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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기준 논란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가능성 무게

지난해 문제된 지급 기준 보완 없이 반복
전 국민 지급 후 선별 효과 내는 방안 고민
거리두기 따른 손실보상 논쟁 제자리걸음
재원 부족, 보상규모‧지급방식도 논란 여전
폐업 위기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시위 반발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서울 명동거리 상가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소득 하위 80%에 대해서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최근 이런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에도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가 ‘전 국민 지급’으로 선회했는데, 이번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을 발표하며 똑같은 논란만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 자초한 재난지원금 기준, 도돌이표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열린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2차 추경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요청해오면 저희로서는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득 하위 8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정부 안을 수정해 자 국민에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난지원금이란 ‘코로나 상생 국민 지원금’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되살리고 피해를 본 국민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전 국민에 지급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일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2차 추경)을 발표하며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인원수에 비례해 지원금을 주도록 한 것과 기초생활수급·차상위·한부모가족에게는 1인당 10만원씩 더 주기로 한 점이다. 2020년 재난지원금은 가족이 아무리 많아도 가구당 100만원(4인 이상)까지만 지급했는데, 이번에는 가족 구성원이 많으면 1인당 25만원씩 계산해 주기로 한 것이다. 6인 가구는 15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세대주에게만 일괄지급해 생겼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인이면 각각 받을 수 있게 했다.

 
문제는 당시에도 지적됐던 지원 대상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을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따지겠다고 했다가 포기했다. 건강보험료만으로는 소득과 재산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이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주면 소득 역전 현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겠다며 다시 기준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결국, 정부가 전 국민에 지급할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선별 지급이 합리적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단순히 지원금의 선별 지급이냐 보편 지급이냐를 따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필요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데, 그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골라 더 줄 것이냐를 두고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나중에 거둬들이는 방식을 고민하는 게 타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 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선별할 수 없는 여건 때문에 우선 신속하게 모두에게 주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선별 지급 효과를 내는 방법은 따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제안설명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부겸 총리. [중앙포토]

거리두기 4단계…‘손실보상’ 기준은 아직, 재원도 부족  


논란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4단계로 상향 조정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매출 감소를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데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일 공포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에 따라, 이후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기로 했다.

문제는 2차 추경안에서 반영한 손실보상 재원은 한 달에 2000억원씩 총 3개월분(6000억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약 52만개 사업체에 월평균 4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한 달에 2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19년 업종별 매출액과 동기 대비 매출 감소율,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 한국신용데이터 등을 활용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추산이 실제와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2021년 7~9월 코로나19방역 조치의 수준과 기간, 손실보상금의 산정기준에 따라 소상공인 피해 규모와 손실보상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15일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해 유흥시설·홀덤펍·홀덤게임장·콜라텍·무도장·노래연습장·식당·카페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방역조치가 시행된 상황을 가정해 지원 대상자를 52만개 사업체로 산출했다”며 “코로나19방역 조치가 단기에 종식되지 않고 지속하면 그 영업 피해 규모에 따른 손실보상금 재정 소요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손실보상금 지급 규모를 보다 면밀하게 추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연합뉴스]

매출 감소‧폐업 위기에 자영업자들 반발      


일부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손실보상금 지급, 집합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자영업자 단체들 연합체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김기홍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자영업자는 폐업하고 빚더미에 앉는데 정부는 아직도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집합 금지 인원 기준을 철폐하고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자영업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사회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400여명의 자영업자는 각자 몰고 온 차의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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