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바뀐 현대차그룹 동일인… 재계, 세대교체 바람 분다
정의선 회장 처가 ‘삼표그룹’은 독립 경영 인정… 현대차그룹 편입 안돼
현대자동차그룹의 ‘총수’가 21년만에 정의선 회장으로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줄곧 동일인 지위를 유지해 왔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정 회장을 현대차그룹 동일인으로 확정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총수를 정의선 회장으로 교체해달라는 신청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매년 지정하는 동일인은 기업에 대한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뜻한다.
통상 공정위는 기존 동일인이 사망하거나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에 한해 동일인을 변경해 왔지만 정 명예회장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해 이같은 총수 변경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태 등을 비춰볼 때 경영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됐음에도, 그의 처가가 지배력을 가진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 회장의 장인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그룹의 지주사격인 삼표(65.9%)를 비롯해 삼표산업, 삼표피앤씨 등의 최대주주다. 정의선 회장은 정도원 회장의 장녀인 정지선 씨와 지난 1995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6촌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이 각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0%이상을 소유하면 공정위는 이 회사에 동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계열사로 편입한다.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은 공정위의 ‘친족 독립경영 인정제도’를 활용해 계열 편입을 막았다. 공정위의 기업집단 발표에 앞서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은 각각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하고 독립경영 인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초 정 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삼표를 계열회사 범위에 포함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 측이 각각 독립경영 인정을 요청했고, 자료 검토를 거쳐 독립경영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계열분리의 조건은 동일인이 분리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 미만(상장사의 경우 3% 미만)으로 소유해야 하며, 분리 대상인 친족 측은 동일인측 회사의 지분을 15%(상장사의 경우 3% 미만) 보유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 임원의 상호 겸임이 없고, 동일인 계열회사와 친족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 및 부당 대규모 내부거래도 없어야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는 삼표그룹 계열사가 제외된 53곳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향후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 계열사간 거래 현황에 따라 다시 현대차그룹에 속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독립경영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지만, 3년간 거래내역을 감시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시 편입 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같은날 효성그룹의 동일인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향후 경영권 승계 등 젊은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동일인 세대교체를 지속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 동일인 변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집단은 L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코오롱그룹 등이 꼽힌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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