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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은 시장의 폭탄”…DSR 규제 제외 ‘밑 빠진 독’ 만든다

DSR 40% 조기 강화에도 전세대출 수요는 급증
전세대출 금리 상단 6% 돌파…수요자 절반은 2030세대
전문가들 “DSR 포함 없으면…전세대출은 시장의 폭탄”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담 전용 창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전세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밑 빠진 독’으로 만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증가를 잡기 위해 DSR 3단계를 1년이나 앞당겨 시행했지만, 전세대출 수요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계대출 증가를 자극하고 있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 부실화 우려를 높이는 중이다. 전세대출 수요자 절반 이상이 상환능력이 낮은 20~30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날개 달린 듯 증가 지속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6월에 4479억원 증가한 132조9061억원을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증가하며 상반기에만 3조2092억원 늘었다. 반면 전세대출과 기타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6월에 99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1조1204억원 줄며 7개월째 감소했다.  
 
한국은행도 가계대출이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의 ‘2022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주담대 월간 증가액은 5월에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6월엔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 이유에 대해 한은은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세 및 집단 대출 취급이 이어지면서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사진 한국은행]
한은은 이 자료의 주담대에는 전세대출과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을 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 관련 대출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결국 국내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4월 1조1000억원 ▶5월 1조1000억원 ▶6월 9000억원 등을 기록했는데, 6월 주담대 증가액 1조4000억원 중 대부분을 전세대출이 차지했다.  
 

당국, 전세대출 손 놓자 급증 이어져

은행권은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차주별 DSR 40% 2, 3단계를 조기 시행했지만, 전세대출은 규제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차주의 상환능력과 별개로 이 대출은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대출 수요는 최근까지도 급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전월세거래량은 3월 25만호, 4월 25만8000호, 5월 40만4000호를 기록했다. 반면 한은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3만호에서 4월 3만4000호, 5월 3만1000호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고 DSR 2, 3단계를 조기 시행하기로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한다고 했다. 2단계는 DSR 40%룰을 올해 1월부터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적용했다. 기존 계획은 올해 7월부터였다. 3단계는 1억원 초과 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이는 1년이나 앞당겨 시행했다. 
 
하지만 전세대출은 실수요자대출이라는 이유로 비판이 거세지면서 규제에서 지금까지도 제외돼 있다. 특히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나서 지난해 10월 14일에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참모회의 내용을 밝혔다. 당국도 이 의견을 반영해 전세대출을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고, 대신 은행의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등에서 규제 강도를 조정했다.  
 

“전세대출은 시장의 폭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주택가. [연합뉴스]
전세대출이 실수요자 대출로 보호받고 있지만, 문제는 전세대출 잔액 증가만 아니라 금리까지 높아지며 부채의 부실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이 DSR 규제 강화 이유를 ‘금리 상승 등 충격에 대비한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으로 꼽았지만, 결국 전세대출로 인해 가게부채 관리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8일 기준으로 연 3.61~6.038%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이 지난 4월 5%를 넘은 데 이어 최근엔 6%도 돌파한 상황이다. 특히 전세대출자의 대부분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초년생 비중이 높아 이자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자 수는 133만5090명, 대출 총액은 167조510억원에 달했다. 전체 대출자 중 20∼30대 비중은 2019년 말 56.5%에서 2021년 말 61.2%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대출액 비중도 55.4%에서 58.1%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지난 4월 KB금융그룹은 전세시장의 최근 이슈를 분석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과 ‘임대보증금 관련 보증 합리화 방안’ 두 건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이 있음에도 과도한 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 유도 ▶전세대출 자금의 DSR 포함 ▶취약계층 중심의 공적 보증 등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은 시장의 폭탄”이라며 “건전성을 위해서는 전세대출을 규제에 포한해야 하지만 실제 전세대출까지 DSR 규제에 들어가면 부동산 하방 영향이 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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