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빅테크 국감’ 앞두고 뒤늦은 “상생” 띄운 애플·구글·넷플릭스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 개소 소식 발표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열고 국내 업체와 동반 성장 강조한 넷플릭스

 
 
조승래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상생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다음 달 국정감사 출석을 앞둔 기업에서 특히 그렇다. 개발자 교육이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한국에서 처음’이란 타이틀을 덧붙이기도 한다. 업계에선 국감 전 명분 쌓기 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올해 국감에 출석할 증인 명단을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으론 구글코리아·애플코리아·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페이스북코리아가 명단에 들었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은 국감 2일 차인 5일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때 증인으로 나선다.  
 
이중 애플과 구글, 넷플릭스는 플랫폼 독점 문제로 국내 업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팬데믹을 계기로 큰 이익을 거두면서도 합당한 비용을 내지 않는단 것이 비판하는 쪽의 입장이다. 구글과 애플은 앱 개발사에 거래액의 30%를 수수료로 물리는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넷플릭스는 ‘망 증설 비용을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과방위에서 명단을 공개한 27일, 애플코리아는 경상북도·포항시·포항공대와 협력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은 사실을 밝혔다. 경북 포항시의 포항공대 캠퍼스 내에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를 만들고 내년에 개소한단 내용이다. 애플코리아에 따르면, 지원센터는 다른 나라를 살펴봐도 전례가 없다. 애플 협력사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어서다.
 
아카데미를 만들어 애플 개발자 육성에도 나선다. 기수당 200여 명씩 9개월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9세 이상 한국 거주자면 학력이나 코딩 경력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애플은 해외 열두 개 국가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해왔지만, 한국에서 운영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원센터와 아카데미의 정확한 모집 시점이나 투자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 세부사항이 안 정해진 양해각서 단계에서 애플코리아가 관련 사실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코리아가 지난 27일 공개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 예상 모습. 2021년 중 포항공대 캠퍼스 내에 만들어진다. [사진 애플코리아]

“반발 거세지자 상생…뒤늦은 감 있어” 

애플코리아와 같은 날, 구글코리아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열겠다고 밝혔다. 시드(최초투자) 및 시리즈A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기술지원을 한다. 다음 달 29일까지 신청을 받는 등 구체적인 일정도 냈다. 구글은 이 프로그램을 2016년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서 진행해왔지만, 한국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오늘(29일) 오전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열어 그간 국내 콘텐트업계와 상생해온 내용을 되짚기도 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7700억원을 투자해 5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고, 1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단 게 요지다. 넷플릭스 측은 특히 특수 분장부터 시각효과, 더빙·자막까지 제작 전 공정에서 국내 업체들과 적극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나와 그간의 성과를 말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이 국감에 출석한 건 한두 해 일이 아니다. A/S 관련 불공정약관, 세금 회피 등 논란 때문이다. 단적으로 애플코리아 대표는 2015년부터, 구글코리아 대표는 2017년부터 국감에 단골 증인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이제야 상생안을 내는 건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국 시장이 크지 않고, 자사 상품의 대체재가 없단 이유로 개선을 미적대다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입법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대응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상생 안이 단발성에 그치진 않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2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3“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4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5“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6‘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7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8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9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실시간 뉴스

1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2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3“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4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5“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