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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논란에 대선주자·거래소 “주주 보호” 한 목소리

LG화학·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논란에
이재명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해야”
윤석열 “기존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이달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자본시장에서 물적 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이 모회사의 소액 주주를 보호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도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기업의 물적 분할과 쪼개기 상장으로 모회사 가치와 주가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들이 손실을 보게 된다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물적 분할은 모회사가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모회사 주주에게는 신설 자회사 주식을 주지 않고,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분은 낮아지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회사가 물적 분할 후 상장 시 신주를 모회사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등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자회사 물적 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이원택 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 후보는 투자자 권익 보호를 주장했다.
 
이 후보는 축사를 통해 ’물적 분할로 모회사의 대주주는 지배력과 이익이 높아지겠지만 소액주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대한 합리적인 보호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방영된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우리나라 주식은)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정말 너무 저평가됐다”며 “코스피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이 저평가된 대표적 이유로는 ‘시장 불공정성’을 지목하며 강력한 단속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스스로를 “주가 조작 단속률이 매우 낮고 처벌도 너무 약하고 특히 힘이 센 영역에서 벌어지면 사실 다 무마되고 이러다 보니 시장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 후보 직속 기구인 공정시장위원회와 선대위 금융경제특보단은 지난달 26일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사전 감시와 사후 처벌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며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금감원의 조사 역량 확충 ▶자본시장 불공정을 감시할 특별사법경찰제도 강화 ▶피해자 금전 소실 구제제도 확충 ▶증권집단소송제를 활성화도 제안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27일 자본시장 공정회복 정책공약 발표회견을 열고 물적 분할 이중상장 문제와 관련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공약에 담았다. 거래했던 주식의 매입 가격과 처분 가격의 차액을 확인해 과세할 디지털 기술적 기반이 이미 마련돼, 증권거래세는 이중과세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장기 투자자에게 주식양도소득세 우대 세율을 적용하는 한편,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 자본시장 투명성·공정성 개선 등을 제안했다.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 단상과 의사봉. [연합뉴스]

LG화학·현대重그룹·SK이노·세아베스틸 등 물적 분할 이슈

이처럼 양당 대선 후보가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주체인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물적 분할과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분할한 자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모회사 주가가 떨어져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한 예로 LG화학은 2차전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4일까지 9.56%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하이투자증권·현대차증권·BNK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이달 들어 LG화학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삼호중공업을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 투자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중간지주사로 입지가 애매해지며 ‘껍데기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발의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도 2차전지 자회사 SK온의 상장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배터리 사업을 분할했는데, SK온이 상장하면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세아베스틸과 CJ ENM 역시 각각 철강, 콘텐트 자회사의 물적 분할로 투자자 사이에서 모자회사 동시 상장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물적 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는 물적 분할 이슈에 대해 법적인 부분에서도 다각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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