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반도체 기업 모시기’…세금 90% 환급해주고 투자비 절반 지원
테일러시, '30년간 세금 환급' 파격 조건으로 삼성전자 유치
일본, TSMC·마이크론·키옥시아 공장 지원에 6조 투자
한국 정부 반도체 산업 지원 혜택 부족하다는 지적 나
‘30년간 세금 90% 감면’, ‘공장 설립 투자금의 절반 지원’
미국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 지원을 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필수 요소인 반도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장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가능해서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지로 테일러시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도 텍사스주와 테일러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일러시는 30년간 최대 90%의 재산세를 환급하기로 했고 테일러시 독립교육구는 3억 달러(약 35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테일러시 윌리엄슨카운티도 첫 10년간 재산세 90%를 환급하기로 했고 이후 10년은 85%를 환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여기에 텍사스주는 텍사스 산업 펀드(TEF)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2700만 달러(약 320억원)의 보조금도 지급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의회가 ‘칩스 포 아메리카’라는 반도체 기업 지원 관련 법이 통과되면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 당시 텍사스주뿐 아니라 애리조나주와 뉴욕주 등 후보 5곳을 놓고 고민했다. 이 중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기존 오스틴 공장과 가까워 기반시설 공유가 가능하고, 부근에 첨단 IT기업이 대거 들어서고 있어 인프라 조성 차원에서도 가장 큰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텍사스주가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이유는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와 존 코닌 상원의원은 지난 24일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에 수차례 감사 표시를 했다. 이번 투자로 직접적인 일자리만 2000개가 창출된다. 현지 언론은 2년간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건설노동자나 자재 수급자 등 간접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표하고 있다.
‘반도체 격전지’ 떠오른 미국…파운드리 경쟁 본격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5대 반도체 업체 중 8개가 미국 회사다. 하지만 ‘생산’에서 뒤처졌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반도체 품귀현상이 발생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 미 정부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자립’을 결정했다.
일본 역시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경제안보’로 인식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6000억 엔(약 6조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이 중 4000억 엔(약 4조원)은 TSMC의 구마모토현 신규 공장 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2000억 엔(약 2조원)은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공장 증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용인에 조성되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클러스터 추진에 최대 2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대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0년 동안 120조원을 용인 클러스터에 투입해 공장 4개를 가동할 예정이다. 첫 번째 공장은 2024년 초 착공할 계획이며, 2025년 첫 번째 공장의 양산 준비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국가에 비해 지원금이나 세금감면 혜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약속했던 '반도체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가 소위 'K-반도체 전략‘을 제시하고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건 지난 5월이지만 여전히 발의 된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강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은 타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자국 기업 밀어주기’라는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 있다”며 “정부가 기존 반도체 특별법을 국가전략핵심산업특별법으로 확대해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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