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산 일동제약, 시험대 오른 '오너 3세 윤웅섭' 리더십
[제약‧바이오 2‧3세 경영자] ⑦일동제약
사내이사 재선임 기쁨도 잠시…풀어야 할 숙제 산적
제약·바이오업계 오너가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7개 대표 기업의 2~3세 경영인이 갖춘 경영능력과 리더십,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 등을 살펴보았다. 일곱번째 기업은 일동제약이다. [편집자]
‘오너 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동제약은 수년째 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적자폭이 확대됐다.
일동홀딩스는 지난 3월 26일 주주총회를 통해 윤웅섭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일각에서 제약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 윤 대표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 대표도 겸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일동홀딩스는 박대창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윤웅섭 대표, 일동제약그룹 최상위 지배력 공고
일동제약그룹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윤 대표가 일동홀딩스 대표까지 맡아 경영을 진두지휘할 필요는 없다. 일동제약그룹은 윤 대표의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를, 또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을 지배하는 구조다.
씨엠제이씨는 2003년 2월 도·소매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개인법인이다.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를 개인법인이 지배하는 기이한 지배구조로 되어 있는 셈이다. 씨엠제이씨는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로 출발했으나 지난 2015년 자신의 지분 100% 중 90%를 장남 윤웅섭 사장에게 넘겨줬다. 일동홀딩스의 지분을 직접 증여하는 대신 그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를 물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씨엠제이씨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일동제약 주식을 일동홀딩스 주식으로 바꿨다. 현재 씨엠제이씨는 일동홀딩스 지분 17.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은 47.05%에 달한다.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 지분 40.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동제약은 1941년 고 윤용구 회장이 설립한 극동제약이 모태다. 1942년 일동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59년 국내 최초 유산균 영양제 ‘비오비타’를, 1963년에는 활성비타민 ‘아로나민’을 발매했다. 1970년대부터 2세인 윤원영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윤 대표는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이다. 1967년생인 윤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KPMG인터내셔널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해 PI팀장, 기획조정실장, 전무, 부사장을 거쳤다. 윤 대표는 2016년 8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일동제약 단독대표에 오르며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다.
3세 경영 승계 위기의 연속…경영권 방어 총력
일동제약그룹의 3세 경영 승계는 순탄치 않았다. 윤 회장 일가의 취약한 지분율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까지 여러 차례 경영권 위기를 겪었다.
3세 경영을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 말 일동제약 주주구성을 보면 윤원영 회장 일가가 27.8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외에 개인주주 이호찬 12.57% ▶개인주주 안희태 9.85% ▶녹십자생명보험 8.28% ▶피델리티 9.99% ▶환인제약 6.68% 등 다수의 주요 주주가 포진했다.
개인주주 안씨는 지난 2009년 윤 대표가 사내이사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제약업계 경험이 없다는 이로 경영권 이슈를 제기했다. 안씨는 2011년과 2012년 일동제약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했다. 결국 안씨가 2013년 윤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씨엠제이씨에 지분을 팔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씨엠제이씨는 당시 주당 8700원 수준이던 주식을 1만3700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씨엠제이씨는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일동제약그룹의 경영권 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2012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확보하던 녹십자가 2014년 또 다른 개인주주인 이호찬씨의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 29.36%를 확보,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다. 녹십자는 이를 반대해 무산시켰고,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까지 추진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막바지 위기에 몰린 일동제약은 보유하고 있던 환인제약 지분을 처분하고 자사 지분을 사들였다. 결국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후 녹십자는 적대적 M&A 논란이 일자 2015년 7월 지분 전량을 일동제약에 매도하면서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일동홀딩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은 47.37%다. 주식 현황을 보면 씨엠제이씨 17.02%, 윤원영 회장 14.83%, 윤 회장의 부인 임경자씨 6.17%, 윤웅섭 대표 1.12%, 장녀 윤혜진씨 0.15, 차녀 유영실씨 0.06% 등으로 구성됐다. 공익법인 송파재단도 7.03%를 가지고 있다. 송파재단은 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으며, 본인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1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윤 대표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비로 2018년 465억원, 2019년 436억원, 2020년 602억원을 들여 전체 매출액의 10% 전후로 꾸준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일동제약은 현재 ▶고형암 치료제 ID13009, ID11902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11014, ID11052 ▶NASH 등 간 질환 치료제 ID11903, ID11905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ID13010, ID11901, ID11041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4 등 10여 개의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R&D 투자를 확대와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3.9% 감소한 13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1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 폭이 970.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데다 1분기에 연구개발 비용으로 230억원을 사용해서다.
또 다른 악재는 2019년 주력 품목이던 위장약 '큐란'이 라니티딘(발암 우려 물질)검출 사태로 판매가 금지됐다는 점이다. 큐란 매출액은 200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지난해 2월 비만치료제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2개 품목이 판매 중지 및 회수·폐기됐다. 미국에서 벨빅이 암 발병위험을 이유로 처방 중단과 허가철회 권고가 내려지자 국내시장에서도 판매가 중지된 것. 윤 대표가 풀어야 할 난제가 한 두가지가 아닌 셈이다.
윤 대표는 지난해 3월 일동제약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1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연구개발 조직을 확충하는 등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창출 및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주요 연구과제 진행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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