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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역설'…정유‧윤활유 호황에 살아난 석유화학

정제마진 상승에 4분기 실적도 긍정 전망
배터리‧태양광 적자 등 갈 길 먼 신사업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 에쓰오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조 단위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탄소 감축 정책 등으로 공급 과잉이 완화되면서 석유 제품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선 내년 1분기까지 이 같은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유‧윤활유가 다했다  

 
3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61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조62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2조3253억원에서 올해 조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에쓰오일 역시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5494억원을 영업이익을 거둬 올해 3분기까지 1조74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3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92% 급증했다.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516억원으로, 올해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3분기 실적 개선은 정유와 윤활유 사업이 이끌었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석유 사업 영업이익은 2906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32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두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만 6199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을 상회했다. 배터리 사업 등의 적자로 전체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3분기 실적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정유 사업 3분기 영업이익은 1855억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2888억원을 기록했다. 이 두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4743억원으로,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86%를 차지했다. 사실상 이 두 사업이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을 이끈 셈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선 3분기 실적에 대해 “코로나19의 역설”이란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정유 사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꾸라진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 세계 석유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정부가 석유 제품 등에 대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급 과잉이 완화돼 석유 제품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며 “코로나19 이전 실적을 주도했던 화학 사업의 자리를 기존 정유 사업이 채우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유 사업의 호황은 올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석유화학업계 중론이다. “내년 1분기까지 정유 사업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통상 겨울철은 석유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인 데다, 정유 사업 수익성을 결정하는 정제마진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배럴 당 7~8달러 수준인데, 정유사 손익분기점이 배럴 당 4~5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고점인 것으로 보이는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등의 큰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7~8달러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태양광 적자…수익 못내는 신사업  

 
문제는 신사업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요구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탈(脫)정유를 선언하고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지만, 현재까진 제대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친환경 사업 확장을 위해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 재무적 부담도 크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정유‧윤활유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배터리 사업은 98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완성차기업인 포드 측과의 합작 물량 등을 감안하면 배터리 수주 잔고만 220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4분기 이후부터 배터리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수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LG화학 역시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영업손실로 지난해보다 3분기보다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19.6% 줄어든 726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37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여파가 컸다.  
 
한화솔루션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보다 23.5% 감소한 1784억원에 그쳤다. 미국발(發) 물류 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큐셀 부문이 95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하면서 전체 영업이익도 주춤한 것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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