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계란, '다이아값' 가나?…폭염에 추석까지 인상 가능성
계란값이 '금값'을 넘어 '다이아몬드값'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겨울 AI 발병으로 치솟은 계락값이 폭염에 따른 피해 예상, 추석 명절을 앞두고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겨울 AI 발병 당시 5000원대를 유지하던 계란 한 판 가격은 올해 1월 7000원 중반대에 진입했다. 7월말 현재까지도 7000원 중반대 가격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평균 5583원에 유통되던 계란 한 판은 올해 7월 15일에는 7546원에 거래됐다. 일곱달 사이에 약 35% 상승한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5월 둘째주부터 7월 둘째주까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를 방문해 계란 가격을 조사한 결과, 81개 조사제품 중 38개(46.9%)는 7월 둘째주 가격이 5월 둘째주 가격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값 진정되는데 6개월~1년 걸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당시, 정부는 발생 농장과 해당 지역 3㎞ 이내의 모든 가금류에 대해 살처분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총 1700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와 종계가 살처분 되었다.
AI가 잠잠해져도 계란값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산란계가 알을 낳기까지 위해선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아리를 낳는 종계도 상당량 살처분되어 새로 수입해와야 하는 사정이다. 새로 들인 종계가 커서 병아리를 낳을 때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또 걸린다. 짧게는 6개월, 길게 보면 1년은 기다려야 계란 공급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종계값이 올라 양계농가 입장에선 예전처럼 수입이 여유롭지 못하다. 고창군에서 양계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AI 터지기 전에는 마리당 3000~4000원 하던 게 요즘은 7000~8000원까지 한다”며 “언제 또 AI가 터지고, 대규모 살처분이 진행될지 모르는데 종계값까지 올라 농가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산란계 공급과 종계 공급량이 예전처럼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폭염에 추석까지...계란값 더 오를수도
파주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B씨는 “다행히 요즘 양계장은 현대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며 “에어컨, 환풍기, 선풍기 등이 강력하게 작동돼 더위로 폐사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폭염으로 인한 산란율 저하다. B씨는 “사람도 더위를 먹듯이 닭도 더위를 먹는다. 닭이 더위를 먹으면 사료도 제대로 먹지 않고 힘이 없어 산란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나마 산란되는 계란도 중량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적어도 추석까지는 비싼 계란값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요가 떨어져야 계란값도 떨어지는데 추석을 앞두고 있어 계란 수요가 더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이른 계란값 인상을 예상한다. 고창군 양계농가 A씨는 “이르면 8월 초, 늦으면 8월 말부터 계란값이 상향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보통 추석 2~3주 전에 계란 수요가 높아 가격이 많이 오르고, 거기서 또 2~3주 전부터 상인들이 계란 사재기를 해둔다”며 “안 그래도 수요 대비 공급이 딸리는 판이어서 이번 추석엔 계란 사재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한국인 밥상에서 계란은 빠질 수 없는 반찬이자 식재료다. 추석 때는 계란 수요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인턴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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