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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家 탑골공원] “1초에 32캔씩 생산"…세상도 이렇게 '사이다'였으면

1950년 5월 첫 출시한 칠성사이다…연매출 4000억원
각기 다른 성을 지닌 대표 일곱명이 모여 ‘칠성’
맑고 깨끗한 이미지에서 경쾌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2019년부터 초록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변경

 
 
과거 가수 이선희가 출연한 칠성사이다 광고 화면. [사진 화면캡처]


“그땐 그랬지.” 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추억 속 옛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 소환', 1020세대에겐 '옛 것이지만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입니다. 1990년대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인기를 끌던 ‘온라인 탑골공원’의 유통가 확장판이죠. 당대 스타의 광고 사진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춰보겠습니다.  
 
1초당 32캔씩 생산하는 음료가 있다. 바로 ‘칠성사이다’로, 지난해 한 해에만 250㎖ 캔 기준으로 10억 캔이 판매되고, 한해 매출액이 4000억원대를 기록한다. 1950년 출시한 해부터 지난해까지 70년 동안 누적 판매량은 305억 캔에 이른다. 국내 사이다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칠성사이다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본다. 
 
올해로 71주년을 맞은 칠성사이다는 숫자 ‘7’과 인연이 깊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5월에 처음 출시한 칠성사이다는 최금덕, 박운석, 방계량, 주동익, 정선명, 김명근, 우상대 등 성씨가 서로 다른 7명이 모여 만들어서 ‘칠(7)성사이다’가 됐다. 한자로는 숫자 ‘7(七)’과 별을 뜻하는 ‘성(星)’으로 쓰였다. 애초엔 성씨를 뜻하는 ‘성(姓)’을 넣으려고 했으나, 별처럼 영원하라는 의미를 더해서 한자가 변경됐다.    
 
1950년 5월 칠성사이다가 첫 출시된 모습. [사진 롯데칠성음료]
과거 서울 동대문 한 건물에 걸린 칠성사이다 옥외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1967년 당시 칠성사이다 제품 모습. [사진 롯데칠성음료]
 
그 후 칠성사이다를 만드는 회사 이름은 1950년대에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에서 1967년 한미식품공업, 1973년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를 거쳐 현재의 롯데칠성음료까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제품명 ‘칠성사이다’는 71년째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  
 
칠성사이다가 '롯데' 제품이 된 것은 1974년부터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경영 악화 겪은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가 부도 위기까지 몰리다가 롯데제과에 인수되고 현재의 사명인 롯데칠성음료가 됐다. 현재 롯데칠성음료 지분은 롯데지주가 40여%를 보유해 최대 주주이고, 이외에 국민연금이 10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에스디제이 회장이 지분을 1%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1950년대 서로 다른 성을 지닌 당시 일곱명 대표는 모두 현재 칠성사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슈슈슈비 슈비 슈바~” 1980년대부터 CM송 광고  

과거 배우 채정안과 가수 혜은이가 등장하는 칠성사이다 광고. [사진 화면캡처]
 
롯데칠성음료가 처음 내세웠던 칠성사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맑고 깨끗한 맛’이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가 정제한 물에 화학적 색소와 인공향을 넣지 않고, 레몬과 라임에서 추출한 천연 향만을 사용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제품임을 알리고자 했다. 이후 1980년대부터 경쾌한 리듬의 “슈슈슈비 슈비 슈바 칠성사이다~”가 불리는 CM송이 더해진 TV광고부터 무색소, 무인공향료 제품임을 알리는 캠페인성 광고가 제작됐다. 과거 칠성사이다 광고에 깨끗한 물에서 사는 물고기인 송사리와 거대한 자연 모습인 백두산 등을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대부터는 ‘톡톡 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이를 위해 롯데칠성음료는 기존에 밋밋하던 브랜드 로고를 3D형태로 입체적으로 변경했다. 제품명 옆에 그려진 별 그림도 이전보다 더 많이 그려서 별이 쏟아지는 느낌이 들도록 제작했다. 
 
지난 2000년에 출시 50주년을 맞은 칠성사이다가 브랜드 로고를 변경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2010년도에는 역동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답답하고 갑갑한 상황이 후련하게 풀리는 상황’이라는 통쾌한 분위기도 덧붙였다. 이 같은 이미지는 당시 온라인상에서 답답한 마음을 ‘고구마’라고 표현하고, 반대되는 상황을 ‘사이다’로 표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4월에 새로운 제품 ‘칠성스트롱 사이다’까지 출시했다. 기존 제품보다 탄산가스볼륨을 더 많이 넣은 제품이다. 기존 칠성사이다 제품탄산가스불륨은 3.8이고, 칠성스트롱 사이다는 5.0 수준이다. 스트롱 사이다를 마시는 순간 “캬~!”소리가 나면서 톡 쏘는 탄산이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올해에는 ‘칼로리 부담 없는 탄산음료’라는 새 슬로건을 걸고 지난 1월 기존 제품에서 칼로리를 뺀 ‘칠성사이다 제로’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반 제품들과 같은 패키지에 담기지만, 기존 초록색 페트병 뚜껑이 사용되지 않고 검정색 뚜껑이 사용된다. 소비자가 뚜껑만보고도 칼로리를 뺀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이 일상화되고 홈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칼로리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탄산음료를 찾는 점에 주목해 제로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브랜드 모델로 가수 BTS 발탁  

지난해 5월 칠성사이다 모델로 발탁된 BTS와 2019년 모델로 활동한 가수 노라조 모습. [사진 화면캡처]
 
잇달아 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광고 모델도 바뀌었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나타낼 때는 가수 혜은이, 배우 채정안 등 여성 스타가 모델로 다수 나왔다면, 최근에는 경쾌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남성 모델이 출연한다. 2019년에는 ‘사이다’라는 노래로 인기를 끈 가수 노라조를칠성스트롱 사이다 모델로 발탁해, 유머러스하고 개성 넘치는 광고를 선보였다. 지난해 5월부터는 가수 BTS를 모델로 세우며 비트감 있는 음악과 함께 칠성사이다 청귤, 복숭아 맛을 홍보하고 있다.  
 
기존 초록색 페트병이었던 칠성사이다가 2019년부터 투명색으로 변경됐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2019년부터는 페트병 색상도 바꿨다. 기존 칠성사이다 브랜드 대표 색상인 초록색 페트병에서 재활용이 쉬운 투명 페트병으로 바꾼 것이다. 페트병 색이 바뀐 것은 1984년 1.5L 제품이 출시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19년 말 500㎖ 제품을 투명 페트병으로 먼저 선보이고 300㎖, 1.25L, 1.5L, 1.8L 등 모든 제품으로 확대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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