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받는 메디톡스, 미국 시장 뚫은 대웅… 실속은 누가 챙겼나
메디톡스도 “ITC 판결 무효화 전망”… 국내 소송은 예측 불허로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제기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 ABP-450(국내명 나보타) 관련 소송이 미국 내 대웅제약 파트너사들과의 합의로 대부분 마무리됐다. 소송의 결과로 누가 실익을 챙겼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증권가에선 이번 합의를 두 회사 모두의 호재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합의를 전후해 기존 메디톡스에 유리했던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이 무효화 될 가능성이 커진 점은 변수다. ITC의 판결이 무효가 되면 양 사의 ‘본 게임’인 국내 소송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2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이하 이온)과 합의하며 양자 간 진행됐던 소송을 모두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온은 나보타의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등지에서 치료목적의 독점 개발 및 유통권리를 가진 회사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제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뿐 아니라 과민성 방광이나 만성 편두통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메디톡스는 앞서 지난달 “대웅제약과 이온바이오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해 메디톡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이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 합의로 해당 소송을 취하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2월 대웅제약의 또 다른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도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에볼루스는 미국에서 미용 목적으로 승인받은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유통권을 가진 회사다.
메디톡스의 소송은 지난해 말 ITC의 최종 판결을 기반으로 제기됐다. 앞서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는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제조기술 도용 혐의는 인정했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 ITC의 규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측의 의견은 엇갈린다. 메디톡스 측은 일련의 합의를 통해 미국 소송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메디톡스는 이온으로부터 향후 나보타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로열티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비상장 기업인 이온 지분 20%를 액면가로 취득해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앞서 에볼루스와 진행한 합의와 유사하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합의를 통해 에볼루스의 주보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받기로 했고, 에볼루스의 지분도 16.7% 취득하기로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입장에 차이가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가 이번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이온의 합의는 대웅제약의 의사와 관계없는 파트너사들의 독단적인 행동이란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온바이오파마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정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제거하고 투자를 받아 기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합의를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합의로 인해 대웅제약이 입은 손해는 없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합의 이후 대웅제약이 이온에 지급하는 자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은 앞서 에볼루스의 합의 이후 에볼루스에 2550만 달러(약 290억원)의 자금을 지급키로 해, 사실상 에볼루스의 합의금 일부를 대신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오히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번 합의로 인해 나보타의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해석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용 분야에 이어 치료영역 시장까지 모든 법적인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나보타의 뛰어난 약효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고, 나보타의 글로벌 매출과 미래 사업 가치도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이번 합의가 두 회사에 모두 호재로 작용했다고 본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디톡스에 대해 “로열티 수령으로 간접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추가로 각 회사의 15~20% 지분을 확보해 향후 투자수익도 기대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에 대해 “미국 치료용 톡신 시장 진출에 있어 걸림돌이 되었던 소송 불확실성 제거로 나보타 사업가치 상승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파트너사인 이온이 치료용 톡신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에 성공한다면 미용용 나보타 사업가치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디톡스와 이온의 합의가 발표된 다음 날인 23일 주가 역시 양 사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전일 대비 종가 기준 메디톡스는 1.96%, 대웅제약은 11.04% 각각 상승해 오름폭은 대웅제약이 더 컸다.
미국에서 대웅제약의 파트너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이 종결되며 나보타 분쟁은 균주도용 논란의 본질인 국내 소송과 미국 특허소송만이 남았다. 지난해 말 ITC가 나보타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며 국내 소송에서도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는 분위기였지만, 결과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ITC의 판결이 무효화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앞서 ITC의 최종 판결을 무효화 해달라고 항소했고, ITC는 “연방순회법원에서 해당 항소가 기각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ITC가 대웅제약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이번 합의 이후 “ITC는 최종결정을 무효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미국 소송도 기각당할 것을 우려해 이온바이오파마에 서둘러 합의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봤다.
메디톡스가 합의한 이유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ITC의 판결은 무효화 될 것이 확실해졌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시작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국내 소송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접어들게 됐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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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합의를 전후해 기존 메디톡스에 유리했던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이 무효화 될 가능성이 커진 점은 변수다. ITC의 판결이 무효가 되면 양 사의 ‘본 게임’인 국내 소송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에볼루스 이어 이온과도 합의한 메디톡스
메디톡스는 앞서 지난달 “대웅제약과 이온바이오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해 메디톡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이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 합의로 해당 소송을 취하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2월 대웅제약의 또 다른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도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에볼루스는 미국에서 미용 목적으로 승인받은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유통권을 가진 회사다.
메디톡스의 소송은 지난해 말 ITC의 최종 판결을 기반으로 제기됐다. 앞서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는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제조기술 도용 혐의는 인정했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 ITC의 규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측의 의견은 엇갈린다. 메디톡스 측은 일련의 합의를 통해 미국 소송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메디톡스는 이온으로부터 향후 나보타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금액을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로열티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비상장 기업인 이온 지분 20%를 액면가로 취득해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앞서 에볼루스와 진행한 합의와 유사하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합의를 통해 에볼루스의 주보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받기로 했고, 에볼루스의 지분도 16.7% 취득하기로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입장에 차이가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가 이번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이온의 합의는 대웅제약의 의사와 관계없는 파트너사들의 독단적인 행동이란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온바이오파마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정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제거하고 투자를 받아 기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합의를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합의로 인해 대웅제약이 입은 손해는 없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합의 이후 대웅제약이 이온에 지급하는 자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은 앞서 에볼루스의 합의 이후 에볼루스에 2550만 달러(약 290억원)의 자금을 지급키로 해, 사실상 에볼루스의 합의금 일부를 대신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오히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번 합의로 인해 나보타의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해석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용 분야에 이어 치료영역 시장까지 모든 법적인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나보타의 뛰어난 약효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고, 나보타의 글로벌 매출과 미래 사업 가치도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이번 합의가 두 회사에 모두 호재로 작용했다고 본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디톡스에 대해 “로열티 수령으로 간접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추가로 각 회사의 15~20% 지분을 확보해 향후 투자수익도 기대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에 대해 “미국 치료용 톡신 시장 진출에 있어 걸림돌이 되었던 소송 불확실성 제거로 나보타 사업가치 상승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파트너사인 이온이 치료용 톡신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에 성공한다면 미용용 나보타 사업가치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디톡스와 이온의 합의가 발표된 다음 날인 23일 주가 역시 양 사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전일 대비 종가 기준 메디톡스는 1.96%, 대웅제약은 11.04% 각각 상승해 오름폭은 대웅제약이 더 컸다.
ITC 판결 무효화 가능성 커져… 국내 소송 결과는 안갯속
대웅제약은 앞서 ITC의 최종 판결을 무효화 해달라고 항소했고, ITC는 “연방순회법원에서 해당 항소가 기각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ITC가 대웅제약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이번 합의 이후 “ITC는 최종결정을 무효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미국 소송도 기각당할 것을 우려해 이온바이오파마에 서둘러 합의를 유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봤다.
메디톡스가 합의한 이유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ITC의 판결은 무효화 될 것이 확실해졌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시작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국내 소송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접어들게 됐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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