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에만 주력하면서 직원 300여명을 잘라냈는데, 다케다제약 역시 사업군 매각에만 집중하고 직원들의 생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희망퇴직제도를 실행하고는 있지만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다케다제약 관계자는 “70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희망하는 사람에 한한 것이다. 희망을 원하지 않는 직원은 퇴직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을 퇴직하지 않은 해당 부서 직원의 추후 거취에 대한 물음에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모든 인수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세히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또 ‘계약상에서 한국다케다제약의 고용승계가 빠진 것을 미리 알았나’ 질문에는 “미리 알든, 몰랐든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셀트리온 “우리가 신경 쓸 일 아냐” 선 그어
제품 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셀트리온의 입장도 차갑다. 희망퇴직 선택에 직면한 한국다케다제약 직원들의 사정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 할 말도 없다, 다케다제약 쪽에 물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우리는 계약할 때 고용승계를 포함하지 않았고, 계약서에 적힌 내용만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업 인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셀트리온 내부에 있는 케미칼 사업부가 이를 전달받아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실 기업의 인수, 합병 과정에서 법적으로 고용승계 의무는 없다. 하지만 사업 인수 이후에 해당 직원들의 희망퇴직이 아닌 정리해고 수순이 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적자 사업이었다는 등 퇴직 사유가 정확하지 않다면 함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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