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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의 꿈…K바이오 글로벌 영토 확장 '착착'

국내 신약 연이은 탄생…글로벌 진출 가시화
성공시 막대한 매출 획득…전주기 임상 완주 위한 메가펀드 조성 필요

국내 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현장. [중앙일보]
K바이오가 토종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장에 한창이다. 복제약이나 개량신약 개발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신약개발 성과와 기술수출 낭보를 연이어 터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며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급 신약이 탄생할 거란 기대도 크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기업은 SK바이오팜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이 허가를 획득해 미국과 유럽시장에 모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의 제품은 지난해 5월부터 엑스코프리(XCOPRI®)라는 제품명으로 미국에서도 팔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정교한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을 짰다.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파트너사 안젤리니파마를 통한 상업화를 진행한 게 대표적이다. 유럽 판매가 본격화되면 SK바이오팜은 매출 실적과 연계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지급받게 된다. 이에 따른 수익 창출 예상금액은 최대 5억8500만 달러(약 6657억원)나 된다.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받기 때문에 기대 수익은 더 클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신약 ‘롤론티스’ 역시 순조로운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제품의 상업화 생산을 담당하는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사전승인심사를 진행했다. 만약 미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하게 되면 2019년 11월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시판 허가 이후, 6번째 국내 개발 신약이 FDA 승인을 받는 것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신약이다. 체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햇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롤론티스를 올해 3월 국내 33번째 신약이자 한미약품의 첫 번째 바이오신약으로 허가했다.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800억원대, 글로벌 시장은 3조원대로 추정된다.
 
롤론티스는 올해 3번째로 허가받은 국내신약이다. 롤론티스에 앞서 올해 1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가 31호 신약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주’가 2월 32번째 신약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신약의 연이은 탄생은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해당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노력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전반적인 기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산 1호 코로나치료제’이기도 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 FDA·유럽 유럽의약품청(EMA) 등을 대상으로 글로벌 진출을 타진 중이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임상 3상 결과를 EMA에 제출한 상태다. 렉키로나는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유망한 코로나19 치료제 5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렉키로나는 다른 3개 유망 치료제와 함께 EMA에서 롤링리뷰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최근 국내 시장 본격 출격을 알렸다. 현재 얀센은 렉라자만 단독으로 쓸 때의 효과와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신약 ‘아미반타맙’을 함께 쓸 때의 약효를 각각 알아보는 글로벌 추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내년 초 미국 FDA의 신속 승인을 신청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도 노크할 계획이다.
 
차기 국내 신약으로 꼽히는 대웅제약의 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의 행보도 흥미롭다. 지난해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올해 중국과 미국까지 단일 품목으로 총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전 세계 40%에 해당하는 시장에 진입할 거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로가스트릭스사는 내년 펙수프라잔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에 돌입한 뒤 FDA에 폼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펙수프라잔은 국내에선 임상 3상을 마치고 식약처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허가가 난다면 ‘국산 신약 34호’가 된다.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 한건의 신약만으로도 상당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장 열쇠가 ‘신약’인 셈이다. 국내 30호 신약 케이캡을 개발한 HK이노엔이 이를 증명했다. 케이캡은 케이캡은 국산 신약으로는 최단기 블록버스터 신약 지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국내 허가를 받고 2019년 출시된 캐이캡은 2년 누적 처방실적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기술 및 완제품 수출 형태로 중국,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24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미국에서는 현지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총 100개국에 진출하는 게 HK이노엔의 목표다. 또한 이노엔은 중국 뤄신에 케이캡 정제(알약) 기술 뿐 아니라 최근 주사제에 대한 기술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3조3000억원 규모로 미국 다음으로 크다. 이 중 위식도역류질환 주사제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다.  
 
물론 신약 개발에 성공해 순조롭게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무엇보다 후기임상을 집중 지원할 수 있는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일이 쉽지 않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기술수출을 목표로 초기 임상까지만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초기임상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아일랜드, 미국 등은 초기 연구부터 상업화를 목표로 하며 환자 적용이 큰 맥락으로 작용해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신약개발의 후기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기준 230조원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유전자가위, 바이오의약품, 항체치료제 개발과 바이오시밀러 생산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미국 민간펀드인 블랙스톤 라이프사이언스(Blackstone Life Science)도 5조원대 규모로 후기 임상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운영방식은 회사가 아닌 제품에만 투자하는 방식으로 임상3상 성공률이 86%에 달한다.  
 
허경화 대표는 “이미 KIMCo에서 메가펀드 조성과 후기 임상개발 집중 지원 등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했으며, 현재 정부와 민간기업들간에 펀드 조성을 논의 중에 있다”면서 “모든 제약바이오업계와 정부, 투자기관들이 공동 투자·개발·사업화 등 협업해 전주기 임상을 완주해야만 국가대표급 게임체인저인 K-블록버스터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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