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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지역화폐 효과 논쟁] “언제적 자료?” 조세연 보고서 결함에 지자체 뿔났다

[불붙은 지역화폐 효과 논쟁] “언제적 자료?” 조세연 보고서 결함에 지자체 뿔났다

경기도·서울시·부산시 연구원까지 반박… 행정안전부 직접 효과 입증 예고
한 시민이 서울시의 제로페이 기반 지역화폐로 결제를 하고 있다.
국내 243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 229개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에 대해 효과 논쟁이 거세다. 국무 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9월 15일 낸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담은 ‘지역화폐 무용론’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졌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들까지 지적에 나섰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가 반박 보고서까지 내면서 논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지역화폐 효과를 다룬 보고서들의 분석 방향이 다른데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얼빠졌다”는 지적은 조세연 보고서의 결함에서 촉발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조세연의 70페이지 분량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 원문을 입수·분석한 결과 조세연은 “특히 지자체 총생산(GRDP)의 1%를 지역화폐로 발행하면, 지역화폐 관련 산업군 총 매출액은 1.9%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역화폐 발행이 오히려 0.9%포인트 경제 침체를 불렀다는 것인데, 조세연은 특정 지자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가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처럼 인접한 다른 지역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 “비용만 추가” vs “효과 있다”
다만 보고서 작성에 사용된 자료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연은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했다. 이 지사는 “부실한 자료를 사용한 과장된 분석 결과”라며 “지역화폐 발행은 2019년부터 본격화했는데 조세연이 일반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는 자료를 사용해 무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역화폐는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오면서 1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지역화폐 발행지자체 수는 3배(64개→177개), 발행 금액은 10배(3714억원→3조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조세연 연구결과는 정부기관(행정안전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지행연)의 결과와도 달랐다. 지행연은 지난해 낸 ‘지역사랑상품권 전국 확대 발행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1~8월 발행한 상품권 1조8025억원의 생산유발액이 3조2128억원(자기 지역 1조1074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이 1조3837억원(자기 지역 5332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지역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1.9% 매출 감소였다는 조세연과 다른 결과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1.9% 매출 감소 수치는 보고서 통계상 영향이 없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
 조세연, 유통대기업 시각에서 분석했나?
조세연이 보고서에 담은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비용 문제 제기도 분석 결함에 휩싸였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올해 9조원으로 예정한 지역화폐 발행에만 1800억원의 부대비용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군산시가 지류 3800억원, 모바일 200억원 등 4000억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쓴 인쇄비 등 부대비용이 73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2%에 달 한 탓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조세연이 지역화폐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지역 화폐는 상품권이 아닌 카드를 활용하고, 경기도 외 다른 지자체도 카드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지역화폐를 카드로 발행하는데, 비용은 카드 발행업체가 부담하고 결제 수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라 경기도가 카드 발행에 투입하는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 지자체가 지류형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는 체크카드처럼 결제되는 선불·충전형 지역화폐 ‘고양페이’를 발행하고 있고, 성남시의 자체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은 카드형, 모바일형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QR코드 방식을 적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형태별 발행액은 카드, 지류, 모바일 순이었다.

조세연이 보고서에 담은 “지역화폐는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 소형 매장으로 사용처가 제한돼 소비자의 후생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도마에 올랐다. 조세연은 “동네 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타 지역이 아닌 자기 고장의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과 중소상공인 매출증대 지원을 통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공룡으로부터 지역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측면 두 가지가 있다”면서 “유통대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 지자체 반발 격화
조세연에 대한 이 지사의 질타는 지자체 전체로 옮겨 붙고 있다. 당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역화폐를 지지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9월 21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세연이 분석한 지역화폐 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 지역화폐로 지역에 풀리는 돈을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니라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며 “연구는 지역화폐가 전국적으로 풀리면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지역화폐가 가진 성격이 여러 가지다. 지난해 지행연 보고서와 같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이 지사를 옹호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9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부터 고용효과까지 매우 긍정적이며 만족도도 큰 걸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매출 효과 경험 60.3%, 지역경제활성화 관계 여부에 대한 긍정 응답이 58.3%,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필요 여부 긍정 응답이 64.3%에 달했다는 것이다. 은 시장은 이어 “2018년 9월부터 아동수당을 지역화폐카드로 발행, 200억원 규모였던 지역화폐가 2019년 948억원으로 늘어 경제적 효과의 증대 역시 예상한다”며 조세연 연구를 반박했다.

부산시는 조세연 연구결과가 수도권 중심적 사고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 지역화폐 정책위원은 “부산의 경우 역내 소비액의 70~80%가 수도권으로 흘러 들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화폐가 도입됐다”며 “수도권으로 돈이 집중되는 기형적 구조를 외면한 채 지역화폐의 역기능만 부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구미시에선 시민단체가 지자체의 입장을 변호했다. 구미경실련은 9월 21일 성명을 내고 “지역화폐는 자영업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이라며 “시민 호응을 반영해 지역화폐 발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 230개 지자체 지역화폐 발행
각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
지자체들의 이 같은 반발은 지자체에 지역화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지자체는 현재 지역화폐를 온라인 경제 발전과 대기업 중심 경제 속에서 소득의 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대형마트, 연매출 10억원 초과 사업체, 유흥업소, 직영 주유소 등에서의 사용을 제한해 지역 내에서 돈이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복지예산 등을 쏟았는데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소비가 일어나면 지자체는 적자에 빠진다”면서 “지역화폐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꽤 오래전인 1997년생이다. 당시 정부는 경제 위기 이후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강화, 실업 구제 등의 목적으로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당시 한 모임에서 ‘미래화폐’를 만들면서 최초의 지역화폐가 등장했다. 이후 서울 송파구의 ‘품앗이’(1999), 대전시의 ‘한밭레츠’(2000) 등으로 전파하면서 2000년대 초반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지자체가 72곳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지역민의 일상생활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카드 형태 등의 지역화폐가 늘고 사용도 편리해지면서 지역화폐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경기도 안산시는 지난해 4월 발행한 상품권 형태 지역화폐 ‘다온’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40억원가량을 판매했다. 제천시는 같은 해 3월 지역화폐 ‘모아’ 발행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16억원을 판매했다. 올해 지역화폐의 인기는 더 뜨겁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 지원을 각 지자체가 지역화폐로 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총 230개 지자체가 6조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 이중 96%인 5조8000억원이 팔렸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의 지역화폐는 1조원 넘게 판매됐다.
 효과성 논란이 연구원 간 갈등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는 조세연 보고서를 향한 지적을 넘어 산하 연구기관을 통한 본격적인 반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있는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경기연)의 반박이 발 빠르다. 경기연은 최근 ‘2019년 1~4분기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고 “동일한 점포는 지역화폐 도입 후 매출액이 약 115만원 증가, 다른 점포끼리 비교하면 지역화폐 경험이 있는 곳의 매출액이 약 475만원 높다”고 분석했다. 조세연이 낸 지자체총생산(GRDP)의 1%를 지역화폐로 발행하면 산업군 매출이 1.9% 준다는 결론을 정조준 했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지역화폐가 경제적 부담만 클 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조세연 보고서는 지역화폐가 주는 소상공인·자영업자·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는 간과하고 있다”면서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을 넘어 지역화폐 발급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뒤집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조세연 연구가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중대한 사안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혼선을 야기하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처 “지역화폐, 국가 전체론 손해”
서울시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소도 지역화폐 효과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7월 시작한 재난 시 제로페이와 연계한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제로페이의 재조명과 재난 시 소상공인 보호 정책으로서의 역할’ 연구에서 지난 4~6월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 재난긴급생활비를 분석해 골목상권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는 결론을 냈다. 이 연구 보고서는 11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부산연구원 역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이르면 내달 최종 결과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세연 보고서와 비슷한 방향의 의견도 있다. 정부 재정 운용을 평가하는 국회예산정책처(예산처)는 지난 6월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과 관련해 “지자체 입장에서는 타지역으로의 소비 유출이 차단돼 지역 내 자영업체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가 단위에서 보면 소비지출 총액은 동일하면서 상품권 발행 및 유통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만 추가 지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산처는 특히 “지역화폐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려면 지역화폐 사용에 따른 편익으로 자체 수요가 발생하고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나, 지금은 재정을 투입하여 할인율을 상향함으로써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며 “역내 소비진작 효과 자체가 지자체의 규모와 재정력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상품권 발행 자체가 지방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화폐는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현금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액면가보다 싸게 팔아야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할인 판매’로 인한 손해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실제 지역화폐는 ‘화폐’라는 이름과 달리 정부가 사실상 현금을 나눠주는 재정정책이 됐다. 지자체가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충전 시 10%를 돌려주는데 10% 할인의 재원을 중앙정부가 같이 나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할인 비용의 25%를 중앙정부가, 75%를 지자체가 내지만, 지난 3월 1차 추가경정예산에는 정부가 6월까지 62%를 부담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6조원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된 것을 고려하면 중앙정부는 보조금으로 3603억원 예산을 사용했다. 발행액 6조원의 10%인 6000억원의 62%를 부담한 탓이다.
 5년간 150배 증가 지역화폐, 중간평가 필요
전문가들은 조세연 연구 보고서가 현실과 맞지 않아도 지난 5년간 지역화폐 발행액이 전국적으로 150배가량 증가한 만큼 냉정한 중간평가가 필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세연은 기존 소비, 인접지역 소비에 대한 지역화폐의 대체 효과를 분석했고,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부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인 만큼 지역화폐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화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직접 지역화폐 효과에 입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올 12월쯤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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