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취임 이후 1조 빅딜 성사...전장에 미래 걸었다
[10대 그룹 10년간 M&A 분석⑤] LG
M&A로 '전장 삼각 편대' 완성...비핵심 매각하며 '선택과 집중'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 개선에 내서며 숨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 [편집자주]
LG그룹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낸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이전 LG그룹은 M&A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기업집단이었다. 2018년 이전 LG그룹의 M&A(계열사간 거래 제외)거래에서 ‘조 단위’ 투자는 전무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굵직한 M&A를 단행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LG그룹이 10년 동안 진행한 M&A는 총 179건이다. 이 중 순수 M&A가 103건, 지분투자가 52건, 조인트벤처가 24건이었다.
순수 M&A 거래만 보면 LG그룹이 인수한 기업의 총 가치가 5조9601억원, 매각한 기업의 총 가치가 5조2137억원이다.
LG그룹의 M&A는 구 회장이 그리는 청사진을 명확히 보여준다. LG그룹의 10년간 M&A를 통틀어 조 단위 투자는 조인트벤처(합작사)에서 1건, 순수 M&A에서 1건 발생했다. 모두 자동차부품 관련 기업이다.
합작사는 한국 배터리1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 미국 자동차 1위 제너럴모터스(GM)의 동맹인 ‘얼티엠셀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2월 GM과 각각 1조원씩 투자해 지분율 50 대 50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얼티엠셀즈의 제1공장은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지역에 설립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GM에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지난 4월 16일 얼티엠셀즈의 제2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또 한 번 각각 1조원씩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순수 M&A에서 1조 넘는 투자는 2018년에 이뤄졌다.
LG전자는 2018년 8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조4392억원이다. 순수 M&A 거래에서 LG그룹이 1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한 건 ZKW가 유일하다.
ZKW는 고휘도 LED(발광다이오드) 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역시 LG전자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캐시카우가 ‘자동차 부품’임을 보여준다.
LG전자는 2020년 12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과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LG 마그나 e-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LG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는 분할 신설회사에 마그나가 4억5300만 달러(약 5016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파워트레인은 자동차 동력전달장치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LG전자는 M&A를 통해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차량용 헤드램프),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전장 사업 3개축을 완성한 셈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비핵심 사업 매각도 과감히 진행했다. LG그룹의 10년 매각 딜 규모 상위 5개 중 SK실트론을 제외한 4개 거래가 모두 2018년 이후에 이뤄졌다.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선택과 집중'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연료전지, 수처리,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전자결제사업 등을 청산 또는 매각했다.
LG그룹의 10년 M&A 역사에서 인수가 가장 많았던 업종은 ‘화장품·생활용품’이다. LG생활건강은(이하 LG생건) 총 20여개의 화장품·생활용품 기업을 인수하며 영토를 확장했다.
2020년 196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피지오겔을 비롯해 2019년 1452억원에 인수한 뉴에이본, 2012년 3291억원을 들여 인수한 에버라이프가 대표적이다. M&A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캐시카우 확보에 성공한 LG생건의 영업이익은 2011년 3617억원에서 2020년 1조2208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LG그룹의 인수 업종 2위는 ‘방송’이다. LG그룹이 지분투자를 통해 인수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거래 역시 방송이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CJ ENM으로부터 CJ헬로(현 8000억원에 인수해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2019년, 2020년 순이익 적자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LG그룹의 M&A는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LG전자가 지난 4월 5일 만년 적자이던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대신 신사업 강화와 M&A를 통한 체질개선에 나설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LG그룹이 LG전자,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파워트레인, 배터리 등 전장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편대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전장 기업 M&A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LG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2조4913억원에 이른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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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낸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이전 LG그룹은 M&A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기업집단이었다. 2018년 이전 LG그룹의 M&A(계열사간 거래 제외)거래에서 ‘조 단위’ 투자는 전무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굵직한 M&A를 단행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LG그룹이 10년 동안 진행한 M&A는 총 179건이다. 이 중 순수 M&A가 103건, 지분투자가 52건, 조인트벤처가 24건이었다.
순수 M&A 거래만 보면 LG그룹이 인수한 기업의 총 가치가 5조9601억원, 매각한 기업의 총 가치가 5조2137억원이다.
LG 빅딜 주인공은 ‘자동차 부품’
LG그룹의 M&A는 구 회장이 그리는 청사진을 명확히 보여준다. LG그룹의 10년간 M&A를 통틀어 조 단위 투자는 조인트벤처(합작사)에서 1건, 순수 M&A에서 1건 발생했다. 모두 자동차부품 관련 기업이다.
합작사는 한국 배터리1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 미국 자동차 1위 제너럴모터스(GM)의 동맹인 ‘얼티엠셀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2월 GM과 각각 1조원씩 투자해 지분율 50 대 50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얼티엠셀즈의 제1공장은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지역에 설립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GM에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지난 4월 16일 얼티엠셀즈의 제2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또 한 번 각각 1조원씩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순수 M&A에서 1조 넘는 투자는 2018년에 이뤄졌다.
LG전자는 2018년 8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조4392억원이다. 순수 M&A 거래에서 LG그룹이 1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한 건 ZKW가 유일하다.
ZKW는 고휘도 LED(발광다이오드) 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역시 LG전자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캐시카우가 ‘자동차 부품’임을 보여준다.
LG전자는 2020년 12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과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LG 마그나 e-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LG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는 분할 신설회사에 마그나가 4억5300만 달러(약 5016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파워트레인은 자동차 동력전달장치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LG전자는 M&A를 통해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차량용 헤드램프),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전장 사업 3개축을 완성한 셈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비핵심 사업 매각도 과감히 진행했다. LG그룹의 10년 매각 딜 규모 상위 5개 중 SK실트론을 제외한 4개 거래가 모두 2018년 이후에 이뤄졌다.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선택과 집중'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연료전지, 수처리,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전자결제사업 등을 청산 또는 매각했다.
인수 업종 1위는 화장품
LG그룹의 10년 M&A 역사에서 인수가 가장 많았던 업종은 ‘화장품·생활용품’이다. LG생활건강은(이하 LG생건) 총 20여개의 화장품·생활용품 기업을 인수하며 영토를 확장했다.
2020년 196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피지오겔을 비롯해 2019년 1452억원에 인수한 뉴에이본, 2012년 3291억원을 들여 인수한 에버라이프가 대표적이다. M&A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캐시카우 확보에 성공한 LG생건의 영업이익은 2011년 3617억원에서 2020년 1조2208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LG그룹의 인수 업종 2위는 ‘방송’이다. LG그룹이 지분투자를 통해 인수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거래 역시 방송이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CJ ENM으로부터 CJ헬로(현 8000억원에 인수해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2019년, 2020년 순이익 적자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LG그룹의 M&A는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LG전자가 지난 4월 5일 만년 적자이던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대신 신사업 강화와 M&A를 통한 체질개선에 나설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LG그룹이 LG전자,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파워트레인, 배터리 등 전장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편대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전장 기업 M&A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LG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2조4913억원에 이른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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