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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비대면 진료…의료법 개정한다지만, 풀어야 할 숙제 많아

[비대면 진료 운명은? ①]
국힘, 의료법 개정안 검토…업계 원하는 ‘초진’ 막을 듯
본인부담금 30%에 플랫폼 수수료, 활성화 막을 듯

 
 
지난 2월 서울 중구의 한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의사가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하고 있다. [중앙포토]
차기 여당에서도 원격진료 입법(의료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이 이뤄지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는 코로나 유행이 끝나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본지 통화에서 “새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서 관련 개정안을 냈었다.  
 
입법 의지도 강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새 정부 국정과제를 정하는 기획조정분과에서 키를 쥐었다. 이 분과 인수위원인 박 의원은 “5월 초 발표할 국정과제에 비대면 진료 관련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만으로 비대면 진료 시장 확대 어려워 

입법에 적극적인 이유로 인수위에선 청년 일자리를 꼽는다. 18일 열린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를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산하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에서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간담회에서 장예찬 청년소통 TF 단장은 “규제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줄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이 이뤄져도 새 정부 기대만큼 원격진료시장이 커지긴 어렵다는 진단이 업계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법과 돈, 그리고 진료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한계 때문이다. 이 분야 벤처투자 자문을 맡고 있는 김치원 와이즈요양병원장은 “당장 J자 모양의 성장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문제는 개정안에서 원격진료를 얼마나 폭넓게 허용하느냐다. 인수위 측은 전면 허용보단 물꼬를 트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민주당에서 지난해 낸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뜻이다.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선 ▶(2회 차 진료인) 재진 이상 ▶고혈압·당뇨 등 특정 만성질환에 대해서만 원격진료를 허용한다. 의료 안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원격진료 플랫폼 업체에선 허용 범위가 너무 좁다고 호소한다. 18일 간담회에 참석한 닥터나우 관계자는 “초진을 허용하지 않으면 진료시간 이후 자녀가 아플 때 진료받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적절한 사례가 아니”라며 “그럴 땐 응급실을 찾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도 “당장 초진을 허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 의사에게 돌아가던 가산 수가는 없어지고, 환자의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사에게 원격진료(전화상담·처방) 진찰료의 30%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하자면 별도 인력·장비가 필요하단 게 이유다. 진찰료도 공단에서 100% 낸다. 그러나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 진찰료의 3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플랫폼도 언제까지 무료로 환자와 의사를 중개할 순 없다. 현재 닥터나우는 약 배달을 받을 때 드는 배송료만 환자에게 청구하고 있다. 김 원장은 “건별로 수수료를 받으면 의료 영리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병원에 월정액을 받는 식으로 수익을 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런 수익모델이라면 의사로선 원격진료에 따로 시간을 낼 동기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격을 높여도 사용자가 플랫폼을 찾도록 만들자면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의료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법상 의료 데이터는 병원 서버에만 저장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료 데이터는 기업에서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결국 플랫폼은 환자와 의사를 비대면 연결하는 말곤 다른 서비스를 선보이기 쉽지 않다.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의료 데이터 활용 문제는 단기간에 풀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며 “당장은 원격진료 입법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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