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국감에 불려가나…‘CEO 망신주기’ 우려도
5대 은행장 증인 명단에 올라
수상한 외환거래·직원 횡령 관련 행장 책임 추궁
‘은행장 망신주기’ 등 이벤트 국감 우려도↑
국내 5대 은행장들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횡령사고와 수상한 외환거래와 관련해 내부통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은행장의 책임성이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장 망신주기’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조원대로 불어난 의심 외환거래 및 횡령 추궁할 듯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5대 은행장의 전원 증인 신청은 야당에서 신청한 것”이라며 “금융사 내부통제가 중점 질의 내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출석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정상 해외에 나가야 하다 보니, 참석이 가능할 것 같은 은행장들을 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은행에서 논란이 된 이상 외환거래 송금과 관련해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의심 외환거래 규모는 10조원대로 불어났다. 최근 금감원이 국내 12개 은행에서 파악한 외환송금 의심사례는 72조2000만 달러로, 원화로 10조3000억원 수준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23억6000만 달러, 우리은행 16억2000만 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 달러, KB국민은행 7억5000만 달러 등 순으로 많았다. 가장 많이 송금된 지역은 홍콩으로 거래 규모는 51억7000만 달러(71.8%)에 달했다.
금감원이 이와 관련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대부분의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가상화폐 차익거래와 관련된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서류상 문제가 없는 거래일 경우 은행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데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의심거래 사실을 당국에 알린 만큼 내부통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외국환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은행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와 함께,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 A씨가 불법 외환송금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조직 관리 실패의 책임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의원들도 해당 사항과 관련해 은행장들을 불러 거액의 외환 송금이 이뤄진 점에 대한 원인 설명 요구 및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은행장 호출…‘망신주기’ 국감 되나
금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 횡령사고 현황(2017~2022년)’에 따르면 우리은행 10건(736억5710만원), 하나은행 18건(69억9540만원), NH농협은행 15건(29억170만원), 신한은행 14건(5억6840만원), KB국민은행 8건(3억580만원) 등 65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금액 회수 현황은 하나은행 46억3590만원(66.3%), 우리은행 8억850만원(1.1%), 신한은행 4억9890만원(87.8%), NH농협은행 1억5710만원(5.4%), KB국민은행 9150만원(29.9%)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발생한 거액의 횡령사고로 회수율이 저조했다.
거액의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내부통제 미비를 근거로 은행 징계 여부를 고려하는 중이다.
국회도 은행이 고객 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은행장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도 “내부 프로세스 정비와 처벌강화를 비롯한 종합적인 대책으로 횡령사고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환거래와 횡령사고가 당국과 경찰, 검찰 등에서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먼저 나서 책임자를 확정하는 식으로 국감을 열 수 있어, 자칫 이번 증인 채택이 ‘은행장 망신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해온 정부와 여당 측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은행장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벤트성 국감’으로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23일 "재벌기업 회장, 시중은행장, 민간 기업인들을 대량으로 신청하고 채택이 되지 않고, 또 부르더라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고 돌아가는 이런 일은 국회가 갑질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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