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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일까 겨울일까’…조선업계, 우크라이나 사태 예의주시

조선업 호황에 엇갈린 희비…달리는 현대重, 주춤한 삼성重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 한국조선해양]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 초 현재까지 대규모 수주 실적을 기록하는 등 부활 뱃고동을 울리고 있던 국내 조선업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조선업이 호황에 진입하다 뜻하지 않는 암초를 만났다”는 비관론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해양플랜트 신규 발주 등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란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악재냐 기회냐’…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는?

8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금융 제재 여파로 국내 조선업계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약 8조원에 달하는 선박에 인도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건조한 선박을 선주 측에 인도하지 못하고 재고로 떠안을 수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2020년 이후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 규모는 8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선주 측에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고 재고로 떠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는 지나친 비관론”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선박 인도 차질 등으로 인해 제때 수주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해 기업 채무 등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하는 제재를 내린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선주 측이 루블화로 선박 건조 대금을 치르면 국내 조선업계의 환차손도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수주 산업인 조선업 특성상 선박 건조 계약 이후 실제 인도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 시점의 환차손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조선업계 일부에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선주들이 LNG 운반선 발주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LNG 운반선 수주를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는 만큼, LNG 운반선 신규 발주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우리 조선업계는 지난 2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7척 전량 모두를 수주 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조 단위 규모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도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배럴당 150달러는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에선 배럴당 200달러를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국내 조선업계가 과거 조 단위 해양플랜트 수주 이후 고꾸라진 국제유가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경험이 있는 만큼, 해양플랜트 수주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형선 ‘싹쓸이 수주’…올해도 순항 中  

조선업 호황이 본격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1~2월까지 전 세계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29만CGT(41척) 가운데 86만CGT(16척, 67%)를 수주해 중국을 2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고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 1~2월 누계 수주량에서도 한국 조선업계는 총 281만CGT(56척, 55%)를 수주해 중국의 수주량 201만CGT(61척, 39%)보다 많았다. CGT는 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를 말한다.  
 
1~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을 보면 올해 발주량은 512만CGT로 지난해(794만CGT)보다 36% 감소했으나, 2020년(308만CGT)과 비교하면 확실히 살아난 분위기다. 여기에 선가(船價) 역시 지속 상승하고 있어, 조선사 수익 개선도 기대된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월 154.26포인트에서 2월 154.73포인트로 소폭 올라 15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대형선 발주를 사실상 싹쓸이 수주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2월 선종별 수주 현황을 보면, 전 세계에서 발주된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22척 중에 우리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박은 무려 16척(73%)에 달한다. 
 
대형 LNG 운반선(14만m³ 이상) 역시 발주된 22척 중에 15척(68%)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했다. 대형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LNG 운반선에 대한 대규모 건조 계약이 예상되는 카타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향후 전망 역시 밝은 분위기다.  
 
다만 이 같은 실적에도 조선 3사의 희비는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이날 현재까지 수주 규모만 7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올해 수주 목표의 3분 1 이상을 달성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규모도 3조원을 넘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달 아프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9985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4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첫 수주를 알렸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현재까지 올해 수주 목표의 9%를 채우는 데 그쳤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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