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4대 그룹에 “덕분에 방미 성과 생큐”
4대 그룹 총수 초청 취임 후 첫 청와대 오찬
한·미 정상회담 대미(對美) 투자 성과에 감사
시민단체들 청와대 집회 “이재용 사면론 반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내 4대 그룹 대표를 청와대 오찬에 초청,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위한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만 초청해 별도 오찬을 가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관계가 기존에도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그 폭이 더 확장됐다”면서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 기술·제품에서 부족한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포괄적 관계로 발전한 것은 뜻 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고, 우리 4대 그룹도 미국 진출을 크게 확대할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이라이트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여를 높이 평가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대 그룹이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생큐, 생큐, 생큐(감사하다)”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로 인한 국내 일자리 축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대기업이 나가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동반해 미국에 진출하게 된다”면서 “부품·소재·장비 수출이 늘어 국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 회장을 향해 “우리 최 회장님”이라며 “일정 전체를 함께해줘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방미 성과를 정말 축하 드린다”며 “저희들도 (한·미간) 경제 관계가 더욱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정 회장도 “미국과 사업이 더 잘 될 것 같다. 기회를 더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거론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해선 공개 환담에서 공식 언급되지 않았다.
같은 날 청와대 밖 분수대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논의가 경제·사법 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자리엔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모였다.
이들은 "국민 통합과 인권 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할 사면·가석방이 경제 투자에 대한 정치적 대가나 경제 논리로 바뀌어 재벌의 기업범죄 정당화에 악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적인 재벌 기업이 총수 개인의 부재로 투자와 의사 결정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이재용 사면론’ 주장 자체가 한국 재벌 경영 방식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제 정의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바로잡아야 할 개혁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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