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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이라더니…생활고 시달리는 중소 조선업계

저가 수주 탓에 납품 단가 ‘제자리’
준비 안 된 52시간제 도입에 혼란 가중

지난 2017년 1월 일감 부족 등으로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 공장이 텅 비어있는 모습. [중앙포토]
국내 조선업계가 연일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소 조선업체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국내외 조선업계들이 이른바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면서 중소 조선업체들의 납품 단가가 현실화되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이달 1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근로 현장에서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낙수효과 없는 조선업 생태계  

 
8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 대기업들이 상반기 만에 올해 수주 목표의 70~90%를 달성하면서 사실상 완벽히 부활했다는 평가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기준으로 현재까지 159척(140억 달러)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49억 달러)의 약 94% 달성한 상태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현재까지 총 51척(65억 달러)을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91억 달러)의 71%를 채웠다.  
 
국내 조선 대기업들이 연일 수주 소식을 전하는 상황과 대조적으로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의 사정은 여전히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외 조선업체들이 여전히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 중소 조선업체들의 납품 단가에 재료비 등 공급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중소 조선업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소 선박‧부품, 선박 정비업체 등 조선 산업 관련 제조업 300개사 중 무려 82.7%가 중소 조선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복수응답)으로 ‘납품 단가 현실화 지원 방안 수립 및 활성화’를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중소 조선업체들의 절반 이상(58.7%)은 또한 공급 원가(재료비·노무비·경비 등) 상승 시에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급 원가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로는 ‘국내외 선박 저가 수주 경쟁 심화’(27.8%)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이어 ‘발주처의 과당경쟁 유도’(24.4%), ‘관급 선박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과당 경쟁’(19.3%) 등의 순이었다.  
 
올해 말 기준 경영 실적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46.7%가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악화 예상은 38.0%로 조사됐다. 반면 호전 예상은 15.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 조선업체들의 경영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 1일부터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근로 현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 단체는 지난달 14일 주 52시간제 시행 관련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뿌리‧조선업종 44%가 ‘아직 주 52시간제 준비 안 됐다’고 답했다”고 호소했다. 5~49인 조선업체 104개사의 41.3%는 주52시간제 관련 ‘준비 중이거나 못했다’고 했다.  
 
이들 업체들은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 ‘주문 예측 어려움’(48.8%)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 특성상 수주 상황에 맞춰 근로시간의 탄력적인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 조선사 현장에선 일감 부족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에 대한 부담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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