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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접종 후 아프면 연차 써”…콜센터 직원은 '백신 휴가' 제외?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콜센터 직원 백신휴가 현황 조사
대전·울산·제주·세종은 개인 연차나 무급 병‧휴가 적용
지자체 콜센터도 직고용, 민간위탁에 따라 적용 달라
전문가들 “감염 취약 직종에 백신 유급휴가 지원 집중을”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166명. 지난해 3월,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다. 밀폐된 공간, 상담사 간 좁은 간격, 다수의 인원, 끊임없는 전화 상담으로 대표되는 콜센터는 코로나19 비말을 전파하기에 최상의 환경이다. 콜센터를 ‘집단 감염의 화약고’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은 23건, 감염된 근로자 수는 636명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노동부는 콜센터 상담사를 위한 ‘코로나19 콜센터 예방지침’을 세 차례나 발표했다. 서울시의 경우 물류센터·기숙학교 등과 함께 콜센터를 감염 취약 시설로 선정하고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시범사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대비책인 백신 접종을 유도할 백신 휴가에 대해선 정부 권고안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콜센터가 있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광역지자체) 콜센터 17곳을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 다음 날 ‘개인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침으로 운영한 곳이 4곳이나 있었다.
   

 

지자체 콜센터마다 관리주체 따라 백신 휴가 달라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3곳(충북·전북·경남)을 제외한 14개 지자체 콜센터 가운데 접종 다음 날, 개인 연차를 소진하거나 무급 병가 혹은 무급 휴가를 이용해야 하는 곳은 대전·울산·제주·세종이었다. 이상 반응이 나와 업무에 지장이 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포기하거나 근로자 본인의 휴가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과 경기·부산·인천·광주·강원·전남 등 7곳은 접종 다음 날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소견서 제출 없는 병가를 부여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은 개인 연차 외에 연 60일의 병가를 쓸 수 있고, 이 중 6일은 진단서가 필요 없다. 이 규정을 콜센터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셈이다. 대구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특별휴가를 지급한다.  
 
접종 당일 조치에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었다. 경북·충남·대전·울산·제주·세종 등 6곳의 경우 접종 당일 공가를 부여했다. 공가는 민간 기업에서 부여하는 유급 휴가와 같은 개념이다.  
 
반면 서울·경기·부산·인천·광주·강원·전남·대구 등 8곳은 접종 당일, 접종에 필요한 시간만큼 공가를 주고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관련 공직자 복무관리 지침안’(복무관리 지침안)에 따르면, 접종에 필요한 시간은 ▶접종기관을 오가는 이동·복귀 시간 ▶접종에 소요되는 시간 ▶접종기관에서 이상반응 관찰 시간(15∼30분) ▶이상반응 발생 등 필요 시 휴식시간 등을 의미한다.  
 
경북과 충남의 경우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 모두 공가를 부여했다. 조건 없는 백신 휴가 ‘2일’을 부여하는 지자체는 경북과 충남뿐이었다.  
 
같은 지자체 콜센터인데도 백신 휴가가 차이 나는 이유는 콜센터 관리 주체가 다른 점도 한 원인이다. 복무관리 지침안은 접종 당일엔 접종에 필요한 시간만큼 ‘공가’를 부여하고, 다음 날은 이상반응 발생자에 대해 진단서 필요 없는 ‘1일의 병가’를 부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방공무원에게 해당하는 지침이어서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콜센터 직원은 해당 위탁용역 업체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 실제로 개인 연차나 무급 병가·휴가를 쓰는 대전·울산·제주·세종의 콜센터의 경우 고용형태가 직고용이 아닌 민간위탁 형태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접종 당일에 접종에 필요한 시간만큼 공가, 다음날 소견서 제출 없는 휴가를 쓸 수 있다. 콜센터 직원이 접종 당일 공가, 다음날은 연차 소진 또는 무급 휴가나 무급 병가를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위탁용역업체 관계자는 “공무원은 공무원 지침을 따른 것이고, 콜센터 직원은 수탁운영사 지침에 맞춰 백신휴가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유급휴가' 관련 법안은 법사위에서 제동

 
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들은 접종 당일과 접종 후 최대 이틀까지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최대 4일간 백신 유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접종 참여도를 높이고, 이상증상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 유급휴가를 권고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는 사적 모임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민간 기업은 백신 휴가 조치를 적극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권고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 콜센터의 조치는 백신 접종에 앞장서야 할 공공 부문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백신 휴가를 준다고 하면, 접종을 지금껏 미루던 사람들도 맞게 될 것”이라며 “백신휴가는 회사 규모나 업종 간 차이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북과 충남을 제외한 12곳은 접종 다음 날 이상 증상이 있을 때에만 휴가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백신 접종 후 바로 이상 증상이 발현되지는 않는다”며 “열이 나는 등 증상은 접종 당일 밤이나 그 다음날 나타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증상이 바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휴가가 적어도 접종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신 휴가를 독려할 확실한 방법은 정부의 지원이다. 이와 관련한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나왔지만,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안은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우 사업주에게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담았다. 특수형태근로자 등 ‘휴가 취약계층’의 접종을 장려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인당 하루 휴가비를 7만원으로 가정할 때,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지난 4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휴가 제공률(50%)·국가 지원율(50%)로 가정할 경우 약 6732억원 ▶휴가 제공률(100%)·국가 지원율(100%)로 가정할 경우 약 2조693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백신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접종 대상도 확대되는 만큼 콜센터 근로자에 대한 백신 휴가 지원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콜센터처럼 감염이 쉽게 전파되는 취약 직종에 (백신 유급휴가비) 집중 지원해줘야 한다”며 “코로나 손실보상제 소급적용 등 보다 전반적으로 백신휴가 지원에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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