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트위터를 만들려 한 트위터 공동창업자, 하지만… [한세희 테크&라이프]
머스크 트위터 인수 시도, 협상은 진흙탕 싸움으로
트위터 공동창업자 윌리엄스도 ‘미디엄’ 창업 실패로
트위터 인수 논란, 미디어·콘텐트 비즈니스 어려움 보여줘
요즘 트위터가 난장판에 빠져 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얼마 전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세계 최대 부자이자 트위터 최대 인플루언서, 그러면서 진보 성향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절대적 표현의 자유 옹호자’인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거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 확산을 명분으로 콘텐츠 관리를 강화해 오던 소셜미디어의 노력이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트위터 임직원 사기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트위터 이사회는 매각에 합의했고, 인수합병에 대비해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이후 머스크는 트위터에 진짜 사용자가 아닌 스팸 봇 계정이 많다며 가격을 깎으려 했고, 트위터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트위터는 머스크에 약속대로 인수를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지루한 법정 대결이 예상된다. 머스크가 위약금 단돈(?)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만 물고 발을 빼는 시나리오와 당초 약속대로 440억 달러를 내고 인수하는 시나리오, 그 중간 어디에서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트위터는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고 임직원 마음 잃고, 머스크에 내부 자료도 공개했다. 결국 뜻하던 매각은 엎어져 소송전에 들어가는 등 상처만 입은 셈이 됐다.
더 나은 트위터를 향한 도전
21세기의 디지털 공론장 역할을 하며 세계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트위터지만, 정작 기업으로서 트위터는 사회적 명성과 영향력에 비하면 여전히 성공적이라 하기 어렵다.
작년 말 트위터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잭 도시가 갑작스레 CEO에서 물러난 것도 엄청난 사회적 압력을 관리하면서 회사의 성장도 끌어낸다는 과제가 너무 버거웠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럴 바엔 블록체인과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비전을 쫓는 편이 더 낫게 느껴졌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또 다른 트위터 공동 창업자의 실험도 조용히 한 막이 마무리됐다.
잭 도시, 비즈 스톤과 함께 트위터를 공동 창업했던 에반 윌리엄스가 자신이 설립한 기업 미디엄의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신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온라인 코칭 사이트 코치닷미의 토니 스터블바인을 새 CEO로 영입했다.
윌리엄스는 트위터를 떠난 후 2012년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미디엄을 창업했다. 일종의 블로그 서비스인데,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쉽고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특징이었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덕분에 그냥 글만 써도 모바일 환경에서 보기 좋은 콘텐츠가 나왔다. 사진을 꾸미고 블로그 스킨을 설정하는 번거로운 작업은 필요 없다. 오직 텍스트만 적어 넣으면 된다.
또 좋은 글이 많이 읽힐 수 있도록 자체 플랫폼을 통한 유통과 프로모션, 작가 발굴에도 신경을 썼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가 미디엄을 거의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면 된다.
미디엄이 주목받은 것은 윌리엄스가 온라인 글쓰기와 지식 생산 방식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와 트위터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창업한 파이라랩스는 1999년 최초의 블로그 서비스 ‘블로거’를 내놓는다. HTML을 몰라도 쉽게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블로그 같은 서비스의 원조 격이다. 2003년 구글에 인수돼 구글의 블로그 서비스가 된다.
이후 구글을 떠나 오데오라는 팟캐스트 회사를 창업했고, 여기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탄생한 것이 바로 트위터다. 그는 2008년 도시를 이어 트위터의 CEO가 되지만, 여러 혼란과 내부 갈등을 겪다 회사를 떠나고 도시가 트위터에 복귀한다.
윌리엄스는 사려 깊고 좋은 글이 인터넷에서 많이 생산되고 많이 읽히는 세상을 꿈꾸며 미디엄을 창업했다. 결자해지의 마음이라 하겠다. 앞서 그는 블로거로 누구나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이어 트위터를 통해 누구나 쉽고 단순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전파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트위터의 140자 제약과 리트윗 기능, 타임라인 구조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시대와 맞물려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무제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세계의 기폭제가 됐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안다. 장점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가짜 뉴스, 확증 편향, 양극화, 사이버 괴롭힘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진지하고 사려 깊은 콘텐츠는 설 곳을 잃었다.
더 나은 디지털 공론장 만들 수 있을까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와 지식을 생산하는 환경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의 기반을 만든 기업들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페이스북은 개인화된 맞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디지털 광고 기업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바로 그래서 지금 역풍을 맞고 있다.
트위터나 미디엄, 페이스북이 겪는 어려움이 미디어와 콘텐츠, 지식의 실패는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지식과 의견을 공유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만은 여실히 보여준다. 사용자의 관심과 콘텐츠의 품질, 기업의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면 아직 더 많은 시도와 실험이 필요해 보인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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