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의 스파링 파트너, 아마존의 미래를 짊어지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창업 27년 만에 CEO에서 물러난 베이조스…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우주 개발에 집중
CEO 앤디 제시, 3년차 스타트업 아마존에 입사…AWS 아이디어 제시한 주인공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지난 5일(현지시각) CEO에서 물러났다. 1994년 이날 아마존을 창업한지 27년만이다. 베이조스의 복심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을 맡고 있던 앤디 재시가 새 CEO가 됐다.
온라인으로 책을 판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는 이제 모든 것을 파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상점,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와 영화 스트리밍 제공 업체, 이틀 만에 상품을 배송하는 혁신적 물류 기업이 됐다.
27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연간 3860억 달러 매출(약 439조원, 2020년)의 초거대 기업이다. 127만명의 직원을 고용, 월마트에 이은 2위 고용주이기도 하다. 매달 회비를 내고 빠른 배송 등 혜택을 받는 구독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2억명에 이른다.
아마존 주가가 3500달러를 넘고, 시가총액이 1조8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덕분에 그의 재산은 2000억 달러가 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다툰다.
‘아마존 웨이’ 보여주는 AWS
고객 우선을 내세우는 통상적이지 않은 리더십 외에도 이런 과감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 AWS의 성공이다.
AWS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도 필요한만큼만 클라우드 방식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AWS를 활용해 성공의 길에 다가섰다. CIA나 넷플릭스도 고객이다. 시장조사회사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AWS는 클라우드 시장의 33%를 차지, 마이크로소프트(18%)와 구글(9%)을 크게 앞질렀다. 1분기 AWS 매출은 13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성장했다.
무엇보다 AWS는 높은 수익성으로 아마존의 돈줄 역할을 한다. 1분기 기준, 아마존에서 AWS의 매출 비중은 12%였지만, 영업이익은 42억 달러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AWS에서 번 돈으로 커머스와 물류, 콘텐트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AWS는 아마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업이다. 아마존 사업 방식의 두드러진 점은 거대한 스케일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터득한 후, 이를 다시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비스 상품으로 만드는데 탁월했다는 점이다.
원래 AWS는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한 내부 서비스로 기획됐다. 아마존 커머스 사업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 따라 클라우드 운영에도 경험이 쌓였고, 2003년 이를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AWS이다. 아마존이 쌓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규모와 노하우를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의 물류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풀필먼트란 물류 센터에서 제품을 꺼내어 포장해 배송하며, 교환과 환불까지 이뤄지는 물류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존은 1999년 ‘전자상거래 고객의 전 주문 과정을 수행하는 곳’으로 물류 센터를 재정의하며 풀필먼트 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주문 후 선적까지 시간이 3일에서 4시간으로 줄어드는 등 물류 효율이 급속도로 좋아졌다. 2일 배송을 약속하는 아마존 프라임도 풀필먼트의 정착 덕분에 가능했다.
아마존 자체 물류의 효율을 위해 운영된 풀필먼트 역시 2006년 외부 온라인 쇼핑몰을 위한 서비스로 상용화된다. 이 서비스에 가입해 상품을 아마존의 풀필먼트 센터에 입고해 두면, 아마존이 재고, 배송, 환불을 대신 처리해 준다. 판매자는 아마존의 거대한 물류 시스템에 편승해 관리 비용을 줄이고 물류 품질을 높인다. 아마존은 더 많은 판매자를 확보해 플랫폼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베이조스의 복심, 아마존의 미래
하버드대 MBA를 마치고 1997년 3년차 스타트업 아마존에 입사한 그는 베이조스와 늘 동행하는 ‘기술 지원’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자리는 베이조스가 참여하는 모든 회의와 미팅, 인터뷰 등에 그림자처럼 함께 하며 CEO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베이조스가 지시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때로는 중요한 결정을 위해 베이조스와 토론하는 ‘지적 스파링 파트너’ 역할도 해야 했다.
당시 재시는 엔지니어들의 개발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재시는 개발자들이 저장 공간과 데이터베이스 등을 설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업무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내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베이조스를 설득했다. 이 투자는 2003년 AWS 사업으로 이어졌고, 재시는 AWS의 책임자가 되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일궜다.
재시는 아마존 초기에 합류해 줄곧 회사를 지키며 베이조스와 한 팀이 되어 일해 왔다. 아마존에 대해서도, 베이조스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며, 그 자신 아마존의 중요한 부분을 직접 만들어 온 사람이기도 하다. 기업을 이끌 리더십이나 역량이 있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새로운 도전도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의 반대 급부로 물류 및 배송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베이조스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블루오리진의 우주 개발과 기후변화 문제 해결, 워싱턴포스트 운영에 시간을 쏟는 동안 재시는 아마존의 당면 과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아마존의 폭발적 성장에 기여한 그가 이제는 너무 커 버린 아마존에 대한 사회의 압박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CEO가 바뀌던 날 아마존은 회사 리더십 원칙에 두 가지 항목을 추가했다. 세계 최고의 고용주가 되라는 것과 큰 성공과 성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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