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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플레이션 공포①] ‘닭’치고 배달…치킨값 2만원 시대의 비밀

외식 물가 상승 주 원인…높아지는 ‘배달대행 수수료’ 지적
오르는 기본요금에 고층·날씨·특정 지역 따라 할증 부과
배달료 인상→매장 수익성 악화→소비자 가격 인상 악순환

 
 
치킨집 건너편에 치킨집. 마침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 치킨 한 마리 가격이 1만80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얼마가 남을까. 우선 마리당 부과되는 부가세 10%를 떼면 1만6200원이 된다. 여기에 본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 9500원 정도. 이를 제외하고 남는 돈은 6700원 남짓이다. 이 돈에서 인건비, 임대료를 제외하면 치킨 한 마리를 팔았을 때 점주는 약 3000원 정도를 마진으로 챙겼다.
 
#. 지금은 어떨까. 점주는 치킨 한 마리를 팔았을 때 남는 3000원으로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 매출액 기준으로 플랫폼 수수료는 10% 안팎이다. 평균 배달료를 4000원이라고 가정할 때 가맹점과 고객이 반반 부담한다고 하면 2000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겨우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마진을 맞추거나 아니면 치킨 한 마리를 팔고도 ‘마이너스’라는 게 점주들의 하소연이다.  
 
후라이드 치킨 이미지. [중앙포토]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외식 메뉴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 등 세트 메뉴 가격은 9000원을 넘어섰고, 치킨 역시 배달료를 제외하고도 한 마리당 2만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치킨의 경우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을 시작으로 도미노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치킨은 외식 메뉴 중에서도 가격에 더 민감하다. ‘국민간식’이라 불리며 소비자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비 인상 부담?…‘배달료 인상’이 주 원인  

교촌치킨이 꼽은 가격 조정 배경은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 상승과 각종 수수료 부담에 최근 전방위적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누적된 비용 상승 부담으로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더 이상 가격 조정 시기를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재료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본사가 지는 부담이 커졌고 가맹점 매출 개선을 위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인상 이유는 ‘배달료의 인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음식 배달 수요가 절정에 이르면서 배달 경쟁이 심화됐고, 계속해서 배달료가 오르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수준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배달대행업체들은 12월 들어 전국 각지에서 기본료를 인상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 A배달대행업체는 이달부터 3000원에서 4300원으로 기본료를 올렸고 서울 강서구 B업체도 기본 배달료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C업체도 3450원에서 4950원으로, 경기 남양주 D업체도 3500원에서 4200원으로 각각 올렸다. 기본료는 배달 시작부터 부과되는 기본요금으로 평균 700m~1.3km가 기준이다.  
 
이동 거리에 따라 할증이 더 붙는 구조. 여기에 날씨, 배달 시간 등 변수에 따라 요금이 점점 올라간다. 이 기준 역시 배달대행업체들이 정하기 나름이다. 부평 A업체는 우천할증 1000원, 심야시간 할증 500원, 특수지역할증을 최대 2000원까지 따로 받는다.  
 
남양주 D업체는 고층아파트(3층 이상) 할증 500원에 우천할증 500원을 추가로 요금에 더하고 있다. 계약보증금을 따로 받거나 관리비를 요구하는 업체들도 있다.  
 
문제는 배달 수수료 인상 부담을 가맹점주나 자영업자가 떠안는 구조라는 데 있다.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소비자가 배달료 반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점주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점주가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높아진 배달료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높아진 배달료에 고생해서 물건을 팔아도 자영업자들은 마진을 남기기 힘든 구조가 됐다”면서 “오히려 택시 배달이 더 싸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배달대행업체들의 횡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업주입장에서는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맹점주, 자영업자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배달시장에 끌려 다니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포장 캠페인, 자사 앱 활용 등 대응책 마련 절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물가 인상을 주도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배달료가 인상되면 당연히 매장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당장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배달료는 1000원, 2000원씩 오르지만 메뉴 가격은 500원 800원 인상을 벗어날 수 없어 여기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한탄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포장 캠페인’이다. 고객이 직접 포장해 가면 고객과 가맹점주 모두 배달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돼 서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장캠페인이 활성화 되면 배달 수요가 그만큼 줄고, 업체들 역시 기본 가격을 낮춰 영업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프랜차이즈본사 한 관계자는 “점포 마진율의 절반 이상이 라이더 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에 지금은 이 비용을 아끼는 게 가장 시급하다”면서 “최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포장캠페인과  자사 앱 활용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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