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이종먹거리①] 변곡점 맞은 셀트리온그룹 화장품‧엔터사업…떠나는 창업자‧지주사 합병…
화장품·건기식 사업 셀트리온스킨큐어…출범 이후 영업손실 지속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흥행작 드물어 지속적 적자 기록
수많은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지목하고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거꾸로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혹은 많은 비용이 들고 불확실성이 큰 신약개발 사업의 위험을 헷징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외 사업을 노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강기능식품 등 제약‧바이오사업과 관계가 깊은 사업이 대부분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과 그간의 성과, 의미를 차례로 짚어본다. 첫 번째 기업은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선구자 셀트리온그룹이다. [편집자]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선구자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셀트리온그룹이 영위하는 이종 사업은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화장품, 건기식 사업과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콘텐트제작, 매니지먼트 사업 등이 있다. 공정거래법상으론 인력파견업체인 티에스엔씨 등도 기업집단에 포함된다. 티에스엔씨는 서정진 명예회장의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가진 회사다.
화장품과 엔터사업 시너지 그린 서정진 명예회장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의 바이오 기술을 화장품 사업 분야에 접목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인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2016년 셀트리온GSC와 셀트리온의 스킨큐어 합병을 앞두고 한 행사에서 “앞으로 화장품 사업에 1500억원을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셀트리온그룹의 화장품 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출범 이후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회계감사인으로부터 2018년 이후로 지속된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계속기업불확실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주사격인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2012년 ‘드림E&M’이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했고, 2017년 이 회사의 이름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셀트리온그룹의 주력 사업인 바이오 의약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화장품 사업’과 시너지를 노렸단 게 업계의 해석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한류콘텐트를 제작하고 한류스타를 육성해 화장품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모델이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방송‧영화‧광고 등 콘텐트 제작 및 매니지먼트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자전차왕 엄복동', 드라마 '베가본드' 등 다양한 방송과 영화를 제작에 참여하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2016년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효과로 잠시 흑자 전환했지만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167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상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그룹의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사실상 서 명예회장의 개인자본으로 이뤄진 사업”이라며 “도전적인 성격의 서 명예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했지만, 현재까지 사업의 진행 내용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아직은 손실뿐, 지주사 합병으로 방향성 바뀔까
첫 번째 요인은 셀트리온그룹이 추진 중인 ‘지주사 합병’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7월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 스킨큐어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의 지주 3사 합병의 큰 의미는 의약품 사업회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위한 선결과제라는 데 있지만,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구조가 바뀌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사업회사 3사와 지배구조상 관련이 크지 않은 셀트리온스킨큐어가 합병 기업으로 포함됐고,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셀트리온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주사에 합병된다고 해서 해당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셀트리온홀딩스 측은 합병 이후에도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오히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재무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합병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지주사 합병 관련 투자설명서에서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지속적인 영업손실이 합병존속회사의 영업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다. 셀트리온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속하게 된다. 합병법인의 화장품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이 회사와의 마케팅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해 “향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완전자본잠식으로 회사 사업의 영속성을 확신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다른 계열회사의 추가적인 재무적 지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셀트리온그룹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장기간의 해외 출타를 선언한 서 명예회장의 부재도 이들 사업의 향배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주총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홀딩스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서 명예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래 먹거리를 검증하기 위해 올해 추석 이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3년간 체류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서 명예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가진 법인을 통해 이뤄졌을 정도로 그의 의지가 강했던 사업이다. 다른 사업기회 탐색을 위해 장기간 출국한다는 점 때문에 해당 사업에 관심이 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올해 셀트리온스킨큐어 및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오른 점을 공언하면 서 의장의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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