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혁신으로 포장된 ‘수수료 사업’] ‘혁신 플랫폼’ 경쟁 사라지자 ‘통행세 부담’만 커졌다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혁신으로 포장된 ‘수수료 사업’] ‘혁신 플랫폼’ 경쟁 사라지자 ‘통행세 부담’만 커졌다
규제 무풍지대 우려 vs 무분별한 정부 개입 지나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페이’로 불리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온라인 쇼핑 등 최근 급성장하는 사업을 설명할 때 ‘비대면, 혁신, 4차 산업’이 언급된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필두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등이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진짜 공통점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Online platform business)라는 분석도 있다. 핵심 수익원은 ‘수수료’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특정 분야에서 사업자(공급자)가 네트워크·울타리를 구축해 여러 상점과 소비자의 연결을 도우면서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의 사업을 말한다. 백화점을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본다면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몇몇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면서 경쟁이 사라지고 이들이 제시하는 수수료가 통행세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서는 돈을 벌기 힘든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음식이나 제품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많은 이들이 “플랫폼 독과점과 수수료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많은 상점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주거나, 소비자에게 할인쿠폰 또는 배송료 인하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전한 시장경제에서는 이런 경쟁 덕분에 소비자가 질 좋은 상품을 싼 값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지면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이는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는 2015년 배달앱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였다. 먼저 승부수를 던진 쪽은 배민이었다. ‘바로결제 수수료’ 폐지 정책을 발표했다. 바로결제 수수료는 배민 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때 점주들이 배민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이는 배민 전체 매출의 30% 수준에 달했는데, 이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광고료만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자 요기요는 “주문중개 수수료는 물론이고 외부결제 수수료까지 0%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원하는 음식점 어느 곳이나 월 고정비만 부담하면, 결제방식이나 주문 수에 관계없이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4월 배민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던 선언을 파기하고 건당 5.8%의 정률제 수수료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당시 배민 측은 “주문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서비스 방식”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의 질타를 받자 수수료 사업을 백지화 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10년 가까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경쟁했는데, 경쟁이 사라지자 본전 생각이 났을 것”이라며 “독과점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 인수에 4조7000억원을 베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8월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수도권 2000개 외식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맹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앱사에 지급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배달앱사에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수수료는 고객에게 배달료를 청구하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담을 낮춘다”고 답했다. 이들은 배달앱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광고비·수수료 인하(78.6%), 광고비·수수료 산정 기준 및 상한제 도입(56.5%), 영세소상공인 우대 수수료율 마련(44.1%)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쿠팡이츠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이를 반기는 음식점주는 많지 않다. 쿠팡이츠가 음식점주에게 받겠다고 제시한 수수료율이 결제 금액의 15%에 달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쿠팡이츠가 서비스 시작과 함께 주문 건수나 결제 금액에 관계없이 건당 수수료 1000원만 받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은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쿠팡이츠가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딜리버리히어로처럼 경쟁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당초 제시했던 수수료율(15%)로 복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소상공인들은 수수료를 세금처럼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자체들이 나서 ‘제로(0)’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공공배달 서비스를 내놓으며 배달앱 사업자를 견제하고 있다. 9월 16일에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배달조합 플랫폼 ‘제로배달 유니온’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합에는 띵동과 먹깨비, 부르심 제로(ZERO), 서울 애(愛)배달, 놀러와요 시장, 로마켓, 맘마먹자 등 7개가 참여했다. 수수료는 0~2%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군산의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도 낮은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광주시도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민과 요기요가 장악한 배달앱 시장에서 공공배달앱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배달앱 서비스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익숙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굳어진 독과점 시장이 깨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시장에서도 수수료 논란이 커지고 있다. PG사는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온라인 쇼핑몰 등 가맹점과 은행· 카드사 간 전자결제 정보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중간수수료를 취한다. 대표적인 게 ‘○○페이’로 불리는 서비스다.
문제는 이들 PG사에 대한 수수료 규제가 다른 금융사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 결제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데, PG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따르기 때문에 표준약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가맹점의 연 매출 규모에 따라 카드 수수료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신용카드 기준 수수료율 0.8%, 연 매출 3억에서 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6% 수수료가 적용되는 식이다. 그런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는 카드 수수료를 2.2%까지 받고 있다. 연 매출이 3억원이 되지 않는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율 0.8%를 제외하면 네이버페이가 1.4%를 가져간다는 뜻이다. 권칠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페이가 3년간 수수료로 1조1210억여원을 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9월 1일 “수수료에는 카드사 등에 지급해야 하는 결제수수료가 포함되어 있고 다른 PG(전자결제대행사)가 제공하지 않는 (네이버페이만의) 부가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수치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페이의 경우 일반적인 PG사의 단순 결제대행 모델과 다르게 회원으로부터 주문서를 접수 및 관리하고 발송, 교환, 반품의 판매관리툴 제공, 배송 추적, 문의, 회원관리, 리뷰, 포인트적립, 고객센터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므로 동일 비교가 어렵다”고 했다.
이 밖에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인앱 결제 시스템’ 강제 논란도 있다. 인앱 결제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인데 사실상 통행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쿠팡·옥션 등 오픈마켓, 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을 비롯해 숙박업소 소개 앱 등 다양한 플랫폼도 수수료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우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머물러야지, 수수료율을 결정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기업을 압박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도 했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플랫폼 없이 사업할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기업이 제품 가격에 붙이는 마진이나, 프리랜서의 몸값도 수수료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 수수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따른다면 이런 작은 부분까지 개입해야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독과점 기업을 골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지금은 독과점 기업으로 볼 수 있어도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 언제든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2011년, 공정위는 국내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두 회사를 소유한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70%를 장악하는 공룡이 됐다. 지마켓과 옥션의 연간 거래액은 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경쟁사들은 소비자들의 쏠림현상과 공룡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했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이미 모자관계로 결합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어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엔에이치엔(NHN)의 오픈마켓 진출 선언과 11번가의 공세도 독과점 우려를 덜어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현재 공정위의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증명됐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등장으로 G마켓·옥션의 독점적 지위는 사라졌다. 이성훈 교수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려할 때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혁신 기업이 기존의 공룡 기업을 대체한다”며 “만약 배민·요기요가 시장을 장악했다고 제 맘대로 수수료를 올려 소비자의 반감을 산다면 다른 기업이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사업에 뛰어들고 시장지배자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독과점 기업의 수수료 정책을 시장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정희 교수는 “독과점 문제가 심화해 폐해가 나타나면 공정거래 측면에서 정부가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의 자율성은 보장해야 하지만 몇몇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공정거래를 위축시킨다면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1년, 옥션과 G마켓의 합병을 승인했던 공정위는 앞서 대형 유통업체와 백화점의 독과점 문제가 논란이 되자 직접 나서 수수료를 낮추게 한 바 있다. ‘백화점 빅3’로 꼽히던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은 2010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돌았다. 2001년 기준 60%에서 10년 만에 20%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당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백화점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확대되면서 수수료도 계속 올랐다”며 “업계는 단기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는 40% 이상 받았던 판매 수수료를 30%대로 낮추고 연 매출 10억원 미만 입점 기업에 수수료를 깎아주는 정책을 폈다.
이정희 교수는 “새로운 산업, 혁신 서비스 기업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허락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장기 아이도 교육을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데 기업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올해 7월부터 ‘온라인플랫폼 투명성·공정성 규정’을 통해 플랫폼 업체가 검색 및 배열 순위의 투명성을 알리고 변수의 중요도도 공개하도록 했다. 또 내부 고충처리시스템을 둬 입점업체 및 사용자가 분쟁 해결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공정위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법)을 통해 플랫폼 업체의 갑질 방지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을 정하는 직접적인 개입 대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게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면 식당과 배달앱과 계약을 맺을 때 어떤 기준(수수료, 클릭 수, 댓글 수 등)에 따라 어떤 방식(상단·하단 등)으로 노출되는지 미리 알려야 한다. 노출 방식 변경에 대한 내용도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 포함해 입점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배민의 일방적 수수료 정책 변경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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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는 특정 분야에서 사업자(공급자)가 네트워크·울타리를 구축해 여러 상점과 소비자의 연결을 도우면서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의 사업을 말한다. 백화점을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본다면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몇몇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면서 경쟁이 사라지고 이들이 제시하는 수수료가 통행세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서는 돈을 벌기 힘든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음식이나 제품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많은 이들이 “플랫폼 독과점과 수수료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많은 상점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주거나, 소비자에게 할인쿠폰 또는 배송료 인하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전한 시장경제에서는 이런 경쟁 덕분에 소비자가 질 좋은 상품을 싼 값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지면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독과점 우려 커지는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하지만 지난해 12월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4월 배민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던 선언을 파기하고 건당 5.8%의 정률제 수수료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당시 배민 측은 “주문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서비스 방식”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의 질타를 받자 수수료 사업을 백지화 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10년 가까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경쟁했는데, 경쟁이 사라지자 본전 생각이 났을 것”이라며 “독과점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 인수에 4조7000억원을 베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8월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수도권 2000개 외식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맹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앱사에 지급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배달앱사에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수수료는 고객에게 배달료를 청구하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담을 낮춘다”고 답했다. 이들은 배달앱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광고비·수수료 인하(78.6%), 광고비·수수료 산정 기준 및 상한제 도입(56.5%), 영세소상공인 우대 수수료율 마련(44.1%)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쿠팡이츠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이를 반기는 음식점주는 많지 않다. 쿠팡이츠가 음식점주에게 받겠다고 제시한 수수료율이 결제 금액의 15%에 달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쿠팡이츠가 서비스 시작과 함께 주문 건수나 결제 금액에 관계없이 건당 수수료 1000원만 받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은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쿠팡이츠가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딜리버리히어로처럼 경쟁업체를 인수하게 되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당초 제시했던 수수료율(15%)로 복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소상공인들은 수수료를 세금처럼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논란이 커지자 지자체들이 나서 ‘제로(0)’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공공배달 서비스를 내놓으며 배달앱 사업자를 견제하고 있다. 9월 16일에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배달조합 플랫폼 ‘제로배달 유니온’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합에는 띵동과 먹깨비, 부르심 제로(ZERO), 서울 애(愛)배달, 놀러와요 시장, 로마켓, 맘마먹자 등 7개가 참여했다. 수수료는 0~2%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군산의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도 낮은 수수료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광주시도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민과 요기요가 장악한 배달앱 시장에서 공공배달앱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배달앱 서비스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익숙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굳어진 독과점 시장이 깨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시장, 수수료는 제 맘대로
문제는 이들 PG사에 대한 수수료 규제가 다른 금융사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 결제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데, PG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따르기 때문에 표준약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가맹점의 연 매출 규모에 따라 카드 수수료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신용카드 기준 수수료율 0.8%, 연 매출 3억에서 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6% 수수료가 적용되는 식이다. 그런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는 카드 수수료를 2.2%까지 받고 있다. 연 매출이 3억원이 되지 않는 영세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율 0.8%를 제외하면 네이버페이가 1.4%를 가져간다는 뜻이다. 권칠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네이버페이가 3년간 수수료로 1조1210억여원을 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9월 1일 “수수료에는 카드사 등에 지급해야 하는 결제수수료가 포함되어 있고 다른 PG(전자결제대행사)가 제공하지 않는 (네이버페이만의) 부가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수치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페이의 경우 일반적인 PG사의 단순 결제대행 모델과 다르게 회원으로부터 주문서를 접수 및 관리하고 발송, 교환, 반품의 판매관리툴 제공, 배송 추적, 문의, 회원관리, 리뷰, 포인트적립, 고객센터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므로 동일 비교가 어렵다”고 했다.
이 밖에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인앱 결제 시스템’ 강제 논란도 있다. 인앱 결제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인데 사실상 통행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쿠팡·옥션 등 오픈마켓, 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을 비롯해 숙박업소 소개 앱 등 다양한 플랫폼도 수수료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 위해 규제 필요 vs 시장 자율에 맡겨야
독과점 기업을 골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지금은 독과점 기업으로 볼 수 있어도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 언제든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2011년, 공정위는 국내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두 회사를 소유한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70%를 장악하는 공룡이 됐다. 지마켓과 옥션의 연간 거래액은 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경쟁사들은 소비자들의 쏠림현상과 공룡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했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이미 모자관계로 결합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어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엔에이치엔(NHN)의 오픈마켓 진출 선언과 11번가의 공세도 독과점 우려를 덜어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현재 공정위의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증명됐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등장으로 G마켓·옥션의 독점적 지위는 사라졌다. 이성훈 교수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려할 때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혁신 기업이 기존의 공룡 기업을 대체한다”며 “만약 배민·요기요가 시장을 장악했다고 제 맘대로 수수료를 올려 소비자의 반감을 산다면 다른 기업이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사업에 뛰어들고 시장지배자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독과점 기업의 수수료 정책을 시장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정희 교수는 “독과점 문제가 심화해 폐해가 나타나면 공정거래 측면에서 정부가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의 자율성은 보장해야 하지만 몇몇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공정거래를 위축시킨다면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1년, 옥션과 G마켓의 합병을 승인했던 공정위는 앞서 대형 유통업체와 백화점의 독과점 문제가 논란이 되자 직접 나서 수수료를 낮추게 한 바 있다. ‘백화점 빅3’로 꼽히던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은 2010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돌았다. 2001년 기준 60%에서 10년 만에 20%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당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백화점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확대되면서 수수료도 계속 올랐다”며 “업계는 단기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는 40% 이상 받았던 판매 수수료를 30%대로 낮추고 연 매출 10억원 미만 입점 기업에 수수료를 깎아주는 정책을 폈다.
이정희 교수는 “새로운 산업, 혁신 서비스 기업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허락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장기 아이도 교육을 통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데 기업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올해 7월부터 ‘온라인플랫폼 투명성·공정성 규정’을 통해 플랫폼 업체가 검색 및 배열 순위의 투명성을 알리고 변수의 중요도도 공개하도록 했다. 또 내부 고충처리시스템을 둬 입점업체 및 사용자가 분쟁 해결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공정위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법)을 통해 플랫폼 업체의 갑질 방지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을 정하는 직접적인 개입 대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게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면 식당과 배달앱과 계약을 맺을 때 어떤 기준(수수료, 클릭 수, 댓글 수 등)에 따라 어떤 방식(상단·하단 등)으로 노출되는지 미리 알려야 한다. 노출 방식 변경에 대한 내용도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 포함해 입점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배민의 일방적 수수료 정책 변경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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