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트株 열풍…스튜디오드래곤, 모회사보다 ‘몸값 역전’ 굳히기?
7월 이후 스튜디오드래곤 시총 우위 현상 뚜렷해져
실적 격차 크지만, 미래 가능성 높아 투자자 베팅
모회사 CJ ENM의 시가총액을 앞지른 스튜디오드래곤이 좀처럼 역전의 여지를 내주지 않고 있다. 8월 2일 기준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은 2조3020억원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10번째로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반면 스튜디오드래곤의 모회사인 CJ ENM의 시가총액은 2조1951억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몸값보다 1000억원가량 낮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CJ ENM이 두 단계 아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11거래일(7월 19일~8월 2일) 연속 종가기준 시가총액으로 CJ ENM을 앞질렀다. 7월부터 따져보면 CJ ENM의 시총이 스튜디오드래곤보다 높았던 건 딱 두 번뿐이었다. 나머지 21거래일은 스튜디오드래곤의 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증시에 입성한 2017년 11월 이후 두 회사의 시가총액 순위가 뒤집힌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CJ ENM(3조656억원)과 스튜디오드래곤(2조8363억원)의 시총 격차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코스닥이 약세장에 진입했고, CJ ENM의 주가 하락폭이 스튜디오드래곤보다 더 두드러지면서 접전을 벌이게 됐다. 올해 들어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15.71% 하락했는데, CJ ENM은 27.88%나 꺾였다.
매출·영업이익 등 기초체력은 CJ ENM이 여전히 우위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드라마 사업부문이 2016년 5월에 물적분할된 회사다. 모회사 CJ ENM이 지분 54.46%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 콘텐트 제작사이다 보니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모회사 CJ ENM의 실적에 한참 못 미친다. CJ ENM은 지난해 매출 3조5524억원, 영업이익 2969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은 4871억원, 영업이익은 525억원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시총으로 드러나는 자본시장의 평가가 스튜디오드래곤이 더 높은 건 이 회사의 미래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증권가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6166억원, 영업이익 85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 영업이익은 62.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해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은 25편의 콘텐트를 제작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9편 늘어난 34편을 제작한다. 넷플릭스와 티빙,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콘텐트 납품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OTT 경쟁 심화로 콘텐트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스튜디오드래곤엔 호재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트가 해외 OTT 플랫폼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근 증시에 상장한 콘텐트 제작사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꼽힌다.
반면 CJ ENM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역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CJ ENM의 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매출 4조2952억원, 영업이익 272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수치다.
커머스 부문의 실적 부진을 해소하지 못했고, 영화‧음악 부문 역시 아직 코로나19 영향권에 놓여있다. 여러 차례 대형 M&A를 꾀하기도 했고, 콘텐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지출도 많아졌다. 새 성장동력인 티빙이 국내 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미디어 광고 업황이 악화한 것도 CJ ENM의 올해 실적 전망을 밝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CJ ENM에도 시총 역전의 기회는 있다. 콘텐트 투자가 시장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M&A 성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부진한 주가 흐름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로 따져본 시가총액도 CJ ENM(3조4681억원)이 스튜디오드래곤(3조3385억원)보다 더 높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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