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구광모 ‘고객’ 최태원·신동빈 ‘도전’…5대 그룹 총수 신년사 키워드
구광모, ‘고객’ 13회 언급하며 고객 경험 강조
삼성전자도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
애플처럼 락인 효과 극대화 위해 ‘고객’ 강조
최태원 “개척자 되자” 신동빈 “용기 있는 도전”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세계를 비롯해 한국 경제의 전망은 순탄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의 등장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변수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도 5대 그룹의 신년사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통해 변화와 성장을 꾀하겠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삼성·현대차·LG는 ‘고객’에, SK·롯데는 ‘도전’을 강조하면서 그룹마다 내세우는 키워드에는 차이가 있었다.
한 목소리로 ‘고객 경험’ 외친 LG·삼성
구 회장이 특히 힘줘 말한 것은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다. 그는 “고객은 제품·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직접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에 감동한다”며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고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3일, 신년사를 발표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강조한 키워드도 ‘고객 경험’이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고객을 지향하는 기술의 혁신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근간이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고객 경험’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단행된 조직개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2월, 삼성전자는 기존 가전(CE) 부문과 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부문을 신설했다. DX 부문 산하에는 ‘CX(Consumer eXperience)’와 ‘MDE(Multi Device eXperience)’ 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의 명칭도 25년 만에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했다. 신설되거나 명칭이 바뀐 사업부 모두 ‘경험(eXperience)’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삼성전자 측도 “다양한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글로벌 업계의 리더로서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들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려는 노력”이라고 명칭 변경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정의선 “고객과 인류의 더 나은 미래” 락인 효과 노려
현대차가 추진할 모터,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연구개발-생산-판매-고객관리의 전 영역에서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이 결국 “새로운 시대의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정 회장의 발언이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고객과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 모두의 여정에 긍정의 에너지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주시기 바란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현대차·LG의 수장들이 고객을 강조한 이유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해 자사의 생태계에 묶어두겠다는 전략을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애플처럼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최태원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가 되자”
이는 SK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오는 2030년까지 탄소 2억t을 감축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세웠음을 상기하며 “SK는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가능성이 불투명한 친환경 사업의 성장을 위해 임직원들의 과감한 시도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러면서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해에도 위대한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가 되자”고 재차 강조했다.
신동빈 “실패에서 교훈 찾아 계속 도전”
신 회장은 “혁신을 위한 시도는 미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과거의 성공방식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며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는 2017년부터 5년간 유지됐던 BU체제를 6개 HQ 체제로 개편했다. 아울러 특유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그룹 핵심인 유통·호텔 사업군의 주요 사령탑을 모두 외부 인사로 교체했다. 현 상황을 위기라 진단하고 변화를 택한 것이다. 동시에 신년사에서 ‘도전’을 언급하며 이들의 활약을 강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신년사 말미에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도전’을 다시금 강조하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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