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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오차 사과한 홍남기…19조 놓고 이재명·민주당과 충돌 양상

홍남기 “송구하다”지만 고의성엔 유감 표명
초과 세수 활용 놓고 평행선 달리는 당·정
이재명 “기재부, 상급기관 노릇…예산 기능 분리”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측이 크게 빗나간 세수 규모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 당·정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더구나 대선 후보인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기재부 예산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과 세수 19조원에 국정조사 언급한 여당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관계부처·기간과 물가 관련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초과 세수 발생 등 세수 오차가 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2차 추경을 편성하며 올해 국세 수입을 본예산(282조7000억원) 대비 31조5000억원 늘어난 314조3000억원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자산시장 호조가 이어지며 올해 세수는 지난 7월 예상치를 19조원 웃도는 333조3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예상보다 빠른 하반기 경제 회복 속도로 초과 세수가 20조원 가까이 발생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올해 세수 초과액이 당초 7월에 정부가 예상했던 31조원보다 19조원 더 많은 5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국가재정을 운영해 오면서 이렇게 통계가 어긋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홍 부총리를 겨냥했다.  
 
이어 “예산·세정 당국은 이렇게 세금을 초과로 걷게 되는 걸 예상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한 충분한 세출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점, 또는 과도하게 국채를 발행하게 된 점 등 여러 면에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도가 있었다면 이를테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라고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19조원에 달할 초과 세수를 방역지원금·지역 화폐·손실보상 등 3대 패키지에 활용할 뜻을 밝혔다.  
 

사과는 했지만 중대본 회의 연기한 홍남기  

여당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기재부는 이날 “(초과 세수 50조원) 전망치를 지난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어제 여당에도 설명했다”며 “세수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큰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인 세수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기재부의 수장인 홍 부총리는 이튿날인 17일에도 “다시 한번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제가 몇 차례 말한 것처럼 공직자들이 그렇게 일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측에서 정부의 고의성을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물가 관련 민생현장 점검에 나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7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무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여기에 홍 부총리가 18일 오전 주재할 예정이었던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중대본)가 돌연 23일로 연기되면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기자들과 만난 홍 부총리는 “(18일로 예정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초과 세수 활용 대책을 검토해 왔는데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민주당을 통해) 숫자가 나와서 여러 가지 혼선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부총리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먼저 19조원을 공개한 마당에 중대본 회의에서 다시 거론하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했을 수 있다. 여당 비판에 우회적인 항의 표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숙박과 여행업 등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지원에서 배제됐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이 발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재원 여력 없어” 이재명 “기재부 분리해야”  

홍 부총리는 여당의 초과 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올해 19조원 수준의 초과 세수의 약 40%인 7조6000억원을 교부금 정산금으로 지자체에 교부되고, 이걸 빼면 많아야 13조원이 가용 재원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머지는 상당 부분 올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부족 재원,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 추가 지원 대책 재원 등으로 1차 활용되고 그 나머지는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3대 패키지에 쓸 재원 여력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홍 부총리의 ‘19조원 활용 불가’ 주장에 민주당은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세입 전망을 이렇게 틀리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며 “이런 기재부의 소극적 자세에 대해서는 분명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압박 수위가 한층 수그러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18일 공개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재부의 가장 큰 문제는 기획·예산·집행 기능을 다 가진 것”이라며 “그 문제를 교정해야 각 부처의 고유 기능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의 기재부 권한 분산 필요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후보의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의 고문을 맡고 있는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조직 개편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는 이미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초과 세수 분을 놓고 당정의 갈등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국회 밖에서는 이 후보의 기재부 때리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예산 정국의 전망은 밝지 못하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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