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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K바이오…'세포유전자' 치료제 놓고 각축전 예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2025년 620억 달러로 성장 예상
유전자 치료제 시장 진출 방법…M&A 통해 진입하는 게 현실적

GC녹십자셀이 지난해 국내 최대 세포치료제 생산시설 확보했다. [연합뉴스]
차세대 K바이오 시장이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가 신성장동력으로 이 치료제를 낙점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치료법이 없는 희귀·유전 질환이나 퇴행성·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에 성장 잠재력이 높다. 2019년 기준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약 4조6000억원)다. 딜로이트·이밸류에이트 파마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5년에는 62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58% 성장이 예상된다. 1400억 달러 규모의 항체 치료제 시장과 견줘 보면 이제 막 열리는 ‘초기 시장’인 셈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전체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통한 만큼 기술 장벽이 높고, 숙련된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어려움이다. 이미 상용화된 유전자 치료제 제품은 매우 고가에 팔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관련 개발 현황부터 살펴보자.  
 

세포·유전자 치료제, 신성장동력으로 꼽혀  

국내 기업 중 세포 치료제에 가장 힘을 쏟는 곳은 GC녹십자 계열사인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이다. 양사 모두 세포 치료제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 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은 자연살해(NK, Natural Killer)세포치료제 분야 글로벌 탑티어 회사이다. 올해 초 GC녹십자랩셀과 미국 관계사 아티바 테라퓨틱스(아티바)는 미국 머크(MSD)와 총 2조원대 세포치료제 관련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다. GC녹십자셀은 매출 1위 국산 항암제 '이뮨셀LC'를 통해 세계 최다 세포치료제 생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합병 소식을 알렸다. 회사 측은 합병이 성사되면 R&D 포트폴리오가 사실상 세포치료제 영역의 완성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장하는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최대 규모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보유한 GC녹십자셀의 오랜 제조 역량과 GC녹십자랩셀의 독보적인 공정기술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대사질환 후보물질과 함께 항암·면역질환 세포치료제 등을 향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소개했다.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플랫폼인 ‘카티(CAR-T)’와 ‘iPSC’ 기술을 적용해 암 치료제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치료용 유전자 적용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메디포스트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전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8월 상장을 앞둔 HK이노엔도 같은 콘퍼러스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차세대 사업 분야로 꼽았다. 혈액암, 폐암 등을 치료할 수 있는 CAR-T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경기 하남에 세포 유전자 치료제 전용 연구·개발(R&D) 및 생산 시설을 구축했고, 전문 인력도 확보했다. 또한 HK이노엔은 이와 관련해 해외 기업들과 기술 및 파이프라인 도입 등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M&A로 사업 추진…CDMO로 사업 확장

이처럼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본 기업들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전통제약사 중 대웅제약이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으며 세포 치료제 CDMO 사업에 진출했다. 제조와 개발부터 품질시험·인허가 지원·보관 및 배송·판매까지를 아우르는 '올인원(All-in-one) 패키지' 사업을 구상 중이다.
 
대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기존 항체 의약품 중심의 CDMO 사업 영역을 세포·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의 분야로 넓히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사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세포 치료제 분야는 아웃소싱 의존도가 50% 이상이고,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임상 개발이 가장 활발해서 CDMO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세포 치료제 CDMO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6억8000만 달러 정도다. 오는 2025년엔 5배 이상 커져서 3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또 있다. 바로 SK다. SK는 지난 6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생산(CMO) 기업 이포스케시의 공장 증설에 나섰다. SK는 “이포스케시가 5800만 유로(약 80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유전자·세포 치료제 제2공장 건설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3월 경영권을 포함한 이포스케시 지분 70%를 인수했다. 5000㎡ 규모의 제2공장이 2023년 완공되면 이포스케시는 현재의 두 배이자 유럽 최대 수준인 1만㎡ 규모의 유전자·세포 치료제 생산 역량을 갖게 된다.  
 
유전자 치료제 생산 영역은 기존 바이오 제품 생산 영역과 달리 설비를 운영하는 생산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진다. 즉, 설비와 인력의 숙련도에서 기존 바이오 제품과 큰 차이가 있으며 자체적인 육성 노력을 통한 시장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신약인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기존 바이오 제품과 비교해 보면 약효가 월등히 뛰어나다”며 “기존 고가의 바이오 의약품보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배 비싸게 팔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그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한국 기업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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