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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500만원짜리 롤렉스도 중고로”…재벌가 사모님이 ‘당근’하는 이유

‘빅3’ 중고거래 플랫폼…억단위 시계 등 고가품도 거래
중고 거래시 과세 적용 못해 탈세로…‘제도 개선’ 목소리

 
 
 
당근마켓에 등장한 속칭 재벌가 사모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빅3’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거래되는 중고 물품과 가격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중저가 위주의 패션잡화, 여성의류, 남성의류 등의 거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한정판 제품, 명품 등도 빈번하게 거래되는 추세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장하는 고가품 거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매장가 1억짜리 반값에”…거래규모 130억원  

최근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는 속칭 ‘재벌가 사모님’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대를 기반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A씨의 판매 리스트에는 8000만원대 피아제 시계부터 600만원대 반클리프 팔찌, 1700만원대 사파이어 반지 등 그야말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롤렉스 GMT마스터2는 1억6500만원에 거래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롤렉스26미리 시계를 4190만원에 올리며 “플래티넘에 오리지날 다이아세팅, 백화점 구매”라며 “매장가 1억이 넘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4800만원에 내놓은 또다른 롤렉스 모델에 대해선 “귀한 제품이다. 초절정 럭셔리”라며 “매장가 9000만원 예상한다. 웨이팅도 1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에 등장한 속칭 재벌가 사모님의 판매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A씨의 게시글은 대부분 ‘거래 완료’ 상태를 나타냈다. 일부 제품들은 구하기도 힘들어 프리미엄이 붙어서 팔리는 데 A씨가 대부분 저렴하게 판매해 고가품에도 불구하고 빠른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A씨가 거래한 거래액 규모는 약 13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품 거래는 비단 당근마켓만이 아니다. 번개장터에도 최근 9900만원어치 골드 순금 골드바를 사겠다는 글이 게재됐고 중고나라에서도 생활가전 외 명품 잡화 등 고가품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고가품 팔아도 세금 0원…탈세 창구로  

업계에선 중고거래 시장에서 고가품이 거래되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 간 중고거래는 통상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 현행법상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 10%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사업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에 따라 6~4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고가 중고물품 당근거래. [사진 박홍근 의원실]
반면 A씨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하면 고액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한다고 해도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 이 점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이 사실상 ‘탈세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여러번 제기돼 왔다. 이번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고가 중고품 거래의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일반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들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해서는 관련 과세 기준이 없어 과세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중고거래 플랫폼이 은닉재산 세탁이나 탈세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대지 국세청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해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고가물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과세 기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리셀’ 시장은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얼마나 커질지 어떻게 확장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 “오묘한 영역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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