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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던 정유사, 1년 만에 반전…대규모 흑자전환 비결은?

국제 유가 20→90달러
정제 마진 늘며 정유사 실적도 개선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 전경. [사진 에쓰오일]
국내 정유 기업이 1년 만에 실적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과 정유 소비 감소에 부진했던 실적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1조1424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20조6066억원이었다. 다른 정유사도 지난해 호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은 2조3063억원, SK이노베이션은 1조754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GS칼텍스도 2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을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GS칼텍스의 누적 영업이익은 1조4096억원이었다.  
 

2020년 국제유가 하락에 정유사 5조원 손실  

이들 정유사는 모두 2020년에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걱정했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조991억원, 2조42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GS칼텍스(9192억원), 현대오일뱅크(5933억원) 역시 영업손실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2020년 초 정유사들의 상황은 절박한 수준이었다. 정유사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20여 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원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2020년 4월 첫째 주 기준 두바이유가 배럴당 22.6달러 수준이었는데, 휘발유 가격은 20.2달러에 불과했다. 정유사들은 기름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여기에 정유 수요까지 줄면서 정유사들은 원유를 보관하는 데 더 큰 비용을 쓰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했지만, 산유국과 장기 계약을 맺어 국내로 들이는 원유를 막을 수도 없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2020년 5월 국내 주요 정유사 5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을 보면 정유사들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 한신평은 기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던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에쓰오일 등에 대한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한신평은 “(2020년) 1분기 유가와 정제마진 급락으로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했고 당분간 유가와 정제마진, 주요 제품의 수급 상황에 연계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현금 창출력 저하와 투자자금 소요에 재무부담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럴당 100달러 넘보는 유가, 정유사는 호실적

지난해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올해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100달러를 바라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은 배럴당 92.31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3.27달러, 두바이유의 가격도 90.22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도 늘면서 정유사 실적 개선에 호재로 작용했다. 2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5달러로 전주보다 1.1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2020년 마이너스 수준에서 지난해 초까지도 1~2달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정제마진 폭이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이익도 증가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제에너지기구(IEA), 美에너지정보청(EIA) 등 주요 에너지기관이 올해 1월 발행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석유 수요가 지난해 대비 3.4 ~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올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수출물량과 수출액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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