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올랐는데 매입가는 그대로"…정비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좌초 위기
인천·경기·부산 등 13곳 사업장 공사 중단 위기
정비업계 "착공시점 공사비 증액분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해야"
정비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을 추진하는 현장 13곳이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폭등했는데 공사비에 자재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34개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 가운데 인천 5곳, 경기 3곳, 부산 2곳, 기타 7곳 등 17개 사업장이 사업을 포기하고 일반 정비사업으로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13개 사업장 역시 매입가격 변경과 공사비 상승분 반영이 불가능해 매몰비용이 발생하면서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인천의 한 사업장에서는 3.3㎡ 당 공사비가 2020년 4월 384만원에서 올해 4월 기준 478만원으로 약 2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주택도시기금으로 50% 이상 출자해 설립한 리츠가 임대사업자를 맡아 사업 초기 단계(사업시행인가 6개월 내)에서 임대주택을 조합으로부터 시세의 80~85%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사들이는 구조다.
대신 사전 매입예약을 통해 미분양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용적률을 인상해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매입예약을 통해 사업동력을 확보한 뒤 사업시행인가 이후 6개월 안에 매입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자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조합은 사업비 부담이 늘어나 사업이 멈춰 설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정비업계에서는 매입가격을 결정하는 시점이 사업시행인가 이후 6개월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대외적인 변수가 발생해 원자잿값이 급등해도 일반 분양가격을 조정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민간정비사업처럼 착공 시점에 시세나 대외 변수를 반영한 심사를 다시 한 번 거쳐 공사비를 조정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공사 중단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오른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착공을 못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조합은 공사비 인상분을 조합 내에서 각출할 수 없다고 맞서는 것”이라며 “결국 분쟁 해결의 실마리는 국토교통부, HUG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매입가격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한정하지 말고 착공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시세 조사를 통해 공사비를 조정 가능하도록 해야 사업 중단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도 착공 전까지 최소 2~3년 이상 걸린다”며 “정비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은 사업시행인가 시점의 시세를 기준으로 매입가격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로 착공 시점에서 공사비 상승분을 조합원들이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정한 공사비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무리한 공기 단축, 저품질의 공사자재 사용 등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괜히 정비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가 리츠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차라리 주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는 민간사업으로 진행하면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데 괜히 헐값에 리츠에 넘겨 자산가치만 떨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HUG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정비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장의 사업 중단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며 “최근 주택 시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정책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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