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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외화송금 8.8조…금감원 칼날, 은행 CEO까지 미칠까

금감원에 보고된 해외 이상 송금액 65.4억 달러…조사할수록 증가해
은행 창구 이용한 암호화폐 거래 자금 이동 의혹 높아
이복현 원장 “신중해야 하나 CEO 책임을 물을 수도”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의 내부통제가 다시 금융당국의 도마 위에 오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 규모가 조사할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이번 사건이 내부통제 미비에 따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당국의 칼날은 사모펀드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해외 이상 송금액 8.8조원…갈수록 불어나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거쳐 해외로 나간 수상한 자금의 규모가 조사할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8월 12일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거래 규모는 자율 점검으로 추가 보고된 액수까지 합치면 34억 달러(한화 4조5900억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에 불거진 해외 송금 사건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체 내부 감사를 통해 발견한 수상한 해외 송금 건을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처음 보고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외화 송금은 2조5000억원 규모였지만 금감원 조사 뒤에는 이보다 2배 가까이 금액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 거래,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 송금 거래 등에 해당하는 거래를 자체 조사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발견된 금액만 65억4000만 달러(8조8200억원)에 달했다.  
 
당국과 업계에서는 논란이 된 자금 대부분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싼, 이른 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렸다는 의혹이다. 해외 환치기 세력들이 암호화폐를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하고 그 자금을 무역거래 형태로 가장해 해외로 반출하는 데 시중은행을 이용했다는 추정이다.  
 
이 외에도 불법자금 세탁 등의 논란까지 불거지며 금감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7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실히 밝혀지지 않다 보니 정치 비자금이다,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각종 불법 자금이 외국으로 나갔을 것 등 여러 소문이 돈다”고 말하며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강력한 조사를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 “경우에 따라서 CEO 책임 물을 수도”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8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정책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에서는 해외송금 거래가 이미 발생한 데다 해외 법인 수사에는 해당 국가의 공조 수사가 필요한 만큼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을 밝히거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융감독당국에서 송금 창구 역할을 한 은행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부실한 내부통제를 이유로 사모펀드 때와 마찬가지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 그 책임 묻고 징계 절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하나은행의 외환거래 미신고 및 증빙서류 확인 의무 위반한 사례를 바탕으로 과징금 4990만원과 정릉지점의 업무 일부 4개월 정지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최근 법원도 은행의 내부통제 운용의 책임에 대해 실효성을 바탕으로 CEO에서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와 관련해 내부통제를 제대로 운영했는지 여부로 CEO의 유·무죄를 따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함영주 당시 부회장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금감원은 CEO에 대한 책임 추궁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8월 16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기관 운영 책임자한테 바로 책임을 묻는 것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원칙은 있다”면서도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CEO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면 전혀 안 된다’고 보지는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거액의 외화 송금 논란으로 CEO를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상한 해외 송금 사실을 은행의 자체검사를 통해 발견하고 신고한 만큼 내부통제가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데다, 은행원이 해당 업체와 결탁한 사실 등 불법적 문제가 발견된다 해도 이를 해당 지점과 직원의 개인 문제로 먼저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참고한 서류에 의해 송금이 이뤄졌고 그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큰 상황에서 당국에 먼저 신고가 이뤄졌다”며 “뚜렷한 증거 없이 사고 발생을 이유로 CEO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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