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뒤 수수료 인상 옥죄기..."플랫폼 사업자 불공정 행위 막아주세요"
카카오택시·배민·야놀자 등 플랫폼 수수료 인상에 꼼짝 못하는 영세업자
중기·소상공인단체, 8월 국회서 온라인 플랫폼법 처리 촉구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 최근 플랫폼 사업자를 두고 ‘왕 서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사는 플랫폼 등록자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와 배달업자가 하는데,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수수료만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과도하게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점이다. 중개수수료가 상품이나 기존 서비스 요금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플랫폼 등록자 사이에선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이 강화되어 플랫폼으로 수요가 쏠리는 데다 그만큼 입점 업체의 플랫폼 의존도도 높아지면서 플랫폼을 떠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업계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마련해 달라며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근 카카오T(택시)는 스마트 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올리려다 한발 물러났다. 택시업계를 점령한 카카오가 사실상의 요금 인상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카카오는 비슷한 방식으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카카오T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무료로 도입했다. 이후 2018년부터 우선호출·즉시배차 등 서비스를 나눠 최대 5000원까지 유료화를 시도했다 반발에 부딪혔고, 최대 2000원으로 서비스 요금을 낮췄다.
카카오T가 요금 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장지배력이 있다. 일단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시작한 뒤 시장에서 몸집이 커지면, 그 뒤로는 요금이나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T는 택시업계 8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중 90% 이상인 23만명이 카카오T에 가입된 상태다. 앱을 이용하는 가입자 수는 2800만명에 달한다. 월간 이용자 수(MAU)도 107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5명 중 1명이 택시를 부를 때 카카오T를 쓰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상당수 플랫폼업체는 무료 또는 저비용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 나간 배달의민족(배민)도 비슷하다. 배달앱 시장점유율 60%에 이르는 배민 역시 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 2020년 4월 정액제였던 수수료 부과 방식을 정률제(주문 성사 시 수수료 5.8%)로 변경하려다 비판이 이어지자 정책을 원점으로 돌렸다.
최근에는 야놀자·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과 애플앱스토어·구글플레이스토어 등 앱마켓 결제 수수료가 논란을 빚고 있다. 숙박플랫폼의 경우에는 20%가량의 수수료를 챙긴다고 알려졌다. 지난 3월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간담회’에서 "숙박앱(야놀자·여기어때)이 숙박업소에서 예약 한건당 수수료 10% 외에도 광고비로 한 달에 최대 3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한 "숙박앱들이 직영점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이를 앱 화면 최상단에 노출시키고 쿠폰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기존 숙박업소들과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독과점 행태를 지적했다. 한편 시장점유율이 각각 60%·20%에 달하는 구글과 애플도 앱 매출의 약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방통위 힘 겨루기에 플랫폼법 입법 미뤄져"
이들 단체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율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를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과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를 이루는 입점업체들의 온라인 플랫폼 의존성이 높아져 플랫폼 사업자의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이 요구한 대안은 ▶판매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 문제 해결 ▶검색 결과 노출 기준 등의 표준계약서 마련 ▶숙박 앱 광고료·예약수수료 부당한 결정 근절 ▶투명한 배달 앱 정보 공개와 수수료 한도제 도입 등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단체는 "배달앱·오픈마켓·숙박앱·앱마켓 등 플랫폼의 수수료·광고비 논란은 제기된 지 오래"라며 "카카오T 불공정 배차와 수수료 문제, 쿠팡 아이템위너의 판매자 간 출혈경쟁과 소비자 기만, 배달의민족 깃발 꽂기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가 조속히 법안심사 일정에 합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온라인 플랫폼 제재와 관련한 입법이 정부 기관끼리의 대립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방지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 권리 보호와 이익에 각각 중점을 두면서, 둘 사이의 줄다리리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입법이 미뤄질수록 사각지대에 방치된 입점업체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며 조속한 법안심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8개 단체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입장과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김희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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