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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지주사 SK, 2000억 규모 자사주 매입한 이유?

SK "주주 환원 정책 약속 이행"
주가 부진 속 주주 달래기
SK스퀘어 합병 가능성 영향도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SK 제3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SK]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자사주 2000억 원어치를 매입하기로 했다. SK는 주가 안정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지난 30일 공시했다. 취득한 주식은 내년 3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사회 승인을 거쳐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에 SK가 사들이는 자사주 규모(2000억원)는 SK 시가총액의 1%를 웃돈다. 지난 30일 기준 SK의 주가는 22만7500원, 시가총액은 약 16조8690억원 수준이었다.  
 
SK가 대규모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건 주가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SK 주주들은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에 SK가 자사주매입 후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이성형 재무부문장(CFO)은 지난 3월 ‘제3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상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기존 정책에 더해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문장은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년간 SK의 주가를 보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8만원에 육박했던 SK의 주가는 최근 23만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11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올랐지만 2019년 1월 SK의 주가가 23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SK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7414만9329주 가운데 자사주 1802만 3811주를 보유하고 있다. 24%에 달한다. 국내 4대 그룹 중 하나인 LG그룹의 지주사 LG가 보유한 자사주 비율이 0.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주들이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주환원정책의 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기업이 자사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방식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태워버리는 것과 같아 회사의 자산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투자에 쓸 자금을 주식을 매입해 소각하는 데 쓴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SK가 SK스퀘어와의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해 자사주 매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SK그룹이 인수합병‧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띄웠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SK는 SK C&C와 합병할 때도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 SK텔레콤은 SK스퀘어와 인적분할을 단행하기 직전 2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SK, SK스퀘어의 합병은 결정된 바 없고 자사주 매입과도 무관하다”며 “이번 정책은 주주 환원 정책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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